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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새는 폐곡선을 그린다 외

시사뉴스 기자  2001.06.21 00: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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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는 폐곡선을 그린다


감독 : 전수일 / 주연 : 설경구, 김소희




영화를 볼 때 우리는 무엇을 보는가? 배우들의 입담이나 배경 혹은, 음악?
자신이 갈망하는 이상과 답답하고 고단한 현실 사이에서 느끼는 괴리감, 그리고 거기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망을 ‘새’의 이미지를 빌어 표현한 <새는 폐곡선을 그린다>는 대사와 음악을 절제한 모던한 스타일로 해외에서 호평을 받았다.
지방대 영화과 교수인 ‘김’은 학생들에게 영화란 자신의 이상을 펼쳐 보이는 무대라고 가르치지만 현실은 꿈만 꾸게 내버려두지 않는다. 영화과 졸업 후 막막한 현실과 부딪쳐야 할 학생들 앞에서 가르치는 일도, 영화 만드는 일도 자신을 무겁게 만들기만 한다. 그런 ‘김’에게 영희는 휴식처 같은 존재이다. 구속하지 않는 관계가 지속될 것 같았으나 영희가 가족에게 ‘김’을 애인으로 소개시키길 원하자 ‘김’은 이런 상황들이 부담스러워진다. 영희의 고향집으로 가는 내내 지리한 싸움을 하던 ‘김’은 여관방에 영희를 홀로 남겨둔 채 돌아와 버린다. 영화도 사랑도 자신을 구원하지 못하는 현실에서 ‘김’은 어릴 적부터 어렴풋하게 기억 속에 자리잡고 있는 ‘새’를 떠올린다. 현실을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인 양, 새의 이미지에 집착하는 ‘김’은 어린 시절 새와 가장 가까이 있던 주남저수지 근처를 다시 찾는다.
이번 영화에서 그룹 ‘레이니 썬’은 ‘OCEAN2’라는 곡으로 몽롱한 멜로디로 꿈속을 걷는 듯한 느낌을 전달함으로써 주인공인 ‘김’ 의 복잡하고도 혼란스러운 심리 상태를 효과적으로 표현하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전수일 감독은 97년 <내 안에 우는 바람>으로 제 50회 칸국제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에 초청된 바 있고, 이번 작품으로 베니스영화제 등 국제 영화제에 진출하면서 독립영화계의 거장으로 인정받았다.


간장선생



감독 : 이마무라 쇼헤이 / 주연 : 에모토 아키라, 아소 쿠미코



20세기 영화사를 가로지르며 사회를 비판하는 냉소적인 시각과 인간성의 심층을 해부하는 통찰력, 성과 죽음에 대한 대담한 발상 등 발표하는 영화마다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문제적 거장 이마무라 쇼헤이. 1983년 <나라야마 부시코>, 1997년 <우나기>로 두 번이나 칸느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던 그가 72세의 나이에 < 간장선생 >을 발표했다. 이제껏 일관된 주제로 삼아왔던 ‘비판’과 ‘냉소’가 아닌 ‘여유’와 ‘웃음’을 통해서…
원폭 투하 두 달 전의 히로시마 시골길을 질주하는 신사. 그는 팔, 다리가 잘려나가고 죽음이 목전에 임박한 사람들에게 ‘간염’이 질병의 근원이라고 설파하는 의사 ‘아카기’. 그는 자신의 아내를 병으로 잃었고 아들을 전장에 내보낸 아픔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는 마을 사람들의 대소사에 일일이 귀 기울여주고 왕진을 나갈 때면 하얀 양복과 나비넥타이를 챙겨 매는 멋의 소유자이다. 게다가 그의 동료들은 사회가 철저히 배격하는 사람들이다. 몰핀에 중독된 외과의사, 알코올 중독자인 승려, 2대째 창녀일을 하고 있는 소녀, “조국을 위해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외치는 술집마담. 그들은 모두 말못할 아픔들을 가지고 있으며 정상적인 일반인들의 눈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불치병 환자 같은 존재들이다. 그러나 그들의 입장에서 타인들은 모두 간염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거나 간염으로 고생중인 환자들. 사회의 시선은 아랑곳없이 그들은 간염을 박멸시켜 인류를 구원하겠다는 숭고한 희생정신을 품은 사람들이다.
이마무라 쇼헤이는 사회의 편견들을 비웃는다. 창녀를 통해 아무 소용없는 ‘정조관념’을, 군복을 입은 세탁소 주인을 통해 허위의식뿐인 ‘전쟁 놀음’을, 주인공 ‘아카기’를 통해 ‘허위적 영웅성’을 카메라 뷰파인더를 들이대며 낱낱이 해부해 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그 끝에서 소외된 자들의 가슴속에 담겨진 ‘희망’을 드러낸다.







김동옥 기자 dokim@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