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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제2롯데월드’ 바벨탑으로 전락하나?

잇단 사고에도 정신 못차린 ‘제2롯데월드’

임택 기자  2014.04.29 11: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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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숙원사업인 ‘제2롯데월드’가 ‘바벨탑’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최근 연달아 발생하는 제2롯데월드의 사고는 ‘허가과정에서 나온 특혜의혹을 덮고, 개발완료를 못박기 위해 서둘러 공사를 강행하는 것’이라는 말이 세간에 돌고 있다.

지난 8일 오전 8시 40분쯤 서울 송파구 제2롯데월드 엔터테인먼트 동 12층 옥상에서 인부 황모(38)씨가 배관작업 중 사망했다. 롯데월드타워는 이전에도 인명사고가 발생했다. 2013년 6월에는 롯데월드타워 공사현장에서 거푸집 장비가 낙하해 작업 중이던 근로자 1명이 사망하고 5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같은 해 10월에는 기둥 거푸집 해체 작업 중 쇠파이프가 현장 아래 50m 가량 추락해 지나가던 행인이 부상을 당했다. 또 2014년 2월 16일 47층에서는 용접기 보관함 발화에 따른 화재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시민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제2롯데월드 건설허가에 따른 각종 의혹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제2롯데월드는 메머드급 건설로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담보로 했다는 점에서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숙원 사업이 이번엔 시민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칠 것으로 보인다.

제2롯데월드 건설현장 공기단축 서두르는 이유
제일 먼저 사업허가에 대해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는 것이다. 많은 시민들이 특혜라고 말하는 부분이 바로 제2롯데월드 부지와 7km가량 떨어져있는 서울공항(성남 공군기지) 때문이다. 비행안전구역과 100m도 안 되는 차이로 맞닿아 있기 때문에 공군에서는 지속적으로 제2롯데월드 건설이 허용 될 수 없다고 반발했었다. 실제로 지도를 보면 롯데월드타워는 비행안전구역을 살짝 벗어난 곳에 위치해 있다.

제2롯데월드를 건설하기까지 그동안 수많은 우여곡절을 있었다. 제2롯데월드의 기획은 잠실 롯데월드가 문을 연 198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잠실 롯데월드 오른편 석촌호수 동호수 앞에 자리 잡은 2만여 평의 땅을 서울시로부터 매입하고 명동의 롯데타운 같이 외국인들이 즐겨 찾는 명소로 만들기 위해 초고층을 포함한 두 번째 롯데월드를 기획하게 된다.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이 “언제까지 외국 관광객들에게 고궁만 보여줄 수는 없다.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건축물이 있어야 관심을 끌 수 있다”며 제2롯데월드의 의지를 표명한다.

하지만, 군은 1995년 제2롯데월드 계획이 처음 공개된 이후 공군은 비행 안전을 위해 높이를 203m로 제한해야 서울 공항에서 공군기가 뜨고 내릴 때 건물 꼭대기에 걸리지 않는다는 입장을 10년 넘게 유지했다. 그런데 2008년 2월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분위기가 확 달라지고 2009년 공군의 입장이 180도 달라졌다.
더불어 롯데 측은 헌법소원까지 제기하며 지속적인 조정회의를 통해 서울공항 활주로 방향변경 공사비용과 KA-1대대의 이전공사비용의 상당부분을 기부채납 하는 조건도 제시하면서 허가에 매달렸다. 이후 친기업적 마인드를 지닌 이명박 대통령 임기 때 제2롯데월드를 허가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부터 롯데월드타워 사업은 점점 탄력을 받았고 대통령이 된 이후에는 공식 석상에서 국방장관에게 제2롯데월드와 관련해 면박에 가까울 정도의 발언을 하며 긍정적으로 검토하라고 기한을 주며 지적했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공군 “제2롯데월드 높게 지으면 안 된다”
공군이 10년 넘게 고수하던 방침이 어떻게 바뀔 수 있었을까? 참여정부 시절인 공군 간부였던 최 모 씨는 “공군의 입장에서 안전 측면에 명백한 문제가 있음을 알면서도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제2롯데월드를 높게 지으면 안 된다”라고 강하게 표명한 적이 있다.

1995년 제2롯데월드 계획이 처음 공개된 이후 공군은 비행 안전을 위해 높이를 203m로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을 10년 넘게 유지했다. 취임 두 달 만에 이명박 전 대통령은 제2롯데월드 건설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을 국방부장관에게 지시했다. 당시 김은기 공군참모총장 등 공군 수뇌부는 롯데월드 건설 이후를 가정해 타워팰리스 인근을 비행하고 “항로와 건물이 예상보다 더 가깝게 느껴진다”는 보고서를 제출했다.

그런데 보고서 제출 한 달 뒤 김 전 총장이 경질됐다. 2009년 1월 다시 열린 행정조정위원회에서 군의 입장이 달라졌다. 롯데 측이 비용 부담으로 동편 활주로 각도를 3도 변경하고, 제2롯데월드 주변으로 접근하는 항공기에 대한 감시, 통제 체제를 구축하며, 주변을 비행하는 조종사에게 빌딩의 위치 정보 등을 제공하는 경보체계를 항공기에 장착하는 등의 조건으로 건축 허가가 났다. 이렇게 해서 김영삼 정부 때 처음 계획이 나온 후 14년간 막혔던 사업이 이명박 정부 출범 1년여 만에 허가를 받았다.

이명박 정부 고위관계자는 “김은기 전 참모총장 교체 등 모든 조치가 합리적 판단에 따른 것일 뿐 롯데와 관련 있는 건 아니다”라며 “다음 인사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의혹을 일축했다. 또 다른 고위관계자도 “경제살리기를 위해서 안보나 사고 위험 부분에서 지장이 없는 범위 안에서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라고 밝혔다.
10년 넘게 반대해온 공군 측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입장을 바꾼 설명의 핵심이 ‘롯데 측에서 활주로 변경 등 안전 관련 비용을 부담하기로 했고, 법적 기준도 충족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어서 받아들인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런데 비행기 조종은 날씨나 기계 고장 등 변수가 많다. 2016년 이 건물이 완공되면 어떤 상황이 될까. 건물 바로 옆을 지날 때 비행기의 고도는 280여 미터, 제2롯데월드 전체 123층 중 60층 정도의 높이로 비행기가 지나는 셈이다. 안개가 끼면 더 심각해진다.

시정 1.2km 수준의 안개 상황에서 제2롯데월드는 조종석 시계는 흐려서 보일까 말까 해진다. 그래서 많은 공군 출신 비행사들은 많은 걱정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착륙 때 최악의 경우, 20km 떨어진 착륙 유도 지점에서 9도만 벗어나면 건물과 충돌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 롯데 측은 국내 항공 전문 기관과 전문가들의 충분한 검증을 거쳐 여러 보완책도 마련한 만큼, 안전성이 충분히 확보됐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삼성동 아이파크 헬기 충돌 사고
2013년 11월 삼성동 아이파크 헬기 충돌사고가 있었다. 상상도 못했던 아파트 헬기 충돌 사고 이후, 당시 여당에서조차 우려의 목소리를 높았다. 그런데 관련기관은 이미 법적 절차가 끝나서 되돌릴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 시장도 건축 허가를 번복하긴 어렵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조차 삼성동 아이파크 헬기 충돌사고 이후 제2롯데월드에 대한 안전진단을 다시 해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이혜훈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적어도 1조 7000억짜리 공사라면 3-4개월, 용역비도 1억 5000쯤이 통상인데 9일 만에 용역비도 2900만 원 정도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정도의 검증밖에 안된다면 이걸 누가 납득 할 수 있겠습니까? 국민안전, 국가안위 둘 다 걸린 문제이므로 굉장히 철저하고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안전 검증을 다시 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제 주장입니다. 지금이라도, 더 늦기 전에….”라고 말했다.
제2롯데월드의 기획부터 지금까지 많은 시간이 흘렀다. 공사 지체로 손실이 발생하기에 서두르는 형국과는 다소 다른 모습이다.

지난 4월 8일 제2롯데월드 건설 현장에서 배관 작업 중 숨진 황모(38) 씨 유가족은 10일 “사고 3일 전 완전히 제거돼 있어야 할 유독가스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황 씨가 작업에 투입됐고, 잔류 가스의 압력에 의해 철제 배관 뚜껑(캡)이 폭발하며 사고가 발생했다”며 “황 씨가 지난 3월부터 출근한 이후 매일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야간근무에 시달렸다”고 주장했다. 건설 현장에서 기본적인 안전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서둘러 공사를 진행한 것이 사고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거의 꽁무니 빼기 위해 도망가는 수준이라고 보여진다.

제2롯데월드의 건설은 정당한 절차를 밟아 건설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누가 봐도  허가과정에서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 이런 경우 완공 된 뒤에는 어느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수도 없는 상황이 된다. 그래서 제2롯데월드 건설현장은 조용하면서도 서둘러 공사를 진행해야 하는 이유일 것이다.

제2롯데월드…“언제까지 안전 불감증”
문제는 시민들의 불편이다. 제2롯데월드 건설로 시민을 불안하게 하거나 불편하게 하는 사례들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지반 변화, 교통문제, 환경, 일조권, 공사소음, 부실시공, 분진 등 많은 시민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관리 관청인 송파구청은 시민들의 불편함을 듣고 어떻게 처리하고 있을까. 제2롯데월드 건설이 먼저일까? 시민들의 안전과 권리가 먼저일까? 시민과 송파구청, 제2롯데월드 건설단을 찾아 본지에서 본격적인 취재에 나설 것이다.

제2롯데월드의 건설에 따른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 더 있다. 거대한 구조물이 들어서면서 주변의 지반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2009년은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의 숙원사업으로서 죽기 전에 단 1주일이라도 한국의 랜드마크를 지어보고 싶다는 꿈이 잠실을 롯데왕국으로 만들고 있다. 이 과정에서 주변 거주민은 물론 시민을 불안한 징후가 점점 커지고 있다.

2011년 6월 롯데월드몰(잠실 제2롯데월드)의 공사가 시작됐다. 롯데월드몰의 핵심인 롯데월드타워는 축구장 넓이의 80%에 해당하는 가로, 세로 각 72m의 넓이에 레미콘차량 5300대를 동원해 7700톤의 콘크리트를 투입하는 등 기초공사부터 테라급 건설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롯데월드타워의 공정에는 삼성물산이 부르즈칼리파 건설에 적용했던 패스트-트랙(fast-track) 공법을 적용하여 자동 거푸집 시스템(ACS)를 통해 3~4일에 한 층씩 올라가고 있다. 현재 서울 잠실의 제2롯데월드 공사 현장은 지상에서 가까운 층은 유리로 둘렀고, 중앙 골조는 벌써 50층 가까이 올라간 상태다.
최종적으로 총123층, 높이 555m, 연면적 23만 6700평의 디자인으로 건축승인을 받았다.

롯데월드타워를 둘러싸는 쇼핑동은 최초에는 3~11층 높이의 7개동으로 설계가 됐었다가 2011년 공사가 시작 된 이후 2012년 9월에 설계가 변경돼 4개 동으로 구성 된 지하 6층, 지상 최고 11층의 연면적 24만 4270평의 세계 5위의 메머드급 쇼핑몰이다.

인테리어 또한 실내에 있지만 바깥에 있는 듯한 자연친화적인 공간디자인을 컨셉으로 저층부 쇼핑몰은 국내 최대의 명품 백화점인 에비뉴엘, 아시아 최대규모의 면세점, 수족관, 콘서트홀, 세계 최대규모로 계획 된 롯데시네마가 들어서게 된다. 에비뉴엘과 백화점을 포함한 쇼핑몰은 2014년 완공되며 영화관은 6월, 콘서트홀은 9월, 롯데월드타워는 2016년 12월에 완공 오픈 될 예정이었다.

처음 에펠탑을 형상화한 디자인은 나름 테마파크의 이미지를 강조한 디자인으로 보이나 '국적 불명의 흉물스러운 디자인'이라는 악평이었다. 이후 2006년 새로운 디자인은 뉴욕 그라운드제로에 공사 중인 프리덤타워와 상하이국제금융센터, 국내에서는 동북아 트레이드타워와 타워펠리스 3차를 설계한 곳으로 유명한 미국 시카고의 SOM사가 설계를 맡아 첨성대를 모티브로한 디자인을 새로이 선보였다.

 이후 조금 더 첨단빌딩의 이미지를 높히기 위해 SOM사와 함께 세계 초고층설계에서 양대 설계사무소로 꼽히는 KPF사가 설계를 맡아 전통 도자기의 유려한 곡선을 형상화한 원추형의 디자인으로 변경을 한다. 이런 원추형의 디자인도 2010년 4월에 서울시로부터 건물의 상부와 하부의 비율과 전체적인 디자인이 어색하고 조경계획이 부실해 건축승인이 안 났으나, 최종적으로 수정해서 2010년 11월 123층, 높이 555m, 연면적 23만 6700평의 디자인으로 최종적인 건축승인을 받았다.

그런데 공사가 시작되면서 석촌호수의 물이 줄어드는 이상징후가 나타나고 있으며 장미아파트 88대로 옆 놀이공원 지하통로 개설문제 등 그동안 곪아 있던 문제점들이 터져 점점 터져 나오고 있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