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명절의 가장 큰 의의는 역시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는 것이다. 그것은 달리 생각해보면 명절이 아 니면 가족이 웅성거리며 서로 얼굴 대면할 일이 그리 많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추석날 모였던 가족들 의 얼굴을 떠올려보자. 힘이 되면서도 때론 짐이 되는 존재인 가족. 현대인에게 가정과 가족은 어떤 의 미가 있을까. |
7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 감독, 남우주연, 각본, 촬영상 등 5개 부문을 휩쓴 작품으로 미국 중산층 가정의 문제점을 잘 꿰뚫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아침에 샤워하면서 자위행위 하는 것을 유일한 낙으로 사는 레스터(케빈 스페이시)의 일상은 따분하고 무기력하다. 돈과 성공에 집착하는 아내는
사사건건 그를 무시하고, 딸에게 그는 귀찮은 존재일 뿐이다. 직장 상사는 그를 회유해 부하 직원들의 감원에 앞잡이가 돼 줄 것을 종용한다.
끔찍한 현실에서 탈출을 꿈꾸던 레스터에게 어느날 삶의 변화가 찾아온다. 딸의 친구 안젤라의 매력에 흠뻑 취해 사춘기 시절의 감성을 되찾은
것이다. 직장을 때려치운 그는 햄버거 가게에서 일하고, 대마초를 피우는가 하면 안젤라에게 잘 보이기 위해 근육을 키운다.
영화는 가족과 직장으로부터 소외된 전형적인 미국 중산층 남자를 중심으로 돈과 성공, 해체된 가족, 국가주의와 가부장제, 마약과 섹스 등
미국 중산층의 허위의식 뒤에 숨겨진 욕망과 좌절을 직시한다. 처음에 스티븐 스필버그가 감독을 맡기로 했으나 스필버그가 영국 연극계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던 샘 멘데즈 감독을 추천한 일화는 유명하다. 샘 멘데즈는 블랙코미디적 분위기와 장미꽃을 통해 주인공의 욕망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인상적인 연출로 평단의 극찬을 받았다. 무엇보다도 욕망의 대가로 이르게 되는 비극적인 결말은 영화의 전체적인 구도와 조화를 이루며 신선한
충격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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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춘옥 기자 <www.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