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어나무, 자귀나무, 배롱나무, 불두화, 쉬나무, 매자나무, 노린재나무, 때죽나무, 쥐똥나무, 박태기나무….
웬 모르는 나무가 그렇게나 많은지, 하기야 그도 그럴 것이 맨 보는 나무라고는 플라터너스나 은행나무 같은 가로수 밖에 본 적이 없으니.
그래도 저 나무들이 순 우리나무들이고 우리 궁궐에 심어진 나무들이라면, 거기다가 모두 열거한 것이 아니고 아직 소개할 나무들이 90여 종이나
남았다면 모름지기 놀랄만도 하지 않겠는가?
나무마다의
생태와 특질, 역사에 얽힌 이야기
이 책은 경복궁과 창덕궁, 창경궁, 종묘, 덕수궁 순으로 우리 궁궐의 나무들에 대한 사진과 소개글로 구성이 되어 있다. 나무뿐만 아니라
우리 궁궐 이야기도 곁들여 놓아 읽는 재미가 더하다.
우리의 궁궐은 대부분 일제 강점기에 그 원형을 잃었지만 다행스럽게도 우리 손에 의한 복원 과정을 거치면서 다시 우리 나무가 심어지고, 정성들여
가꾸어지고 있다. 따뜻한 남해안 등지에서 자라는 일부 수종을 제외하고는 우리나라의 숲을 이루고 있는 나무 대부분을 만날 수 있는 곳이 서울
도심 한복판의 ‘궁궐’이다. 궁궐이라는 우리 역사 공간 속에서 짧게는 수십 년에서 길게는 천 년을 훌쩍 넘게, 그것도 한 자리에서 옴짝달싹하지
않는 나무들은 분명 우리가 겪은 수많은 역사와 삶의 궤적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저자는 궁궐에 있는 나무 중에서 특히 우리 주변에서 많이 자라는 98종을 골라 그 나무마다의 생태와 특징, 역사에 얽힌 이야기로 책을 꾸몄다.
각 장 앞에는 궁궐의 의미를 알 수 있도록 각 궁궐의 역사를 간략히 개관했다. 또한 궁궐의 전체 지도를 넣어 궁궐의 배치와 함께 나무의
위치를 일목요연하게 알 수 있도록 정리했다. 그리고 각 나무마다 상세 지도를 달아 누구라도 쉽게 찾아볼 수 있게 했다.
각 나무마다 현재 궁궐에서 자라는 모습과 함께 나무의 특징이 되는 잎, 꽃, 열매, 줄기, 나무껍질 등의 사진을 충분히 실어 ‘나무도감’으로서의
역할도 할 수 있다. 그 나무가 널리 분포한 숲을 소개하고, 나무의 쓰임새를 알 수 있도록 목제품 및 문화재 자료를 덧붙여 ‘나무백과’로도
손색이 없을 정도이다.
설명 끝에는 별도로 박스를 만들어서 그 안에 조금 더 깊은 설명과 혼동하기 쉬운 나무와 그 차이점 등을 사진과 함께 배치했다. 이렇게 추가해서
설명한 나무까지 포함하면 이 책은 거의 250여 종의 나무를 다루어, 우리가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대부분의 나무를 이책에서 만나는 행운을
누릴 수 있다.
흥미를 가지고 대할 수 있도록 읽기 쉽게
이 책은 전문가를 위한 책은 아니다. 항상 곁에 두고 있으면서도 고마움을 모르고 지나치는 나무에게 흥미를 가지고 다가설 수 있도록 전문용어도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일상 용어와 이야기식으로 풀어서 썼다. 일단은 흥미를 가지고 대해야만 그 대상과 친숙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 박상진은 임업연구원, 전남대 교수를 거쳐 현재 경북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한국목재공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오랫동안 목질문화재의 재질연구에 매진해 왔으며 해인사 팔만대장경과 무령왕릉관재, 고선박재, 주요 사찰 건축재, 출토목질유물 등의 재질을
조사하여 문화재의 분석에 과학을 결합시키는 데 전기를 마련했다. 저서로는 《다시 보는 팔만대장경판 이야기》(운송신문사 1999)를 비롯하여
《목재조직과 식별》(향문사 1987) 등이 있다.
박상진 글/ 박상진, 김성철, 김효형 사진/ 눌와 출판사/ 20,000원
김동옥 기자 dokim@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