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7월 한국·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된 이래 3년간 우리나라 FTA 수혜품목의 대(對)EU 수출 증가율이 중국, 일본, 대만 등 경쟁국의 수출 증가율을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발간한 'EU 경기회복 기회, 한·EU FTA로 잡는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EU FTA 발효 1년차에 우리나라 FTA 수혜품목의 EU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8.4% 늘어났다. 같은 기간 재정위기 영향으로 일본(-1.0%), 중국(0.0%), 대만(-4.0%)이 어려움을 겪은 것과 상반된 결과다.
재정위기 악영향이 크게 나타났던 발효 2년차에는 우리나라의 FTA 수혜품목 수출도 0.4% 감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는 일본(-10.1%), 중국(-1.3%), 대만(-4.7%)보다 양호한 결과였다.
재정위기의 먹구름이 서서히 걷히기 시작한 3년차에는 우리나라의 EU 수출은 4.1% 늘어나며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일본(-6.5%), 중국(2.1%), 대만(3.8%) 등의 수출 증가율을 웃도는 수치다.
다만 산업별, 시장별로는 FTA 수혜품목의 수출 성과가 엇갈리게 나타났다.
가장 수출 호조를 보인 분야는 화학제품이다. 화학제품은 FTA 발효 이후 3년간 매년 20% 이상의 수출 증가를 보였다. 승용차, 금속, 섬유·의류, 농축수산품 등도 수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기계, 자동차 부품, 가죽·고무·신발 등은 수출이 감소세를 보이다가 최근 들어 수출이 급격히 회복되고 있다. 반면 전기전자는 최근 수출이 감소세로 돌아섰고, 석유제품은 감소세를 이어갔다.
EU의 주요시장 가운데 FTA 효과가 가장 잘 나타난 곳은 영국 시장인 것으로 파악됐다. 영국은 유로존 재정위기에서 한 발 물러나 있어 우리나라의 수출 여건이 상대적으로 양호했기 때문이라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독일과 프랑스 시장은 FTA 수혜품목의 수출이 감소하다가 최근 증가세로 전환됐다. PIIGS(포르투갈·이탈리아·아일랜드·그리스·스페인) 시장 등 재정위기 국가들의 경우 최근 수출이 회복세로 돌아섰다.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등의 개혁 노력이 성과를 보이면서 우리 수출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반면 우리 기업들이 EU 수요 대응을 위해 현지 생산기지를 건설한 폴란드, 헝가리, 체코 등 동유럽 국가에 대한 수출은 부진을 겪은 것으로 조사됐다. EU 수요가 완전히 살아나지 않아 생산기지에 공급되는 원부자재 수출이 부진했기 때문이라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보고서는 EU 경제가 점차 살아나고 있어 한․EU FTA의 향후 전망도 밝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EU 경제가 지난해 2분기부터 4분기 연속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데다 최근 내수 부분이 살아나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며 "산업생산, 소매판매, 구매자관리지수, 경기체감지수, 실업률 등이 개선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명진호 무협 통상연구실 수석연구원은 "일본, 중국, 대만 등이 EU와 FTA를 체결하지 못해 우리의 수출 조건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만큼 이를 적극 활용해 다시 살아나고 있는 EU 시장을 선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