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박철호 기자] 오렌지 군단 네덜란드가 북중미 강호 멕시코를 상대로 대역전 드라마를 쓰며 가까스로 8강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네덜란드는 30일 오전 1시(한국시간) 브라질 포르탈레자의 이스타지우 카스텔랑에서 열린 멕시코와의 2014브라질월드컵 16강전에서 2-1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후반 3분 조바니 도스 산토스(25·비야레알)에게 선제골을 내준 뒤 패색이 짙던 네덜란드는 후반 43분 터진 베슬레이 스네이더르(30·갈라타사라이)의 동점골과 후반 추가 시간 49분에 터진 클라스-얀 휜텔라르(31·샬케04)의 페널티킥 결승골을 앞세워 짜릿한 역전승을 맛봤다.
3전 전승으로 B조 1위로 조별리그를 통과한 네덜란드는 2승1무 A조 2위로 오른 멕시코를 가까스로 따돌렸다. 경기 내내 주도권을 내주고 끌려간 네덜란드는 후반 막판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은 끝에 승리를 맛봤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 당시 조별리그 3차전에서 멕시코를 만나 2-2 무승부를 거뒀던 네덜란드는 월드컵 무대에서 1승을 추가했다. 멕시코와의 역대 A매치 전적에서도 4승1무2패로 격차를 더욱 벌렸다.
16강 단골 손님으로 6회 연속 토너먼트 진출에 성공했던 멕시코의 발걸음은 또다시 16강에서 멈췄다. 1986년 자국에서 열렸던 월드컵에서 8강에 오른 뒤 28년 만에 재도전에 나섰지만 막판의 고비를 넘지 못했다.
같은 스리백을 구사하는 팀끼리 대결로 생각만큼 많은 골이 터지지 않았다. 멕시코는 3-5-2 포메이션을, 네덜란드는 3-4-3으로 맞섰다.
멕시코가 강한 중원 압박을 통해 네덜란드의 주 공격 루트인 빠른 역습을 잠재우면서 재미를 봤다. 역으로 멕시코는 중앙 미드필더 카를로스 살시도(34·UNAL 티그레스)가 수비 뒷공간으로 뿌려주는 롱패스로 네덜란드의 수비를 흔들었다.
네덜란드는 전반 9분 만에 수비형 미드필더 나이절 더용(30·AC밀란)이 갑작스런 부상으로 급하게 브루누 마르팅스 인디(22·페예노르트)로 교체되면서 흐름을 잃었다.
패스 줄기를 잃자 네덜란드의 공격 전개가 매끄럽지 못했다. 멕시코는 그런 네덜란드를 상대로 주도권 싸움의 우위를 가져갔다.
멕시코의 주도로 진행된 전반전은 0-0으로 마무리됐다. 몇 차례의 기회가 있었지만 네덜란드 수비가 잘 버텨내면서 전반전은 득점없이 끝났다.
오히려 전반 막판에 멕시코는 중앙수비의 결정적인 패스미스로 실점 위기가 한 차례 있었지만 잘 넘겼다.
전반부터 불안 요소를 드러냈던 네덜란드의 스리백이 삐끗하면서 멕시코가 선제골을 뽑아냈다.
후반 3분 멕시코의 에이스 도스 산토스가 개인 능력을 앞세워 네덜란드의 골네트를 흔들었다. 문전 중앙에서 수비수 2명을 달고 드리블을 한 도스 산토스는 반 박자 빠른 왼발 중거리 슈팅으로 네덜란드의 오른쪽 골망을 흔들었다.
어려운 흐름 속에서 선제골까지 내주자 네덜란드 벤치가 바쁘게 돌아갔다. 루이스 판 할(63) 감독은 교체 카드를 꺼내들었다.
후반 11분 수비수 파울 페르하흐(31·아우크스부르크)를 빼고 멤피스 데파이(20·에인트호벤)를 넣었다. 원래 전형인 4-3-3으로 포메이션을 돌리며 공격적인 진용을 꾸렸다.
후반 31분에는 로빈 판 페르시(31·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대신 포스트 플레이에 능한 휜텔라르를 넣는 공격적인 전술을 구사했다.
결과적으로 판 할 감독의 선수교체는 주효했다.
시발점은 스네이더르의 동점골이었다. 스네이더르는 후반 43분 빨랫줄 같은 중거리 슈팅으로 동점골로 만들어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후방에서 올라온 높은 크로스를 휜텔라르가 머리로 떨궜고 이를 스네이더르가 지체없이 중거리 슈팅으로 연결했다.
연장전을 준비하던 네덜란드는 후반 종료 직전 아리언 로번(30·바이에른 뮌헨)이 드리블 돌파로 페널티킥을 얻어내 승기를 잡았다.
키커로 나선 휜텔라르가 골키퍼를 속이는 완벽한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경기는 그대로 네덜란드의 2-1 역전승으로 끝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