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박철호 기자] 우루과이의 호세 무히카(79) 대통령이 자국의 축구스타 루이스 수아레스(27·리버풀)에 대해 중징계를 내린 국제축구연맹(FIFA)를 원색적으로 비난해 파문을 일으켰다.
지난 6월30일(한국시간) 외신들에 따르면, 무히카 대통령은 우루과이의 한 TV 스포츠 방송에 출연해 이번 월드컵과 관련해 질문을 받고 "FIFA 내 대다수의 인사는 늙은 매춘부의 아들들이다"고 성토했다. 스페인어권에서 '매춘부의 아들'이라는 표현은 최고 수위의 욕설로 여겨진다.
무히카 대통령은 자신도 모르게 이렇게 발언한 뒤 당황하며 입을 막았다. 하지만 잠시 후 발언의 방송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오히려 "부디 방송해달라"고 답했다.
무히카 대통령은 더 나아가 "FIFA는 (수아레스에게) 파시스트도 하지 않을 징계를 내렸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무히카 대통령은 1960∼1970년대 반정부 게릴라 조직 투파마로스 인민해방운동(MLN-T) 활동으로 수감돼 14년 간 복역했다. 부인 루시아 토폴란스키(69) 상원의원도 역시 혁명 투사로 13년 간 수감 생활을 핶다.
무히카 대통령은 대통령은 2009년 중도좌파연합 후보로 출마해 당선돼 오늘에 이른다. 임기는 내년 2월까지다.
'극우주의자'를 뜻하는 '파시스트'라는 발언 역시 좌파 출신인 무히카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정치적 비난인 셈이다.
수아레스는 앞서 지난 6월25일 브라질 나타우의 이스타지우 다스 두나스에서 열린 우루과이와 이탈리아의 2014브라질월드컵조별리그 D조 3차전 후반 34분 갑자기 키엘리니의 어깨를 물었다.
키엘리니가 심판에게 상처를 보여주며 항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불과 2분 뒤 어수선한 상황 속에서 터진 결승골로 우루과이가 1-0으로 승리, 16강에 진출했다.
수아레스는 사건을 일으킨 뒤에는 키엘리니의 어깨에 우연히 부딪친 것처럼 이를 잡고 '아프다' 연기를 펼쳤고, 경기가 끝난 뒤에는 "경기 중에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치부했다. 또 FIFA에 보낸 진술서에서는 "실수로 부딪힌 것"이라며 잡아떼기도 했디.
그러나 FIFA는 6월26일 수아레스에게 A매치 9경기 출장 정지와 4개월 간 축구와 관련된 모든 활동 금지, 벌금 10만 스위스 프랑(약 1억1400만원)이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결국 수아레스는 6월29일 치러진 우루과이와 콜롬비아의 16강전에 출전하지 못했고, 우루과이는 수아레스의 공백을 절실히 느끼며 0-2로 완패해 8강 진출에 실패했다.
무히카 대통령은 사건 당일 "수아레스는 누구도 깨물지 않았다. 나는 그가 어떤 선수를 깨무는 것을 보지 못했다. 축구는 원래 발차기와 주먹질이 오고 가는 운동이다"며 "축구는 심판의 말을 따라야 한다. 심판이 아니라 텔레비전의 말을 따른다면, 페널티킥과 핸드볼 반칙이 수도 없이 쏟아질 것이다"라는 억지 주장을 펴며 수아레스를 옹호했다.
심지어 "우리는 수아레스를 철학자나 기술자가 되거나 매너를 지키라고 뽑은 게 아니다. 그가 위대한 축구선수이기 때문에 대표팀에 뽑은 것이다"고까지 했다.
무히카 대통령은 6월27일에는 귀국하는 수아레스를 맞기 위해 몬테비데오 공항에 직접 나갔다가 만나지 못하기도 했다.
앞서 나온 무히카 대통령의 '제식구 감싸기'식 발언들에 대해 긍정했던 우루과이 축구계이지만, 이번 발언에 대해서 만큼은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우루과이가 추진 중인 2030월드컵 유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하는 우려 때문이다.
지난 1930년 제1회 월드컵을 개최했던 우루과이는 '100주년'이라는 의미를 가진 2030년 월드컵을 아르헨티나와 공동 개최하는 것을 FIFA에 제안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