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기철 기자] 결국 희비는 리오넬 메시(27·바르셀로나)의 발끝에서 갈렸다. 2일(한국시간) 진행된 아르헨티나와 스위스의 2014브라질월드컵 16강전은 스타 플레이어 한 명이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를 보여준 한 판이었다.
경기 전 스위스 오트마르 히츠펠트(65) 감독은 "메시를 어떻게 막는지 보여주겠다"고 호언장담했다. 자신감 넘치는 그의 말은 허언이 아니었다.
메시는 스위스의 압박 수비에 꽁꽁 묶였다. 공을 잡으면 늘 2~3명의 수비수들이 그의 주위를 둘러쌌다. 메시가 드리블로 두어 명을 제치면 이내 다른 선수들의 앞을 가로 막았다. 골문에 가까워질수록 압박의 수위는 높아졌다.
메시를 향한 견제는 후반에도 계속됐다. 물론 메시 역시 쉽게 물러나지는 않았다. 메시는 후반 23분 골대를 살짝 벗어나는 날카로운 왼발 슛으로 스위스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활동량은 그리 많지 않았지만 동료들을 활용하는 이타적인 플레이로 공격을 주도했다. 그렇지만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스위스는 미드필더진의 적극적인 수비 가담으로 메시의 창을 무뎌지게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뒤지는 만큼 수비벽을 견고히 하는 버티기 전략을 구사했다. 승부차기까지 염두에 둔 모습이었다. 스위스가 내릴 수 있는 최선의 결정이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조급해지는 쪽은 아르헨티나였다. 아르헨티나는 연장전 들어 공격의 고삐를 더욱 바짝 조였지만 좀처럼 성과는 없었다.
승부차기가 예상되던 승부에 마침표를 찍은 이는 메시였다. 연장 후반 13분 중앙선 근처에서 공을 잡은 메시는 태클을 피하며 질주를 이어가더니 페널티박스 오른쪽 측면에서 대기 중인 앙헬 디마리아(26·레알 마드리드)에게 정확히 패스를 연결, 결승골을 이끌어냈다.
메시는 자신을 막기 위해 수비가 중앙으로 집중되자 허를 찌르는 패스로 경기에 마침표를 찍었다. 118분 간 메시를 효과적으로 봉쇄했던 스위스 수비진은 한순간의 방심에 땅을 쳐야 했다.
아르헨티나는 디마리아의 한 방 덕분에 스위스를 1-0으로 격파했다. 3개 대회 연속 8강 진출이다. 3승1무(16강전 공식 기록은 무승부)로 이번 대회 무패 행진도 이어갔다.
비록 승리를 하기는 했지만 아르헨티나에는 큰 근심을 안겨준 한 판이었다. 메시를 제외한 공격 옵션은 이날도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함께 스리톱을 형성한 에세키엘 라베시(29·파리 생제르맹)와 곤살로 이과인(27·나폴리)은 침묵을 지켰다. 두 선수는 아직 골이 없다.
메시는 시간이 날 때마다 "아르헨티나는 나에게만 의존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하지만 정작 팀은 이를 증명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 상황이 계속된다면 강한 상대들이 기다리고 있는 8강부터는 훨씬 힘겨운 행보를 이어갈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