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박철호 기자] 미국 스포츠 전문매체 'ESPN'이 2014브라질월드컵에 참가한 아시아 국가들의 참담한 실패를 10가지 이유로 나누어 분석한 장문의 기사를 2일(한국시간) 게재했다.
한국을 포함해 일본·이란·호주 등 아시아 4개국은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12경기에서 3무9패라는 참담한 성적을 거뒀다. 단 1승도 거두지 못해 당연히 16강 진출이 좌절됐다.
아시아 국가가 월드컵 본선에서 '무승' 수모를 당한 것은 1990이탈리아 월드컵 이후 무려 24년만의 재앙이었다.
ESPN은 아시아 4개국의 문제로 ▲리더십 부재 ▲사령탑의 실수 ▲스타들의 침묵 ▲승리에 대한 열망 부족 ▲불운 ▲아시아 대륙의 경쟁력 부족 ▲골키퍼의 부진 ▲골잡이의 부재 ▲힘든 조편성 ▲정책 등 10가지로 나누어 설명했다.
이번 대회에서 1998프랑스월드컵 이후 16년 만에 '조별리그 무승 탈락'의 실망스러운 성적을 거둔 한국 역시 대부분의 문제점에서 예로 거론됐다.
ESPN은 '리더십의 부재'를 설명하면서 홍명보(45) 축구대표팀 감독이 월드컵 전 박지성(33·은퇴)을 찾아가 대표팀 합류를 요청한 일화를 소개했다.
이 매체는 "무릎이 고장난 박지성은 홍 감독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못했다"며 "박지성의 불참으로 한국은 그가 가진 경험과 리더십을 모두 놓쳤다"고 설명했다.
'사령탑의 실수'에서는 홍 감독의 수비운영 실패와 박주영(29) 기용고집이 지적됐다.
ESPN은 "홍 감독은 한국의 '관대한 수비'를 다루는데 실패했다"며 "또한 팬들과 언론이 모두 좋아하지 않은 득점력 부족한(goalshy) 박주영을 붙박이 기용했다"고 꼬집었다.
박주영은 '스타들의 침묵'과 '골잡이의 부재'에서도 다시 거론됐다.
매체는 "많은 한국 축구팬들은 소속팀에서 뛰지 못한 박주영이 기용되는 것에 반대했다"며 "한국 축구팬의 걱정은 (월드컵에서) 실제로 증명됐다"고 설명했다.
'골키퍼의 부진'에서는 "한국의 정성룡 골키퍼는 러시아전과 알제리전에서 인상적이지 못했다"고 거론했다.
러시아전과 알제리전을 풀타임 출전한 정성룡은 2경기에서 5골을 내줬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1일 공개한 '캐스트롤 인덱스'(Castrol Index)에 따르면 정성룡은 32개국 골키퍼 중 4번째로 낮은 점수를 기록했다.
'아시아 대륙의 경쟁력 부족'(Developing Asia)에서도 한국은 빠지지 않고 거론됐다.
ESPN은 "한국은 지역 예선에서 부진했음에도 불구하고 월드컵 출전권을 획득했다"며 "(유럽 등) 강한 대륙에 속한 국가였다면 한국은 지역 예선에서 탈락했거나 전력을 강화해야 했을 것"이라고 일침했다.
'승리에 대한 열망 부족'을 설명하면서는 아시아 국가들의 '너무 얌전한 축구'가 도마 위에 올랐다.
매체는 "승리에 대한 불굴의 열망은 우루과이처럼 작은 나라를 축구 강국으로 만든다"며 "아시아 국가들은 그들의 인정사정없는 불굴의 의지를 배워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너무 뜨거운 승리에 대한 열망으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게도 하지만 한국과 일본은 이를 곰곰이 생각해야 한다"며 "필요하다면 이기기 위해서는 독해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꼽은 '정책'에서는 축구협회의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해 친선전을 제대로 치르지 못했던 이란의 사례가 소개됐다. 하지만 한국의 사례는 없었다.
한편 이 분석기사는 한국 축구팬들에게도 잘 알려진 존 듀어든 칼럼니스트가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