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송경호 기자] "'명랑소녀 성공기'를 찍을 때는 대화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촬영 일정이 바빴어요. 한 회가 60신 정도로 이뤄지는데, 나라 씨와 제가 나오는 장면이 50신 이상이었거든요. 많을 때는 58신을 찍었죠. 그렇게 드라마 끝내고 서로 연락을 안 했어요. 재밌는 건 12년 만에 나라씨를 만났는데 그때의 좋았던 느낌이 여전히 남아있더라고요."
장혁(38)과 장나라(33)가 12년 만에 만났다. 두 사람은 2002년 SBS TV 드라마 '명랑소녀 성공기'에 남녀 주인공으로 출연해 드라마를 평균시청률 30%가 넘는 인기극으로 이끌었다.
이들이 다시 함께 출연하는 드라마는 MBC TV 새 수목극 '운명처럼 널 사랑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로맨틱 코미디물이다. 장혁은 재벌3세 '이건', 장나라는 평범한 로펌 계약직 직원 '김미영'을 연기한다.
'운명처럼 널 사랑해'는 하룻밤 실수로 동침하게 된 남녀가 아이를 갖게 되면서 겪는 이야기다.
방송 중인 KBS 2TV '조선총잡이', 방송 예정인 SBS TV '괜찮아, 사랑이야'와 맞붙는다. '조선총잡이'에는 이준기와 남상미, '괜찮아 사랑이야'에는 조인성과 공효진, 그리고 노희경 작가가 포진했다.
장혁과 장나라에게는 특명이 떨어졌다. MBC 수목미니시리즈를 살리라는 것. MBC 수목드라마는 지난해 말부터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로맨틱 코미디의 관건은 남녀주인공의 연기 호흡이다. 이들이 어떤 연기를 보이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로맨틱 코미디는 촬영 현장에서 좋은 장면이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남녀 주인공의 연기 호흡이 매우 중요하죠. 제가 이 드라마를 제안받고 흔쾌히 수락한 것은 12년 전 나라씨와의 호흡이 정말 좋았기 때문입니다. 제가 던지는 걸 다 받아줘요. 사소한 행동 하나까지도요. 나라씨와 재밌게 놀 수 있을 것 같아요."
장혁은 "장나라와 연기하는 느낌에는 뭔가 독보적인 게 있다"며 "마치 12년 전에서 멈춘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장혁이 로맨틱 코미디를 찍은 건 12년 전이다. 장나라와 '명랑소녀 성공기'에 출연한 뒤 그가 이 장르에 출연한 적은 없다. 그 사이 주로 남성미 넘치고, 진지한 역할을 맡았다. 2010년에는 KBS 2TV 드라마 '추노'로 연기대상을 받기도 했다. 어느 정도 같은 이미지를 반복해온 면이 있다. 그런 그가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에 출연한다.
"무겁다기보다는 캐릭터에 치우친 연기를 많이 했다. 그래서 재밌게 할 수 있는 작품을 찾았다"며 "그렇다고 해서 연기하는 데 어색한 건 없다"고 말했다. 장혁은 홈드라마나 가족드라마를 찾았다. 그런데 그가 택한 작품은 로맨틱 코미디다.
"'운명처럼 널 사랑해'는 기본적으로 남녀의 사랑이야기이지만, 두 사람이 어떻게 가족이 되느냐의 문제 또한 중요하다"고 봤다.
이건은 9대 독자다. 그의 집안은 장남이 30세에 죽는 저주에 걸렸다. 그의 부모도 저 세상으로 갔다. 이건은 고아다. 반대로 김미영은 따뜻한 가정에서 자란 여자다. 이건과는 살아온 환경이 다르다. 이렇게 다른 두 사람 사이에 아이가 생기면서 어떻게 가족이 되는지 그리는 게 이 드라마의 목표다.
"저희 드라마에는 로맨스만 있는 게 아니에요. 가족이야기와 거기에서 오는 휴머니즘이 있어요. 코믹한 요소가 많은 초반부가 지나면 분명 감동 받을 수 있을 겁니다."
장혁은 시청률 문제에 대해서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했다. "부담감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작품만 잘 나오면 된다는 마음은 아니다"고 말했다. "배우와 감독, 스태프가 힘을 합쳐 설득력 있는 드라마를 만들어낸다면 시청률도 올라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첫 회 시청률로 "52%"를 말하며 웃었다.
2일 첫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