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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와 드라마, 테크놀리지의 결합 <달그림자>

시사뉴스 기자  2001.11.09 00: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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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와 명작 희곡, 테크놀로지의 만남



드라마가 있는 대형 모던 발레 ‘달그림자’



중견 안무가 박인자
교수가 고전 희곡 ‘보이체크’에 도전했다. 11월 2일부터 3일까지 호암아트홀에서 공연되는 ‘달그림자’는 발레에 희곡을 도입, 드라마가
있는 새로운 발레를 선보일 예정이다.

‘보이체크’는 24세에 요절한 독일의 천재작가 게오르그 뷔히너가 만든 4개의 작품 중 마지막 작품이자 미완성으로 남겨진 희곡이다. 지식인들과
부유한 자들의 오만을 질타하는 이 작품은, 1820년대 발표되었지만 시대를 뛰어넘는 보편성을 지니고 있다. 박 교수가 ‘보이체크’를 발레로
재해석하고자 하는 의도도 등장 인물들이 지닌 항구성이 때문이다.

“‘보이체크’는 권력, 지식, 자본의 힘에 밀려 벼랑 끝으로 가는 오늘날 우리의 모습을 너무도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더욱이 고조된 감정의
사랑과 절망, 싸움과 죽음이 공존하는 이 작품은 현대 발레로 표현하기에 적합한 것으로 생각했다.”

춤으로 세세한 내용을 전달하기에는 한계가 있지만, 박 교수는 각 등장인물의 심리상태와 감정의 변화, 상황에 대한 반응, 그리고 분위기를
은유적으로 보여줄 계획임을 밝혔다. 주인공 보이책과 마리, 악대장이 핵심인물이고 그 외의 군무진들은 상황 부각을 위한 보조나 상황 그 자체,
혹은 배경으로 설정되었다.


‘컴퓨터 비디오 페인팅’한국 발레와 결합

‘달그림자’는 희곡과 발레의 만남 외에도, ‘컴퓨터 비디오 페인팅’이라는 테크놀로지와의 결합을 시도한 점이 특이하다.

‘컴퓨터 비디오 페인팅’은 러시아 컴퓨터 그래픽 아티스트 올가 쿠메거가 창조해 특허를 신청해 놓은 새로운 장르의 예술이다. 올가는 이번
공연을 위해 내한, 박인자 발레단에 합류했다. ‘특별한 리얼 타임 회화’라고 불리는 올가의 작업은 보이책이 고뇌하는 장면에서 사용될 것이다.
올가와의 만남은 관객에게 무엇인가 신선한 볼거리를 제공해야 한다는 박교수의 평소 생각이 빚어낸 결과이다.

테크놀로지로 장식될 고뇌하는 보이 체크의 인물 묘사는 ‘달그림자’가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외에도 캐릭터 부각에 각별한
정성을 들였다. 매일 완두콩만 먹고 명령에 따라 오줌을 눠야하는 말단 소총수인 주인공 보이 체크를 비롯해, 돈 때문에 바람을 피우는 아내,
권력으로 상징되는 악대장, 지식으로 상징되는 박사 등 개성적인 인물들이 메시지와 이미지 전달에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이다.

보이체크 역에는 연기파 무용수이자 안무가인 제임스 전(서울발레 시어터 상임 안무가)이, 아내 마리 역에는 박인자 발레단 수석 무용수 정미란이,
악대장 역에는 국내 정상급 현대 무용수 김형남(세종대 겸임교수)이 캐스팅 되었다. 툇마루현대무용단 남성 무용수들과 박인자 발레단 정상급
무용수 20여 명의 화려한 군무도 이번 공연의 볼거리이다.



문의: 02)710-9450




정춘옥 기자 ok337@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