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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놀이 밀고 당기기

시사뉴스 기자  2001.11.09 00: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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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놀이’ 놓고 밀고 당기기



등돌린 극단 미추와 MBC, ‘마당놀이’ 상표권 갈등 심화



‘마당놀이’가 상표권
분쟁에 휘말렸다. 시작은 이렇다. 극단 미추(대표 손진책)가 ‘마당놀이 변강쇠전’ 공연을 앞두고 광고를 하자, 비슷한 시기에 ‘마당놀이
암행어사 졸도야!’를 공연하는 MBC가 미추 앞으로 “ ‘마당놀이’ 명칭을 사용하지 말라”는 공문을 보냈다.

“ ‘마당놀이’ 명칭은 94년 MBC가 상표 등록을 했으므로 허락 없이 사용할 수 없다. 상표 사용을 중지하고 신문광고, 현수막, 유인물
등을 모두 폐기해 달라”는 것이 MBC의 요구이다.

미추는 광고물 폐기를 거부했다. ‘마당놀이’는 70년대부터 쓰인 보통명사라는 것이 미추의 견해. 국어사전에도 나오고, 60년대 이후 북한에서도
사용된 표현이다. ‘연극’이나 ‘영화’ 같은 예술 장르의 명칭이지, 상표명이 아니다”

MBC는 미추를 상대로 서울지방법원 남부지원에 상표권의 사용중지를 요청한 가처분 신청을 청구했다. 이에 대해 미추는 ‘변강쇠전’의 기획사인
스타식스 코리아(대표 이승헌)와 함께 17일 특허청을 상대로 ‘상표권 등록 무효심판’을 청구함으로서 맞대응에 돌입했다.


미추와 MBC, 동업자에서 경쟁자로

사건의 발단은 미추와 MBC의 결별이다. 그동안 마당놀이는 1981년 ‘허생전’을 시작으로 두 해를 제외하고 20년간 MBC가 돈을 대주고,
미추가 제작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왔다. 그러나 올해는 각각 다른 작품을 내놓으면서 경쟁하는 사이가 되었다. 양측이 밝히는 결별 사유는 판이하다.


MBC의 입장은 ‘물갈이’가 필요했다는 것이다. “이제는 새로운 방향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형식도 바꾸고, 출연자도 교체할 것을 요청했으나,
미추는 전통연희양식을 고집했다”

반면, 미추는 MBC의 지나친 상업성 때문에 파경에 이르렀다고 말한다. “MBC 제작부가 맡았을 때는 평탄했던 관계가, 사업부로 넘어가면서
갈등이 잦아졌다. 사업부 담당자들은 대부분 문화적 의식이 얕았다. 그나마도 담당자가 계속 바뀌었기 때문에 상호 커뮤니케이션에 한계가 있었다.”
한마디로 마당놀이를 ‘예술’보다 ‘돈벌이’로 인식하는 MBC의 요구사항을 더 이상 받아줄 수 없었다는 뜻이다.

‘마당놀이’ 라는 명칭은 81년 극작가 김지일씨의 제안을 당시 TV제작국 표재순 부국장이 응해서 결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씨는 미추의
대표이자 연출가인 손진책씨와 함께 현재의 마당놀이를 구축했다. 그는 이번 ‘변강쇠전’의 작가이기도 하다.

손대표를 비롯한 미추 단원들은 20년간 마당놀이 공연에 힘써 온 만큼 MBC에 대한 서운함이 크다. 배우 김성녀씨는 오늘날 마당놀이의 형태는
MBC가 단독적으로 이루어낸 성과가 아님을 강조했다.

“처음에는 아무도 마당놀이를 인정해주지 않았다. 국악 쪽에서도, 연극 쪽에서도 정통이 아니라고 비난했다. 마당놀이가 독자적인 영역을 확보하기까지는
미추 단원들의 열정과 노력, 그리고 관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마당놀이,
장르 명칭인가 독점 상표인가?


미추측 변호사인 박상기씨는 ‘마당놀이’가 보통명사일 뿐 아니라, ‘관용표장’에 해당되므로 등록 자체가 무효라고 주장한다. ‘관용표장’이란,
습관적으로 사용되는 마크로 이미 식별력을 잃어버린 상표를 지칭한다. 최근의 예로 오리온의 ‘초코파이’를 들 수 있다. ‘초코파이’의 경우
등록이 무효가 되었다.

MBC측 변호사의 생각은 다르다. 법무저작권부 최정환 변호사는 ‘마당놀이’는 문화방송이 기획했으며, 용어 또한 새롭게 만들어낸 것이라고
반박한다.

“장르로 만들고 정형화시킨 것은 MBC다. ‘초코파이’는 방치해서 보편화된 경우인데, 문화방송은 남용을 미연에 막아서 권리를 보호받으려고
하는 것이다. 미추는 예외 사유를 주장하고 있는 만큼 설득력이 미약하다.”

손대표는 서명을 받는 등 강경 대응책을 고려하고 있어 사건이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원만한 해결을 원했는데 법정 싸움까지 이르게 된 것에
대해 관객에게 죄송하다. 마당놀이라는 예술 장르를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MBC는 일련의 사업인 만큼 마당놀이를 언제고 폐기할
수 있지만, 우리는 끝까지 마당놀이를 만들어가야 할 사람들이다. 개인의 판단으로 고유의 문화이자 독자적인 장르가 좌지우지 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한편, 스타식스 코리아는 미추와 함께 ‘정동마당놀이극장’(가칭) 개설을 추진중이다. 이미 ‘난타 전용관’을 만들어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스타식스 코리아는 마당놀이의 문화적 활성화를 위해 전용극장 설립을 결정했다. ‘공연장업’으로는 ‘마당놀이’가 등록되지 않은 상태다. 따라서
만일 법이 MBC의 손을 들어준다고 해도 전용극장의 명칭은 영향을 받지 않는다.







질펀한 서민의 삶



미추 마당놀이 ‘변강쇠전’


일시 : 11월 9일 - 12월 9일 / 장소 : 정동이벤트홀 / 문의 : 3442-4684

지난 10여년동안
마당놀이 관객리서치에서 독보적인 1위를 차지했던 ‘변강쇠전’. 방송사와의 결별이후 드디어 미추가 ‘변강쇠전’을 선보인다.

통상 ‘변강쇠전’이라면 노골적인 성적 표현이 우선 연상되겠지만, 연출자는 유민인 강쇠와 옹녀에게서 악조건 속에서 발휘되는 인간의
원초적 욕구, 혹은 금기와 권위에 대한 저항 등을 읽을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지나친 의미부여는 철저히 경계한다. 마당놀이의
코드는 바로 관객이고, 관객이 놀이의 완성자가 되어야 함을 잘 알기 때문이다. 마당놀이의 고수 윤문식, 김성녀, 김종엽이 올해도
구수한 입담과 넉살로 관객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확 바뀐 춘향전


MBC 마당놀이‘암행어사 졸도야!’


일시 : 11월 17일 - 12월 9일 / 장소 : 장충체육관 / 문의 : 1588-7890

춘향전,
그 이후 스토리가 엽기와 퓨전으로 다시 태어났다.

돈도, 빽도, 든든한 배경도 없는 이몽룡(최낙희)이 15년 평어사를 때려치우고 출세를 향해 야심을 불태운다. 남편의 신분상승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고 현란한 선거유세 계략을 도모하는 춘향이(오정해). 정권이 바뀌어도 변함없는 정치줄타기 대표주자 변학도(양택조).


이들 캐릭터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암행어사 졸도야!’는 스타군단에 풍자적인 인물들을 앞세웠다. 화려한 락밴드와 흥겨운 우리가락의
절묘한 조화가 압권이 될 듯.






정춘옥 기자 ok337@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