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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탱고! 우린 음악으로 말한다

시사뉴스 기자  2001.11.19 00: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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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고, 우린 음악으로 말한다!


국내연주자들에 의해 처음 선보인 <퍼스트 탱고 (First Tango)>



무대위에는 피아노,
첼로, 콘트라베이스, 섹소폰만이 놓여져 있었다. 그 곳은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후미진 골목에서 들려오는 사람들의 웃음소리, 술잔 부딪히는
소리는 기대하기 어려운 조용한 소극장이었다. 스카프를 몸에 두르고 나타나 등장부터 심상치 않은 네 명의 연주자가 악기에 손을 대었다. 탱고춤으로
널리 알려진 ‘라 쿰파르시타(La Cumparsita)’가 연주되면서 저 바다너머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삶에 지친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오는
듯 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정서에 잘 맞아

지난 10월 30일부터 홍대 앞 떼아뜨르 추에서 열리고 있는 <퍼스트 탱고>는 한국에서 최초로 열렸던 전문적인 탱고연주자들의
공연이다. 그래서 제목도 말 그대로 첫번째 탱고다. 손진(섹소폰)과 한정림(피아노, 편곡)이 이끄는 ‘서울퓨전앙상블’은 지난 여름 공연을
가진 이후 대중들의 감성을 울릴 수 있는 가을이라는 계절을 택해 다시 우리들 앞에 앵콜공연으로 찾아왔다.

<퍼스트 탱고>를 보러 온 사람은 20, 30대가 대다수였고 그리 많지 않았다. 대중들의 반응을 묻자 손진씨는 웃으며 대단하다고
말했다.

“사람 수로 보자면 말하기 어렵지만 한 번 온 사람들은 꼭 탱고를 다시 찾아요. 어떤 사람은 공연이 끝나고 난 후에 탱고동호회에 가입했다고
전화를 주기도 합니다. 또 곡이 짧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한 곡당 5, 6분 연주니 결코 짧다고 할 수 없지요. 연주에 빠져들어서 짧다고
느낀 겁니다. 그만큼 탱고의 매력에 빠져버리는 거죠.”

한 번 빠져들면 매니아가 되어 버리는 이유를 손씨는 “탱고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정서와도 잘 맞아요. 남미와 우리나라는 역사적으로 비슷하거든요.”라고
얘기했다. 한정림씨도 같은 생각이지만 그 이유에 대해서는 자신하지 못했다.

“저도 탱고가 우리정서와 비슷하다고 생각하지만 혹시 우리가 서양음악을 연주하기 때문에 익숙해서 그런 것이 아닐까라는 의심도 듭니다.”

대중과 호흡하지 못하면 음악은 그 가치를 잃어버린다는 손진씨는 공연이 끝난 후 “어떤 곡을 연주할까요?”라며 앵콜곡을 객석에 물었다. 다른
연주자나 가수들이 앵콜곡을 미리 준비하는 반면 이들은 즉석에서 객석의 신청곡을 받아 연주했다. 이것은 <퍼스트 탱고>가 대중과의
교감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이들이 ‘대중과의 교감’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과 삶의 애환을 표현한 탱고를 연주하게
된 이유에는 분명 삶과 사람이라는 공통점이 존재하고 있었다.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의 음악이었던 ‘탱고’

우리에게 탱고는 꽤나 익숙하다. TV광고음악, <여인의 향기>나 <트루라이즈>, <해피 투게더>와 같은
영화로 많이 알려진 탱고는 예전의 정열적이고 세속적인 춤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이제는 하나의 음악장르로 자리잡고 있다.

음악감독인 심현정씨는 “많은 사람들이 탱고를 화려하고 열정적인 음악으로 알고 있지만 탱고의 시작은 그렇지 않아요.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이
자신들의 삶에서 비롯된 권태감과 고독감을 표현하면서 음악은 시작되었죠.” 라며 탱고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지적했다.

19세기 말 아르헨티나의 항구도시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태어난 탱고는 가난하고 소외된 하층민의 쪼들린 삶과 체념어린 인생관 등을 표현한
음악이다. 20세기 유럽으로 건너가면서 품위있는 댄스음악으로 변모하게 된 탱고는 1960년대에 접어들면서 아스토르 피아졸라에 의해 다시
한 번 태어난다. 이후 1977년 아르헨티나 정부가 매년 12월 11일을 탱고의 날 로 정하면서 탱고는 제 2의 도약기를 맞는다.


탱고의
거장 ‘아스토르 피아졸라’와의 만남


<퍼스트 탱고>의 선곡을 보면 귀에 익숙한 영화음악이나 팝송이 연주되기도 하지만 ‘리베르탱고(Libertango)’, ‘아디오스
노니노(Adios Nonino)’, ‘윈디(Windy)’ 등 대부분이 아스토르 피아졸라의 곡이다. 탱고에 독창적인 화음체계를 끌어와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4계’ 등 새로운 차원의 탱고를 선보인 피아졸라는 유럽중심이었던 탱고를 다시 원래의 아르헨티나의 음악으로 재편성했다.

“피아졸라는 미국에서 음악공부를 하지만 자신의 음악을 찾지 못하고 방황했어요. 오랜 방황 끝에 찾아낸 것이 바로 탱고였죠.”라고 음악감독
심현정씨는 말했다. 이 말에서 피아졸라의 방황의 삶이 탱고에 그대로 녹아져 있음을 알 수 있다.

피아졸라의 탱고가 등장한 이후 클래식 연주가들도 앞다투어 피아졸라의 탱고를 연주하게 되었다. 특히 바이올리니스트 기돈 크레머는 피아졸라
예찬 이라는 음반을 발표했으며, 탱고를 전문적으로 연주하기 위해 1997년에 크레메라타 발티가 체임버 오케스트라를 창단하기도 했다. 또한
첼리스트 요요마나 정명훈이 이끄는 산타 체칠리아 내쇼널 아카데미도 탱고음반을 선보인 적이 있다.

<퍼스트 탱고>에서는 피아졸라의 음악을 원곡 그대로 연주하지 않았다. 탱고음악 자체가 즉흥적인 면이 있으나 이 공연에서는 피아졸라를
재해석하겠다고 말한 만큼 편곡에 중점을 두었다. 편곡을 담당한 한정림씨는 ‘피아졸라’의 재해석을 이렇게 설명했다.

“피아졸라는 듣는 탱고, 보는 탱고를 나누고 있지만 우리는 탱고를 나누어서 보지는 않아요. 음악은 즐기는 거죠. 탱고는 특히 감성적이고
즉흥적이라 리듬부분은 원곡을 따르고 선율이나 멜로디, 박자 등은 다 변형시켰어요. 즉흥적인 연주도 많구요.”

이번 공연은 기존의 클래식 연주회의 형식을 깨지 못해 탱고음악을 처음 듣는 이라면 지루함을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퍼스트 탱고>는 틀을 깨는 더 나은 공연을 준비하고 있었다. 매일 바뀌는 연주곡, 탱고공연을 더 풍성하게 만들 여러
영상들, 그리고 연주자들의 특별이벤트까지 준비하면서 공연이 끝나는 12월까지 전혀 색다른 공연을 만들어나겠다고 한다.

가을도 어느덧 끝자락에 접어들었다. 삶에 쫓기느라 단풍놀이도 못 가고 책 한 권도 읽지 못한 사람이라면 탱고음악으로 삶의 여유를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마지막으로 이들은 공연에 오는 사람들에게 당부했다.

“탱고는 감성적인 음악입니다. 그냥 오셔서 노곤했던 하루를 달래고 편안하게 들으시면 돼요. 탱고에 취해 다음에 또 찾으면 더 좋겠지만요.”


First Tango(퍼스트 탱고)

일시: 10월 30일 ~ 12월 2 일 평일-7:30 / 토-4:30, 7:30 / 일-4:30

장소: 떼아뜨르 추 / 문의: 02)325-5574 (월요일 공연 없음)





이혜선 기자 <www.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