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에볼라 바이러스가 서아프리카 지역을 강타한 가운데 미국 정부와 세계보건기구(WHO)가 임시치료제인 지맵(ZMapp)을 사실상 치료약으로 승인했다.
11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미 식품의약국(FDA)은 라이베리아 정부에 에볼라 실험용 치료제를 제공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 실험용 치료제는 우선 바이러스에 감염된 의료진들에게만 사용될 예정이다.
라이베리아 정부는 이날 공식 웹사이트를 통한 성명에서 "미국 정부에서 이번주 실험용 치료제를 보내오기로 했다"며 "마가렛 찬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도 이번 조치에 동의했다"고 전했다.
앞서 맵바이오파마수티컬이 개발 중인 에볼라 치료제 지맵(ZMapp)은 미국인에 가장 먼저 사용됐다. 담배와 쥐에서 추출한 에볼라 항체를 혼합해서 만든 일종의 '항체 칵테일'이다.
라이베리아에서 의료 활동을 벌이다 에볼라에 감염된 미국인 의사 켄트 브랜틀리 박사와 낸시 라이트볼은 지난 4일 지맵을 투여받았다. 이들의 상태가 점점 호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각국 정부가 지맵에 매달리게 된 것.
이후 스페인 보건부도 라이베리아에서 의료선교 활동 중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돼 마드리드로 이송된 자국 신부 미겔 파하레스에게 지맵을 투여하기로 결정, 미국으로부터 이 실험용 치료제를 공급받았다.
가장 큰 문제는 지맵이 안전성 검증을 받지 못한 시험 단계의 치료제라는 것이다. 에볼라 바이러스에 대한 여러 종류의 치료제가 개발됐지만 아직까지도 시험 단계에 있고 임상실험은 사람이 아닌 동물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아직까지 국제사회에서는 임시치료제 승인에 대한 안전성 문제와 본격적 공급 시기, 투여의 우선순위 등을 놓고 갑론을박이 계속되고 있다.
미국 뉴욕주립대(NYU) 랭건 의학센터의 아서 캐플런 의료윤리부장은 캐플런 부장은 시험 단계의 치료제를 사용토록 허용한다면 어떤 여건에서 이를 사용토록 할지가 차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급 물량이 제한돼 있는 상황에서 우선순위를 정해야 하는 문제도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맵바이오 측도 남은 지맵 물량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본격 생산에 착수한다고 해도 서아프리카 의료진에 전달되기까지는 수 개월이 걸릴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WHO는 11일 의료 윤리위원회를 열어 임상실험을 거치지 않은 실험 단계 에볼라 치료제를 의약품으로 승인할 것인지를 논의했으며 곧 사용 여부에 대한 결정을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