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조종림 기자] 영화 '스텝 업' 시리즈는 '스트리트댄스 무비'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작품으로 평가 받는다. 시리즈마다 선보인 인상적인 댄스 퍼포먼스는 국내외 댄스프로그램에서 단골처럼 등장한다. 세계적인 춤꾼들이 커버댄스로도 선보였다.
2006년 '스텝업' 1편을 시작으로 '스텝업2-더 스트리트'(2008), '스텝업 3D'(2010) '스텝업4-레볼루션'(2012) 등 2년 주기로 새로운 댄스를 제시했다. 영화 자체의 작품성에 대해서는 평가가 갈린다. 그러나 영화 속 춤에 대해서 만큼은 호평이 대부분이다.
중심에는 '스텝업' 시리즈 전편의 안무를 담당한 미국 안무가 자말 심스(43)가 있다.
제작진은 "'스텝업'시리즈를 이어주는 연결조직세포와 같은 존재이며, 늘 큰 그림들을 살펴보고 장면에서 근본적 특성을 찾아내는 능력이 있다"라고 칭찬할만큼 이 영화의 기획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서울의 호텔에서 만난 심스는 "정말 한 마디로 엄청나게 좋은 경험이었다"며 즐거워했다. "1편의 앤 플레처 감독, 3편의 존 추 감독에게 영화 연출에 대해서도 배웠다. 무엇보다 이 시리즈가 사랑을 받아서 정말 감사하다."
무엇보다 "안무가로서 짧은 기간에 다양한 종류의 군무를 만들고 준비할 수 있는 법을 배웠다"면서 "새로운 편을 만들 때마다 전편을 극복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었는데 이를 더는 방법도 익힐 수 있었다"고 전했다.
9월3일 국내 개봉을 앞둔 '스텝업' 시리즈의 결정판이자 제5편인 '스텝업: 올인'에서도 역시 총감독을 맡았다. 그간 시리즈에서 등장한 모든 춤을 아우르는 '갈라쇼' 같은 느낌이다. 세계에서 가장 화려한 도시 라스베이거스에서 보다 다양해진 댄스를 선보인다.
심스는 "물, 불, 모래, 전기 등 다양한 소재를 활용한 퍼포먼스"라면서 "시리즈의 피날레 같은 느낌"이라고 소개했다.
'스텝업'도 일정 부분 기여했지만 댄서의 위상이 몇 년 새 눈에 띄게 달라졌다. "이제 댄스를 순수예술 장르로 여겨주는 것 같다"면서 "내가 젊었을 때는 춤을 출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았다. 지금 댄서들은 춤을 업으로 삼을 기회가 많이 생겨 기쁘다"며 웃었다.
심스는 제니퍼 로페즈, 마돈나, 마일리 사일러스, 어셔 등 팝스타들의 뮤직비디오와 무대의 포퍼먼스를 맡으며 입지를 다졌다. '태양의 서커스'의 '마이클 잭슨: 더 이모털 월드 투어', 뮤지컬 '렌트', 제82회 아카데미 시상식 공연 안무를 연출하는 등 가장 유명한 안무가 중 한 명으로 떠올랐다.
언제부터 춤을 췄을까. "내가 기억하는 한 항상 춤을 추고 있었다"면서 "춤을 평생 추고 싶다는 생각은 영화 '더 위즈'(The Wiz·1978)을 보면서 들었던 것 같다. '오즈의 마법사'를 각색한 뮤지컬 영화로 마이클 잭슨과 다이애나 로스가 나왔는데 솔 음악이 아주 좋았다. 그 때부터 춤을 너무도 추고 싶었다."
태블릿 PC 광고와 기내 안전 비디오 등 새로운 분야에 안무를 적용하고 있는 그는 자신이 춤과 음악을 도맡은 영화를 만들고 싶은 것이 궁극적인 바람이다.
자신이 연출하는 다큐멘터리를 찍고 있다. 제목은 '리브(live)'로 언더그라운드에서 여자들이 추는 '스테핑(stepping)' 팀 크루에 남자가 포함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다큐멘터리 속 주인공들은 돈이 되지 않는 춤인데도 열심히 춘다. 그 과정을 따라가는 영화"라고 전했다.
이번에 첫 내한한 심스는 한국인들은 인상이 좋다고 했다. 15일 밤 엠넷 댄스 서아비벌 프로그램 '댄싱9' 시즌2 결승무대의 오프닝을 안무하고 심사위원을 맡기도 했다.
이날 MVP를 차지한 김설진을 비롯해 블루아이·레드윙즈 팀 댄서 18명이 퍼기의 '어 리틀 파티 네버 킬드 노바디(A Little Party Never Killed Nobody)'에 맞춰 춘 춤은 두 팀의 우승에 대한 집념을 형상화했다. 짧은 시간이었음에도 두 그룹의 절묘한 동선과 댄서들의 특징을 살린 춤은 심스의 능력을 가늠하기에 충분했다.
"한국 젊은 댄서들은 정말 열심히 한다. 너무 근면해서 휴식을 잠시 취하라고 해도 쉬지 않고 연습만 하더라. 사실 이런 댄스 경연 프로그램에서 마지막까지 남은 이들인만큼 실력은 다들 뛰어날 것이다. 잠깐 봤지만 다양한 재능을 가진 댄서들 같았다."
심스는 그룹 '빅뱅' 멤버 태양의 '링가링가'와 '엑소' '인피니트' '비스트' 등 절도 있는 군무로 유명한 한류그룹들의 안무를 봤다. 특히 '링가링가'는 '스텝업: 올인'에도 등장하는 안무가 패리스 고블의 작품으로 태양의 안무를 보는 순간 그가 만든 작품이라는 걸 눈치챘다. 한국의 아이돌 그룹 춤도 높이 평가했다.
건축물, 음악, 오래된 고전 영화에서 영감을 얻는다는 심스는 "춤은 삶 자체"라며 눈을 빛냈다. "춤은 삶을 행복하게 만들어준다. 행복하게 살게끔 도와준다." 춤을 처음 배울 때 유념해야 할 부분으로는 "실수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면서 "결국 조금씩 나아지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댄서에게는 세월이 적이다. 심스는 그러나 두려워하기보다는 적극적으로 맞서야 한다고 권했다. "안무가들이 오랫동안 활동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 어떤 직업이든 나이가 들면 변화에 마주친다. 주변상황이 변화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댄서든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든 항상 변화를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나 역시 항상 또 다른 도전을 찾고자 한다."
한편, '스텝업5'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쇼 배틀 '더 보텍스'에 참가한 션이 주축인 '엘레멘트릭스' 팀이 강력한 우승후보 '그림 나이츠', 션의 과거 동료가 이끄는 '더 몹'과 대결하는 과정을 그린다. 감독은 트리시 시에가 맡았다. 라이언 구즈먼, 브리아나 에비건 등이 출연한다. 수입배급 나이너스엔터테인먼트, 러닝타임 111분, 12세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