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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중국 병원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나?

시사뉴스 기자  2001.12.04 00: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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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중국 병원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나?


재정 악화와 낮은 의사수입으로 의료서비스 질 최악 상태



최근 의료개혁이 중국
민중들 사이에서 가장 큰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의 국무원이 1999년 하반기 조사를 살펴보면, 중국 국민들이 가장 우려하고 있는
문제는 실업문제나 자녀 구직 등의 문제가 아니라 바로 ‘병원 가는 일’이 문제가 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의료문제 도마 위에 올라

중화 민족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로, 중국에서 의사의 위치는 늘 존중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었다. 그러나 몇 년 사이 중국 사회에서 의사의
권위가 땅에 떨어지고, 중국인들이 조사 결과처럼 ‘병원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데에는 몇 가지 원인이 있다.

요즘 잡지나 신문, 텔레비전을 접할 때면 의료 분쟁이나 의료보험등과 관련된 소식들이 적지 않게 오르내리고 있어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병원을 다녀온 환자들 사이에서는 하얀천사가 흰 늑대가 되었다며 비판하고 나서는 등 중국 사회에서도 의료 사고문제가 도마
위에 올려졌다.

대학 2년생이 외과 주임을 맡고 있다, 한번 수혈로 평생 에이즈 환자가 되고, 감기 진료비가 1000위엔(16만원)이라는 등 병원 처방에
대해 불만이 날로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의사들의 도덕 문제까지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또 하나는 중국 의사의 수입이 절대적으로 낮은 데에서 오는 문제도 무시할 수 없는 원인이다. 많은 독자들은 중국 고소득층에서 의사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라 오해하고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실제는 그렇지 못하다. 20년 동안 의사를 해 온 중국의 모 의사는, 20년전 그가 대학을 졸업하고 의사로서 받은 첫 월급이 46위엔(7176원)이었으며,
20년 동안의 순수입이 10만위엔(1,560만원)에도 못 미친다고 밝혔다. 중국 의사들의 실질적인 위치를 나타내주고 있는 단적인 예이다.


병원재정의 악화에 따른 삼류급 진찰

중국에서 의사가 전문직이라는 인식이 낮은 이유는, 중국이 해방된 이래 정부에서 병원을 복리기관으로 여기고 치료비용 또한 낮추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병원의 재정상황은 악화되기 마련이었다.

부족한 병원의 재정이 낳은 부작용은, 병원에서 환자에 대한 적절치 못한 태도와 최고급 종합병원에서 의사의 삼류급 진찰 태도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중국에서 병원을 가게 되면, 접수를 시작으로 혈압을 재고 지난 병력 차트를 살펴 본 후 약 처방을 내리는 게 순서이다. 얼마
전까지 중국의 퇴직한 노인들은 종합병원에서 무료로 진찰을 받아 볼 수 있었다. 이렇게 10분이면 모든 진찰이 끝난다. 그러나 병원 측에서
이들을 대하는 태도는 아주 냉정하다. 그 단적인 예로, 한 퇴직한 회계사 심씨는 관절병으로 인해 제대로 걸을 수 없어, 한 유명한 외과를
찾아 갔다. 담당의사는 관절을 치환하는 수술을 해야만 정상적으로 걸을 수 있다고 해 수술을 받았지만, 1년이 지나자 다시 걸을 수 없게
되는 일이 벌어졌다. 심씨는 담당의사를 찾아가 어떻게 된 일이냐 묻자, 오히려 환자를 탓하며 그냥 넘어갔다는 것이다. 결국 그는 목발을
짚는 신세가 되어 버렸고 이런 사례들은 실제로 더 많은 것으로 중국 사회에 알려지게 되었다.

지난번 필자는 중국 사회의 비리문제에 관해 보도한 바 있다. 아직까지 이곳 사회의 분위기가 돈이나 사람들 관계에 의해 공공연하게 이루어지는
일들이 많기에, 인간의 생명과 관련된 병원이라 할지라도 예외가 되지는 못한다. 실제로 환자들 사이에서 의사에게 얼마를 주어야 만족해 하는지
등의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


박봉에
시달리는 의사들


그렇다면 도대체 중국 의사의 수입은 얼마나 되는가? 중국 의사 한달 봉급은 1,000위엔∼1,700위엔(15만6천원∼27만원)이다. 이
액수는 중국의 버스 기사 월급과 비슷한 수준이다. 거기에 환자가 접수비로 내는 5위엔(750원)에서 공제한 몇 전(몇 십원)과 야간 진찰을
하면 10위엔(1560원)을 받는다.

또한 현재 중국 의사의 수입에 비해 환자 책임의 부담은 높은 편이며, 의사에 대한 사회 여론도 불만으로 고조되는 가운데 300여명의 의사들이
출국을 선택하거나 전업을 하는 등의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국립 병원에서 일하는 의사들은 아무런 보험 혜택도 누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어떤
의사가 목숨을 다해 위급환자를 맡으려 하겠는가? 환자들 또한 의사를 이해하는 부분과 정보가 적은 편이다. 이는 곧 의사와 환자들간의 충돌로
이어지고, 결국은 사회문제로까지 대두된 것이다.


당국이 문제 해결 나서

중국 당국은 이런 문제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올해 3월 베이징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정치 협상회의에서
위원들은 이 문제를 두고 새 ‘의료법’을 제출했으며, ‘의료 사고 처리 방법’의 수정안을 속히 마무리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문제와
더불어 중국 위생문제도 대두되고 있다.

지난 4월, 북경에서는 정식으로 무료 의료보험 혜택 부분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이렇게 함으로써 나 몰라라 하는 의사들의 진찰 태도를 방지한다는
것이다. 그 동안은 국가가 국민들의 치료비를 책임지는 사정이어서 의사나 환자들이 적지 않은 피해를 보아야 했다. 국립 병원을 중심으로 의료기관의
관리가 소홀해 지고 의사들은 물론 병원들간의 경쟁심도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전체적인 발전보다는 병원이 공포의 존재로 여겨져 온 것이다.
이런 점은 바로 중국 인구가 전 세계 인구의 22%를 차지하고 있는 반면에, 국가 위생비용은 세계 위생 총 지출비의 2%밖에 되지 않는다는
조사 결과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현재는 사립 병원을 중심으로 병원간의 경쟁심을 높이고 의사들도 많은 연구를 하여 질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부분에서 또 다시
모순이 생기긴 마찬가지이다.

아직까지 빈민층이 사회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국에서, 실업자나 농민들과 같은 빈민층에게 의료보험 혜택을 감소시킨다는 것 또한 큰 문제이기
때문이다. 안그래도 빈부의 차가 가장 심각한 나라에서 빈민층에게 가장 기본적인 혜택도 누리지 못하게 한다면, 또 다시 중국 정부는 민심을
잃기 마련이다.

중국에서의 의료 분쟁은 우리나라의 단순한 그것과는 또 다른 현상임을 지각해야 할 것이다. 이것은 개혁 개방에 따른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경쟁과
사회주의에서 강조하는 평등이 부딪히고 있는 한 장면과 같기 때문이다. 중국의 개혁 개방은 앞으로도 의료계에서 뿐만 아니라 전체 중국 국민들이
현재 누리고 있는 사회기관에서도 끊임없는 마찰을 일으킬 것이다. 중국 정부의 정책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는 다면 사회 분열까지도 이어 질
수 있다. 과연 중국 정부가 어떤 방향을 제시할 것인지 궁금하다.

E-mail:cloudia00@lycos.co.kr

조동은 <북경어언문화대학 이중언어학과 3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