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인문학] 한반도를 둘러싼 토끼와 호랑이의 집합표상

2018.04.17 13:12:28

집합상징과 표상... 간절한 바람·희망·의지 반영되는 것
형국론의 대표적인 사례... ‘옥녀형’, ‘장군형’
풍수논리 접목하면, 성공적인 부동산 투자나 도시개발 가능

[시사뉴스 정승안 교수] 프랑스의 사회학자 에밀 뒤르껭(E.Durkheim)은 사회나 집단 안에는 그 구성원들만이 공유하는 고유한 사고방식, 규범, 가치관들이 있는데 이것은 개인적인 속성으로 되돌아가지 않는다고 보았다.


이렇듯 한 사회에서의 공통된 의식이나 생각들을 ‘집합의식(Collective consciousness)’이라고 한다. 집합의식에는 그들이 공유하는 규범과 가치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개입된다. 인간을 둘러싼 ‘공간’에 대한 인식이나 ‘상징’을 둘러싼 해석에도 이러한 집합의식은 자연스럽게 반영되기 마련이다.


최남선, “한반도는 호랑이 형국”
이름도 알려지지 않았던 한국이 세계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계기는 1988년 서울올림픽이었다. 그런데 그때 한국의 상징은 무엇이었을까? 바로 호랑이를 상징으로 한 ‘호돌이’였다. 한국에서 호랑이라는 상징은 다양한 의미를 지닌다. 풍수지리뿐만 아니라 산군(山君)으로서의 호랑이에 대한 관념은 민간신앙에서도 한국사상의 원천에 자리 잡아 왔다.


일본제국주의가 강제로 합병을 전후한 시기에 일본인 지리학자 고토 분지로(小藤文次郞)는 1903년에 한반도를 토끼에 비유하면서 반도국가로서의 숙명론적인 침략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한다. 그는 1900년부터 1902년 사이에 14개월간 두 차례에 걸쳐 전국을 답사하며 한반도의 지형을 연구했는데, 한반도인들은 토끼의 이미지처럼 순하고 순응적인 기질을 지니고 있고 보호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반도의 형국을 토끼의 모습에 비유하는 논리는 1931년 조선총독부에서 발간한 <조선의 풍수>라는 책과 더불어 ‘조선의 풍수는 무덤이나 보는 것’이라는 식민지 민중의 개조전략과 결합하여 풍수를 활용하기 시작한 이래 80년대 ‘산경표’나 풍수에 대한 관심이 등장할 때까지 주류의 논리로 작동해왔다. 한반도의 지질구조의 분석을 통한 ‘산맥’의 개념등과 더불어 식민지 수탈과 우민화를 위한 교육의 잔재가 남아있었던 셈이다.


           


그러나 1908년 육당 최남선은 18세의 나이로 창간한 잡지, <소년>지 창간호에서 ‘봉길이지리공부(鳳吉伊地理工夫)’라는 글에서 한반도는 ‘발을 들고 대륙을 향해 할퀴며 달려드는 생기 있는 범의 모양’이라고 주장하며 토끼형국이 아닌 호랑이 형국을 제시하며 고토분지로의 토끼망국론을 비판했다. 이렇듯 한반도의 형국을 둘러싼 대립에는 상징을 둘러싼 민족들의 집합의식의 대립과 투쟁이 중요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준다.


한반도의 형국이 토끼면 어떻고 호랑이면 어떻냐고 생각하는 이가 있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한 민족의 심성구조에는 그 사회의 가치와 관념이 투영된다. 집합상징과 표상에는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간절한 바람과 희망과 의지가 반영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집합의식이나 상징이 인간의 실제적 삶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말은 논리적으로는 타당하다.


포항제철과 해병대를 이곳에 주둔시킨 것도 이러한 풍수형국을 활용하였다고 한다. 호랑이의 꼬리에 해당하는 포항, 구룡포에는 이러한 호랑이꼬리형국(虎尾)에 부합하는 지명들이 있다. 1903년 일제는 이곳에 장기갑(長鬐岬)이라는 쇠말뚝 모양의 등대로 눌러버렸다. 지금은 호미곶(虎尾串)이라는 호랑이꼬리라는 이름은 회복하였지만 아직도 호랑이 꼬리를 철침으로 누르기 위해 만들어졌던 그 등대는 박물관의 형태로 그대로 남아있다.


도시공간을 재미있게 읽는 방법 ; 물형(物形), 형국(形局)
풍수지리의 논리는 우리의 일상생활과 밀접하게 관련을 맺고 있다. 공간을 바라보는 공통된 경험으로서의 풍수에 대한 관념은 토지나 부동산, 건축 그리고 도시설계 및 계획에도 활용될 수 있는 경험적 일반화를 통해 검증된 법칙과 논리들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풍수지리에서의 핵심원리인 ‘용’‘혈’‘사’‘수’에 대한 검토와 해당지역의 전체적인 형세를 판단하는 것을 형국론(形局論)이라고 한다. 형국은 물형(物形)론이라고도 하는데, 풍수에서의 형국론은 중국의 경우보다 산이 많은 우리나라에서 많이 발전했다. 그래서 중국과 다른 한국의 고유한 자생풍수를 여기에서 근거를 찾기도 한다. 풍수의 형국론은 자기가 근거하고 있는 주변의 산세와 지형을 살펴보고 동물이나 사물의 형태와 유사한 것을 비유하여 이름을 짓고, 사물의 형태나 그 특징에 따라 혈이 형성되는 명당자리를 정하는 방법을 말한다. 여기에는 주로 안산(案山, 시야의 전면에 보이는 두드러진 산 모양)의 형태와 주변의 모습을 보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풍수적인 형국론의 대표적인 사례가 ‘옥녀형’, ‘장군형’과 같이 사람의 형상에 비유한 것이다. 사람의 동작과 주변의 산세나 사물들의 모양을 결합하여 형국명칭이 부여되기도 한다. 이른바 ‘옥녀산발형’, ‘옥녀직금형’, ‘옥녀격고형’, ‘장군대좌형’, ‘선인하강형’들이 그것이다. 산세의 형태를 사람의 모습에 비유하는 사람 형국론은 그 모양과 기세, 그리고 주변 환경을 면밀히 살펴서 부여된다. 산세가 웅장하고 힘차게 내려오면 장군형, 산의 모양이 완만하면서도 부드럽고 단정하거나 아름다운 모양이면 봉우리의 이름에는 어김없이 옥녀형의 이름이 부여된다. 둥그스레하면서도 영기를 지니고 있으면 선인형이다. 지역에서 이름난 명산의 봉우리들이 대부분 이러한 형국론에 근거해서 ‘옥녀봉’, ‘장군봉’, ‘문수봉’으로 이름 붙여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사람형국에서 주요한 부위를 따서 이름을 짓는 경우들도 있다. 특히 여성의 성기와 관련한 이름들이 많은데, 대부분은 골짜기를 포함한 지형이거나 음기-물(水)과 관련된 지명들이 많다. 구전된 민초들의 생활세계에서 설화나 민담의 소재꺼리가 되고 있는 것처럼 ‘상징’을 통한 스토리텔링이 가능한 것은 자연과 인간을 대립적이지 않고 이해했던 물아일체(物我一體)적인 한국인의 자연관과 풍수지리가 습합되어 온 역사와 무관하지 않다고 봐야할 것이다. 때로는 산세의 형태에 따라 사람, 동물, 조류, 식물, 문자와 같은 여러 가지 물형으로 나누어 설명하기도 한다. 한 사물의 특징과 형상에 따라 형국의 이름을 부여하고 그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부위에서 중요한 혈자리를 찾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나 형국론의 재미와 즐거움에도 한계는 많다. 주변 환경을 바라보는 각도와 시야 그리고 개인의 관심사에 따라 똑같은 지형을 전혀 다르게 읽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는 경험의 정도와 기감(氣感)에 따라 추상성이 매우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변지세와 형세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옛날에는 발로 누비는 방법뿐이었다. 먼 곳에서 산세를 살펴보고, 가까운 곳에서 또 확인하고 그 자리에서 확인해서 시야의 경험적 오차를 줄이고자 하는 노력과 숙달된 노하우가 전문가의 안목을 키웠다. 그러나 오늘날 최첨단 정보사회에서는 인공위성지도를 통하여 전체적인 형국을 쉽게 판단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부감법은 풍수를 전문으로 연구하는 학자들과 부동산관련분야에서는 새로운 기술들의 적용과 더불어 연구와 활용들이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풍수지리, 생활의 지혜로 자리 잡아야
도시는 일반적으로 도시계획에 의해서 틀 지워진 방향 안에서 건축이 진행될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자연적인 도로나 배치를 할 때 풍수의 좌향론을 무조건적으로 적용하는데 애로가 많은 이유이다. 풍수지리의 논리에서 형국을 판단할 때에는 산의 형태와 물의 흐름을 가장 중요하게 살펴본다. 이러한 형국이나 형세에 따라 도시공간구조가 다르게 펼쳐지는 모습을 통해 도시를 판단하고자 한다. 유흥가나 상가, 음식점등의 상권발달은 물이나 하천, 도로의 흐름과 밀접한 관련성을 지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도시개발의 핵심흐름과 동선을 풍수의 논리에 따라 파악하고 풍수적인 논리를 접목해서 부동산이나 도시개발 및 계획을 도모한다면 성공적인 부동산 투자나 도시개발을 가능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실내인테리어와 풍수배치를 적극 활용함으로써 보완하는 것은 오늘날의 생활의 지혜의 필수항목이다.



정승안 교수 sovong@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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