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환 칼럼】 정치의 세계, 인식이 실제를 지배한다

2021.05.12 10:21:32

[시사뉴스 강영환 칼럼니스트]  “○○정부는 커뮤니케이션, 즉 소통의 문제를 안고 있다. 가지고 있는 뜻과 하고 있는 일이 국민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라고 어느 대통령을 가까이서 모신 한 참모의 말이다. 어느 정부 때의 이야기였을까?


“○○○대통령은 부자들이 교통범칙금을 더 많이 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주장을 한 대통령은 누구일까? 


전자는 참여정부, 즉 노무현 전 대통령 때의 이야기다. 당시 김병준 청와대 정책실장이 2005년의 언론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노 전 대통령은 우리의 대통령사에서 가장 소통이 활발한 이미지로 국민들에게 안착되었는데 전혀 의외의 이야기다. 그 당시에도 있었던 소통의 문제가 다시 도졌는지 최근 더불어민주당은 소위 ‘강성친문’ 중심세상으로 심한 불통의 몸살을 앓고 있다. 


후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이야기다. 물론 여론이 싸늘해서 실행하지 못했다. 서민의 아들로 생을 시작했으나 부자 대통령으로 인식되고 서민 이미지는 사라짐으로써 그가 이런 주장을 했으리라곤 아무도 생각지 않는다. 서민 출신으로 같은 생각이었을까? 최근엔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재산비례벌금제를 제안했으나 포퓰리즘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다.


2015년 미국에 재미있는 여론조사결과가 발표되었다. ‘가장 서민적인 대통령 후보’ 항목에서 트럼프 후보가 1위를 차지했다는 조사결과다. 금으로 치장한 천억원 이상의 자가 비행기를 타고 다니는 부동산 재벌이 서민 이미지로 느껴진다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역시 미국의 레이건 전 대통령은 교육예산을 크게 줄인 것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그는 학교 현장을 직접 찾아가 학생들과 친근하게 이야기하는 모습을 언론으로 자주 노출시켰다. 그 결과 레이건은 미국인들에게 현장교육을 제대로 이해하고 깊이 고민한 대통령으로 자리 잡았다.


페르소나 마케팅이 있다. 페르소나는 남에게 보여지는 나의 모습을 말한다. 프랭크 오헤러는 “아름다워지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정말 아름다운 것은 사람들에게 아름답게 보이는 것이다” 라고 말했다. 상대방이 어떻게 인식하느냐가 문제다.

 

특히 정치인에겐 더욱 그렇다. 우리나라와 미국의 전직 대통령의 사례에서 보듯 실제는 그렇지 않으나 사람들은 그렇다고 믿는다. 반대로 실제론 그러하나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고 믿는다. 정치는 인식의 싸움이다. 국민의 마음 속에 담겨 있는 인식이 실체를 지배하며, 그 마음 안에 무언가 인식을 심는 것이 정치다.


홍준표 의원의 국민의힘 입당 문제로 시끄럽다. 홍 의원은 페르소나가 분명한 대표적 정치인이다. 과거 모래시계의 강직한 검사라는 긍정의 이미지에서 이제는 독불장군의 부정적 이미지에 갇혀있다. SNS를 통해 유화적인, 그러나 때론 날카로운 글을 쓰고, 관록으로 노련한, 그러나 때로는 개혁의 정치적 메시지를 날린다. 그런데 그를 보는 시선은 극명하게 갈라져 있다. 코카콜라의 시원함에서부터 꼰대의 답답함까지.


그런데 홍 의원 문제를 보노라면 나는 이미지 관리를 제대로 못한 홍 의원도 문제지만, 그가 입당하려는 국민의힘도 더욱 문제라 느껴진다. 그를 독불장군의 꼰대라 친다 해도 그 정치인에 휘둘릴 것을 미리부터 걱정하는 허약한 정당이 더 문제라 생각한다.


나는 지금의 여당과 야당의 차이는 스펙트럼의 차이라 생각한다. 상대적으로 진보지향적인 여당은 이념중심에 폐쇄적이며 획일적인 느낌이다. 반면 보수야당은 보수의 길을 지킨 이들부터 여권에서 일탈한 정치인까지 스펙트럼이 다양하다. 야당은 다양성에서 힘이 나오며, 그 힘은 연대로부터 강해진다고 믿는다. 지금은 야당이고 힘이 약하기에 더욱 그렇다.


홍 의원 입당을 막았던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없다고, 그에게 끌려갈지 모른다고 우려하는 당의 허약한 체질이 문제다. 혹시나 하는 과거회귀를 걱정할 것이 아니라, 다양성 속에 연대를 통해 힘을 모으는 과정을 어떻게 국민들에게 보여줄 것인가를 걱정해야 한다. 홍 의원에 대한 강한 반대가 사실은 스스로 약한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주는 아이러니가 될 수 있음을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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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환 bridge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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