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환 칼럼】 노무현정신을 묻는다

2022.02.10 13:39:10

[시사뉴스 강영환 칼럼니스트] 민주당 공식 유튜브 채널에 한 영상이 올라왔다가 내려졌다. <두 번 생각해도 이재명입니다 #노무현의 편지>라는 제목의 영상이다.


이 영상엔 “친애하시는 국민 여러분. 사람 사는 세상 노무현입니다. 참 오랜만에 뵙죠”라고 인사하며 가상의 노 전 대통령이 등장한다. 대통령은 “저 노무현은 사람 사는 세상을 꿈꾸며 가난과 역경을 딛고 일어나 오직 국민만을 생각하며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기득권과 싸워 이겨내는 정의로운 이재명 후보를 지지합니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국민 여러분 믿습니다. 믿고요”라며 “두 번 생각해도 이재명입니다. 대한민국 대통령은 이재명입니다. 감사합니다”로 맺는다. 


이 영상이 올라오자 야당은 물론 다수의 네티즌이 비판을 이어갔다. ‘화가 나서 말도 안 나온다’, ‘엽기적인 강령술 정치’, ‘경악스럽다’ 등의 극단적인 반응에 영상은 바로 내려졌다.


대선 유력후보들은 선거승리를 위한 필살기 마케팅 소재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자주 소환하곤 한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제주 해군기지가 있는 강정마을을 방문해 “이곳을 정쟁이 아닌 통합과 평화의 상징으로 바꾸겠다”는 선언과 함께 노 전 대통령이 진보 진영의 반대를 무릅쓰고 해군기지를 건설한 데 대해 “고뇌와 결단을 가슴에 새긴다”고 말하는 대목에서 목이 메는 듯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이미 윤 후보는 노 전 대통령 추모곡으로 쓰이는 이승철의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를 공중파 TV에서 부르고, 최근엔 “노무현 영화 보고 혼자 2시간 동안 울었다”는 부인 김건희 씨의 통화 녹취록이 공개되기도 하는 등 노 전 대통령의 오랜 팬임을 마케팅 해나가고 있다.  


당연하다는 듯,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역시 노무현 정신의 적자라 말한다. 이 후보는 후보 확정 되자마자 봉하마을을 방문하고, 그 이후 부·울·경 지역을 방문할 때마다 거의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찾는다. 권양숙 여사가 “노무현 대통령을 가장 많이 닮은 후보”라며 “어려운 얘기를 되게 알아듣기 쉬운 비유와 표현을 하는 것만 봐도 노무현 대통령과 여러 가지 닮은 점이 많다”고 말한 대목은 그가 노무현 적자임을 대변하는 증표로 활용되고 있다.


대한민국의 5년을 책임질 유력한 두 후보의 노무현 마케팅을 보면서 ‘노 전 대통령이 살아있다면 어땠을까?’하는 물음을 던져본다. 노 전 대통령이 남긴 일화에서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후보 시절 이야기다. 김수환 추기경을 방문한 자리에서 추기경의 “하나님을 믿느냐”는 질문에 노 전 대통령은 “희미하게 믿는다”라고 처음 말했다고 한다. 추기경이 “확실하게 믿는냐?”라고 재차 묻자 잠시 생각하다가 “앞으로 종교란에 ‘방황’이라 쓰겠다”고 하면서 확답을 피했다고 한다. 자리를 마치고 함께 한 사람이 “누가 시비 걸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대답하셨어요? 그냥 믿는다고 하시지 않고요”라고 이유를 묻자, 노 전 대통령은 “거짓말을 하면 고통스럽다”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후문이지만 노 전 대통령은 영세를 받아 ‘유스토’라는 세례명이 있었으나 신앙생활을 열심히 못한 자신의 모습에 양심의 가책을 느껴, 종교란에 ‘무교’라 썼다 한다.


노무현 정신은 말이 아니라 삶의 모습이다. 마케팅이 아니라, 그 진실되게 노무현의 모습을 담은 후보의 모습을 기대한다. 

 

[편집자 주 :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강영환 bridge21@naver.com
Copyright @2024 SISA NEWS All rights reserved.
시사뉴스의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 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서울] (05510)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35가길11 (신천동) 한신빌딩 10층 TEL : (02)412-3228~9 | FAX : (02) 412-1425
창간발행인 겸 편집인 회장 강신한 | 대표 박성태 | 개인정보책임자 이경숙 | 청소년보호책임자 박정민 l 등록번호 : 서울 아,00280 | 등록일 : 2006-11-3 | 발행일 : 2006-11-3
Copyright ⓒ 1989 - 2024 SISA NEWS All rights reserved. Contact webmaster@sisa-news.com for more information
시사뉴스의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 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