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부삼 기자]박근혜 대통령이 집권한지 4년차를 맞았다. 박 대통령이 이제까지 집중한 것은 부정부패의 척결과 노동개혁으로 귀결된다. 그는 지난 19일 국무회의 석상에서 “비리가 적발됐을 때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단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며 "정부는 부정부패에 대해서는 결코 용서치 않아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이 같이 밝힌 뒤 "그러나 사후적 처벌보다 더 중요한 것이 사전에 시스템적으로 예방해 국고 손실을 막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은 집권 4년차 공직사회 기강잡기와 더불어 정부가 발표한 '부패방지 4대 백신' 프로젝트를 본격 가동해 사전예방 차원에서 비리 소지와 혈세낭비 요소를 차단해 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특히 평창동계올림픽 등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국책사업은 예산 집행의 효율성을 꼼꼼하게 따져 국민혈세가 한푼도 낭비되는 일이 없도록 실시간으로 관리 감독을 잘 해야할 것이라고도 했다. 박 대통령의 의중은 부정부패의 시스템적 척결이 곧 경제를 살리는 길이라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부정부패의 척결도 강조하고 있지만 그의 마음속에는 오로지 국민이 자리잡고 있다.
지난13일 발표한 대국민담화에서는 외교안보뿐만 아니라 경제까지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박 대통령은 현재 추진 중인 각종 개혁이 골든타임을 넘어서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시종일관 강도 높게 촉구했다.
그러나 국회 마비사태로 각종 개혁법안이 줄줄이 발목을 잡힌 상황에서 위기국면을 돌파하는 데 한계점에 도달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국민여론 정치를 수차례 언급했다. 청와대 춘추관에서 발표한 기자회견 및 담화에서는 '국민'이란 단어를 38차례 언급했을 정도다.
경제라는 단어는 34차례, 일자리는 22차례, 개혁은 21차례였다. 북한은 19차례, 국회는 18차례였다. 또한 노동이란 단어는 16차례가 나왔다. 박 대통령은 이날 시종일관 경제와 안보 이야기를 꺼내면서 현 상황을 비상시국으로 표현했다. 국민-경제-일자리-개혁-북한-국회-노동 순(順)으로 박 대통령이 중요도를 설정한 것이다.
국민을 위한 대통령이 되겠다던, 경제를 살리겠다고 했던, 청년들이 일자리가 없어 고민하지 않게 하겠다고 했던, 그리고 개혁하고 국회와 소통하며, 일하는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했던 그의 의중이 집권 4년차에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얘기다.
◆중소기업은 소중한 것
박근혜 대통령은 국가적 당면과제인 수출과 고용 문제 해결을 위해 중소기업의 수출기업화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강한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2016년 중소기업인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중소기업 육성정책과 실천의지를 밝혔다.
현직 대통령이 중소기업계의 연례행사인 중소기업인 신년인사회에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중소기업 육성 의지를 대내외적으로 드러내는 한편 중소기업인들과 함께 집권 4년차를 맞은 새해의 각오를 다지는 행보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은 "앞으로도 해외순방 때 경제사절단에 중소기업인을 대거 참여시켜 일대일 비즈니스 상담회의 기회를 폭넓게 제공하면서 해외 시장의 특성에 맞는 맞춤형 지원을 해나갈 것"이라며 중소기업의 수출기업화를 적극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어 "중소기업이 체감할 수 있는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상생문화가 정착되도록 의지를 갖고 추진하는 한편 규제 프리존을 통해 지역 전략산업을 획기적으로 육성, 이를 통해 중소기업이 새로운 성장의 돌파구를 찾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3년간 중소기업 정책의 주요 성과로 △창조경제 생태계 구축을 통한 제2의 벤처ㆍ창업붐 조성 △공정거래법·하도급법 등 관련법 개선을 통한 경제적 약자보호 제도 정비 △중소기업 관련 규제 개선 등을 꼽았다.
◆“국회가 외면하면 국민이 나설 수밖에”
박 대통령은 지난 19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이대로 가다가는 우리 경제와 일자리에 위기가 몰려올 것"이라며 "대한상의를 비롯한 38개 경제단체와 시민단체가 중심이 돼서 민생구하기 입법촉구 1000만 서명운동을 시작했다"면서 경제활성화법과 노동개혁법 등 핵심법안 입법을 다시한번 촉구했다.
박 대통령은 "저도 어제 업무보고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거리에서 서명을 했다. 오죽하면 이 엄동설한에 경제인들과 국민들이 거리로 나섰겠는가"라면서 "이대로 가다가는 우리 경제와 일자리에 위기가 몰려올 것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절박하게 느끼는 분들이 현장에 있는 경제인들과 청년들"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그동안 중소기업, 대기업을 막론하고 경제활성화 법안과 노동개혁 법안을 하루속히 통과시켜달라고 수없이 국회에 호소했지만 국회는 계속해서 외면했다"며 "이렇게 계속 국민들이 국회로부터 외면을 당한다면 지금처럼 국민들이 직접 나설 수밖에 없을 텐데 그것을 지켜봐야 하는 저 역시 너무도 안타깝고 마음이 무겁다"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은 또 "지난주 대국민담화를 통해 노동개혁 5법중 4개 법안만이라도 이번 1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는 방안을 제안했다"라면서 "이제라도 국회는 우리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우리 청년들에게 더 많은 일자리를 줄 수 있도록 관련법안을 조속히 처리해주기를 바라고 국민들도 함께 뜻을 모아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여야, 朴대통령 기대에 부응?
이런 가운데 여야는 꽉 막혀있던 쟁점법안에 대해 일정부분 접근을 본 듯하다. 여야는 오는 29일 국회 본회의를 열어 기업활력제고특별법, 이른바 원샷법과 북한인권법을 처리하기로 지난 23일 합의했다.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 김정훈 정책위의장,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원내대표, 이목희 정책위의장,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3+3' 회동에서 4시간 가량의 협상 끝에 이같이 합의했다.
여야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테러방지법의 경우 타결을 보지는 못했지만 상당한 의견 접근을 이뤘다. 또 테러방지법의 경우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국정원 주도의 원안 고수 입장을 밝혀 답보 상태를 보였지만 테러방지센터를 국무총리실에 두자는 야당의 요구를 여당이 수용하며 타결 전망을 높였다.
여당은 또 야당이 요구하는 사회적경제기본법과 대·중소기업상생법 처리 문제도 의제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노동 4법 중 여야가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파견법은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더민주가 의료민영화를 방지하기 위한 의료법·약사법 등 개정사항을 요구했지만, 새누리당은 “보건의료를 전부 제외하는 것과 대동소이한 효과”라며 받을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했다. 테러방지법의 경우 여야가 테러방지의 컨트롤타워를 국무총리실 산하에 두자는 가닥을 잡았다. 또 새누리당이 더민주가 제안한 법안을 받아 검토한 후 수용할 부분이 있으면 수용해 최종 정리키로 했다.
선거구 획정의 경우, 더민주가 새누리당에 노동4법과의 연계처리 방침을 포기하고 우선 처리해줄 것을 촉구했으며, 새누리당은 당내 논의를 거치기로 했다. 김부삼 기자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24일오후 회동이 끝난 후 기자들을 만나 “선거법도 매우 시급한 현안이지만 국민들의 민생을 안정시키고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청년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국회의 임무이고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19대 국회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민생경제법안, 안보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며 “1월 임시국회 중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