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세권 기자]중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 중국 외교부 한반도특별사무대표가 2일 북한 평양을 방문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그의 방북 목적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우다웨이 대표가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한·미·일 6자회담 수석대표와의 연쇄 양자 회동을 이어온 만큼 북측에 국제사회의 '강경' 대북제재 기조를 전달하고, 북한의 도발적 행동을 억제하는 동시에 당사국들 간 대화 재개 가능성을 타진할 거라는 관측이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우다웨이 대표와 일행이 평양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통신은 그의 방북 목적과 일정 등은 밝히지 않았다. 이에 앞서 일본 교도통신은 우다웨이의 방북 소식을 타전하며 북한의 핵실험 사태와 장거리 미사일 발사 준비 논란 등에 관한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달 6일 북한이 기습적인 4차 핵실험을 감행한 이후 국제사회 여론은 한·미·일 3국 중심의 '강력·포괄적 제재' 기조와 중·러 중심의 '명확한 대응' 기조로 양분되는 양상이었다.
한국측의 '5자회담' 제안에 대한 6자회담 당사국 간 찬반이 갈리고, 한반도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각국의 이해관계가 첨예해지면서 긴장 국면이 고조됐다. 여기에다 북한이 서해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에서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준비한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동북아 지역의 정세 악화를 피할 수 없을 거라는 우려도 커졌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우다웨이 대표의 깜짝 방북은 당사국들 간 긴장을 누그러뜨리고, 나아가 국제사회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더불어 6자회담 테이블에 나와야 미국과 협상할 수 있다는 논리로 북한을 설득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전례에 비춰볼 때 우다웨이 대표는 평양에서 북한의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을 만날 가능성이 크다. 우다웨이 대표는 지난 2013년 8월 방북 당시에도 김 제1부상을 만나 6자회담 재개 가능성을 타진한 바 있다. 그는 같은 해 10월 미국 워싱턴에서 당시 셔먼 미 국무차관과 러셀 국무차관보 등을 만나 회담을 가진 뒤 11월에 다시 평양으로 넘어간 바 있다.
김 제1부상은 2~6차 6자회담에 북한 수석대표로 참여했으며, 지난 2012년 2월에는 미북고위급회담에 참석하는 등 북한의 핵 관련 대외 정책을 담당해왔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미사일 발사까지 하게 되면 중국도 운신의 폭이 좁아지는 상황"이라며 "북한의 추가 도발이 이어질 경우 중국도 북한의 편을 들기 어려워지는 만큼 우다웨이 대표의 방북에는 북한의 행동을 억제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중국은 북한의 핵실험이나 추가적인 미사일 발사 등에 대해 중국이 갖고 있는 생각을 가감 없이 북한에 전달하고, 이를 통해 북한의 행동반경을 좁히려 할 것"이라며 "이번 방북에서 6자회담 재개 이야기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이번 우다웨이의 방북이 한국 측에는 불리한 전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과 미국이 공조를 공고히하며, 한반도 사드 배치 문제를 대(對) 중국 견제 카드로 사용하는 데 불편한 감정을 갖고 있는 중국이 방북을 통해 '대북제재' 논의에 주도권을 잡으려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장은 "북한이 대(對) 중·러 외교를 활발히 전개하는 상황에서 우다웨이가 평양을 갔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북한은 이 국면을 활용해 중국을 자기편으로 세우려 노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다웨이가 북한으로 간 점에 비춰볼 때 중국 자체적인 대북제재안이 어느 정도 구체화됐을 것으로 본다"며 "결국은 북한과 중국의 이익이 어느 지점에서 타협될 것인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울러 "북한의 핵실험 이후 진행된 외교 안보 전략 게임에서 한국 정부가 곤혹스러워지는 상황으로 흘러가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