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이종근 기자]제20대 총선이 끝난 뒤 모든 관심은 민생과 경제로 모아지고 있다. 여야 각 정당과 후보들이 지난 총선 과정에서 쏟아낸 경제 관련 공약들도 봇물을 이뤘다. 하지만 장밋빛 공약들이 계획대로 실천될 것이라고 믿는 국민들은 많지 않다. 현 광주 지역경제 상황도 녹록지 않다. 정부의 정치권의 효율적인 기업구조조정과 지원대책을 위해 총선 이후 핫 이슈로 떠오른 지역경제의 어려운 현장을 긴급 진단한다. [편집자 주]
4·13 총선 과정에서 광주지역 선거판을 뜨겁게 달군 경제관련 공약은 자동차 100만대 생산도시 조성과 삼성 자동차 전장사업 광주 유치, 삼성전자 광주사업장 해외이전 대응방안 등이었다. 광주의 3대 주력산업인 자동차, 백색가전, 광산업. 이 가운데 자동차 100만대 생산도시 조성사업의 실현여부나 백색가전산업의 위기감이 지역경제의 주요 이슈가 되고 있다.
◆자동차산업
자동차 100만대 생산기지 조성사업은 광주시의 최대 현안이자, 지난 18대 대선·20대 총선 과정에서 여야 각 당의 광주 핵심공약이기도 했다.
자동차산업은 광주지역 경제의 4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아시아자동차에서 출발해 기아자동차로 이어지면서 광주의 최대 주력산업이 됐다.
지난 2014년 기준 자동차와 자동차부품 등 자동차산업 사업체수는 143개, 종사자수 1만4981명으로 매출액이 자동차 9조3000억원, 자동차부품 4조원 등 총 13조3000억원에 달했다. 광주지역 제조업 총 매출액 대비 42.7%에 달하는 수치다.
정확한 통계가 아직 잡히지 않았지만 지난해 매출액 추정치도 비슷한 수준이다. 자동차산업 수출은 지난해 62억7800만 달러로, 지난해 광주 전체 수출액 153억500만 달러 대비 41.0%를 차지하고 있다.
이같은 비중을 감안해 윤장현 광주시장이 최대 현안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 ‘자동차 100만대 생산기지 조성사업’이지만 상황은 밝지 않다.
광주지역 자동차 생산규모를 현재 62만대에서 100만대로 확대하고 자동차산업 전용 국가산단을 조성하겠다는 게 그 골자인데, 정부 차원의 지원방안이 신통치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비 30억원과 시비 18억원 등 관련 예산 48억원이 확보된 상태에서 현재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자동차 100만대 생산기지 조성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를 실시하고 있으나 통과여부가 불투명하다.
광주시가 예타 통과를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고 정치권이 이를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다는 게 그나마 고무적인 일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일부 사업을 재구성하고 광주형 일자리모델을 보완한 만큼 상반기 중 KDI의 비용대비 편익비율(B/C) 평가에서 경제성이 있다는 판단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며 "야야 가릴 것 없이 정치권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한 시점이다"고 말했다.
◆백색가전산업
광주지역 경제의 또하나의 축인 백색가전산업의 위기감은 더욱 심각하다. 올해 초 삼성전자 광주사업장의 일부 생산라인 해외이전으로 파생된 위기감이 현실화되고 있다.
호남지방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1월 광주전남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광주지역 생산이 전년 같은달에 비해 무려 14.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월에 비해서도 8.2% 감소했다. 이는 자동차와 전자부품·컴퓨터·영상음향통신 분야와 함께 전기장비의 생산 감소가 크게 작용했다는 게 통계청의 분석이다.
지난 1월 대형냉장고와 중형냉장고, 세탁기, 건전지 등 전기장비의 생산이 전년 같은달과 비교해 무려 14.4% 감소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광주전남본부도 1~2월중 호남권 경기가 지난해 4분기에 비해 둔화됐는데, 가전 분야의 경우 글로벌 수요 둔화와 삼성전자 냉장고 생산라인 이전 등의 영향으로 생산량이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광주지역 스마트가전산업은 지난해 기준 생산액이 4조7000억원으로, 광주 총생산액의 18%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 광주사업장이 일부 생산라인의 해외이전을 추진하면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0년 냉장고와 세탁기 생산라인을 멕시코와 베트남으로, 2013년 청소기 생산라인을 베트남으로 이전한데 이어 올해 초 냉장고 생산라인 이전을 단행했다.
또 베트남 호치민시에 초대형 가전공장을 설립하면서 나머지 생산라인 중에 일부도 이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동부 대우전자도 지난 2014년 소형가전 생산라인을 중국으로 이전한데 이어 지난해부터 냉장고와 세탁기 일부 생산라인을 중국으로 이전하고 압축기 제조공장 매각도 추진중이다.
이로 인해 광주지역 협력업체들은 납품물량 감소에 따른 경영난이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 2010년을 기점으로 성장률이 하향추세로 돌아섰고, 관련 종사자 수도 크게 감소하고 있다. 73개 업체가 종사자수 10명 미만에 그치는 등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 주협력기업의 평균매출은 지난 2011년 610억원에서 2012년 583억원, 2013년 405억원, 2014년 356억원으로 크게 떨어졌다.
이 같은 광주 가전산업의 제조 공동화를 막기 위해서는 업종 다각화를 비롯해 가전 신산업 육성이 시급하다는 지적이지만 상황은 만만치 않다.
광주지역 가전업체 관계자는 "대기업들의 해외 이전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기술개발이나 사업다각화를 모색해야 하지만 여러가지 한계가 있다"며 "자본과 기술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금융권의 장벽도 높아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지난 총선과정에서 각 후보들은 다양한 대책을 공약으로 내걸기도 했다.
▲협력업체보호법 제정 ▲삼성전자 광주사업장의 프리미엄 기지로서 역할 강화 ▲1·2차 협력사 대상 기술지도 강화 ▲상생펀드 활성화 방안 강구 ▲부품외주화 확대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실현될지는 의문이다. 실현되기까지 많은 난제들이 잠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자동차 전장사업 광주 유치
지난 20대 총선 당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야권의 텃밭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쟁점이 됐던 게 삼성전자 자동차 전장(電裝) 사업의 광주 유치였다.
자동차 전장은 차량에 들어가는 모든 전기·전자·IT 장치를 통칭하는 것으로, 삼성전자 측이 올들어 사업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사업이다.
논쟁의 발단은 더불어민주당이 당 차원의 광주유치 공약을 내걸면서 시작됐다. 김종인 비대위 대표가 삼성 미래차 사업을 광주에 유치해 3조원의 투자와 함께 5년간 2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하지만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는 곧바로 "정치가 시키면 기업이 무조건 따라갈 것이라고 생각하는 5공식 발상이 아닌가 싶다"고 비판해 논란을 촉발시켰다.
삼성측도 공약 발표 직후 "전장사업은 이제 사업성 여부를 모색하는 단계로, 구체적 추진방안과 투자계획은 아직 검토한 바 없다"며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이 사업은 삼성전자 광주사업장 해외이전 대응방안의 하나로 광주시와 정치권, 경제계가 힘을 모아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현재 광주는 연간 62만대의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고 자동차 100만대 생산기지 조성사업이 추진되고 있어 자동차 전장사업의 최적지라는 명분도 있다.
정치권이 총선 과정에서 제기된 경제 관련 공약들을 실현하기 위해 이제는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는 지적이다.
광주상공회의소 유옥진 사무국장은 "주요 경제도시들은 다른 여러 분야에 앞서 경제를 최우선으로 하는데 광주는 정치가 늘 중심이었다"며 "이제는 치열했던 총선이 끝난만큼 지역경제를 살리는 데 모든 역량을 모아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