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유한태 기자]더불어민주당의 차기 대선 후보 경쟁이 조기에 가열되는 양상이다. 이번 총선의 압승으로 당내 대주주이자 친노·친문세력의 좌장인 문재인 전 대표의 독주가 이어지는 듯 했더니 어느새 박원순 서울시장과 안희정 충남지사가 도전장을 내밀고 경선전에 뛰어들 채비를 갖추고 있다.
상대적으로 당내에서 또다른 잠룡으로 평가받는 정세균 의원과 김부겸 당선인은 대선 도전에는 잠시 주춤한 상태다. 정 의원은 국회의장 직을 염두에 두고 있고, 김 당선인은 "당직이나 국회직 등을 논할 때가 아니다"라고 말을 아끼고 있다. 또다른 잠룡으로 평가받는 김두관 당선인도 아직은 큰 움직임이 없다.
여기에 손학규 전 더민주 고문은 '새판 짜기'를 언급하며 더민주 당내 경선보다는 당밖의 세력 규합에 신경을 쓰는 듯한 눈치다. 그러다보니 문 전 대표의 카운터파트너로 박 시장과 안 지사가 부상하며 3파전 양상으로 흐를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먼저 박 시장은 5·18 추모식을 앞둔 지난 12일 2박3일 일정으로 광주를 방문했다. 서울시장이 수도 서울을 비우고 지방인 광주에서 2박3일이나 일정을 보낸 것도 이례적이다. 그만큼 광주의 민심 구애가 절실했던 것이다.
박 시장은 이 기간 5·18 묘역 참배를 비롯해 더민주 당선자 워크숍에도 참석하는 등 더민주 당원으로서의 행보에 충실했다. 특히 박 시장은 전남대 강연에서 "뒤로 숨지 않겠다. 역사의 대열에 앞장서서 역사의 부름 앞에 부끄럽지 않게 행동하겠다"고 말했다. 사실상 대선 출마를 시사한 발언이다.
박 시장에 이어 안희정 충남지사의 행보도 여간 빨라진 게 아니다. 18일 당일에 5·18 광주 추모식 행사에 다녀오더니 23일에는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7주기 추도식에도 참석해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나란히 섰다.
또 최근 잇단 언론 인터뷰에서 대선 출마를 묻는 질문에 "문재인 전 대표를 응원해야 할지 직접 슛을 때리기 위해 뛰어야 할지 정하겠다"고 하더니 급기야 "불펜 투수로 몸을 풀고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대선 출마를 기정사실화한 것이다.
내년 대선 출마 여부는 확정짓지 않았지만 뉘앙스로만 보면 문 전 대표와 더민주 대선후보 경선을 치르겠다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에 문 전 대표는 "안 지사와 같은 좋은 후배와 경쟁할 수 있으면 영광이다"라며 "그만큼 우리 정치가 발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시장과 안 지사가 이처럼 대선을 향한 행보를 거듭하고 있지만 그 배경은 좀 차이가 난다. 박 시장의 경우 이번 총선이 끝난 뒤 야권의 대선 후보 경쟁이 '문재인 대 안철수'의 구도로 고착화하는 것을 염두에 둔 듯 하다.
한 때 차기 주자 지지율 1위에 올랐던 박 시장이지만 최근 조사에서는 4~6위를 오르내리고 있다. 마음이 급해진 것이다.
안 지사의 경우는 좀 다르다. 현재 51세이기에 내년 대선은 오히려 젊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차라리 57세가 차차기, 또는 그 5년 뒤가 연령적으로는 더 자연스러울 수 있다. 다만 대선 경선에 나서는 것 자체만으로도 차차기 유력 주자로 뛰어오를 수 있다는 점에서 그에게도 이번 경선은 놓칠 수 없는 기회다. 더민주의 차기 대선 후보 경선이 조기에 불붙으면서 문재인-박원순-안희정 3파전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