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재규 기자]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갈수록 팍팍해지면서 올 1분기 생계형 대출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기업인들의 해외자금 은닉이 성행, 세정당국이 대대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각 가정이 은행과 제2금융권에서 빌린 마이너스통장 대출과 신용대출 등은 살림살이를 하면서 급전이 필요한 경우 어쩔 수 없이 사용하는 이른바 생계형 대출이 올 1분기 5조1000억원이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 1분기(1∼3월) 말 은행과 제2금융권 등에서 취급한 기타대출은 316조2000억원이다. 지난해 4분기보다 5조1000억원 늘어났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 2008년 4분기부터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후 1분기 중 역대 최대 증가폭이다. 1∼3등급의 고신용층이 이용하는 은행권 기타대출 마저도 증가세를 보일 정도로 경기 부진의 여파가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상호저축은행과 신용협동조합, 상호금융, 새마을금고, 우체국예금 등 제2금융권의 기타대출 증가세는 더욱 눈에 띄었다. 제2금융권의 기타대출은 154조원이다. 4조9000억원 늘었다. 2008년 이후 1분기 가운데 증가폭이 가장 컸다. 전체 기타대출에서 제2금융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분기 46.7%에서 48.7%로 커졌다. 정부의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시행 등으로 은행권의 대출 문턱이 한층 높아지면서 생활비 마련 등을 위한 저신용·저소득 가계가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제2금융권의 문을 두드린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같은 팍팍한 서민삶을 비웃기라도 하듯 일부 기업인들의 역외 소득 및 자금의 해외빼돌리기가 끊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른바 BVI 등 조세회피처에 설립한 서류상 회사에 투자명목으로 송금 후 손실처리하거나, 사주 개인이 투자한 현지법인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유출하여 사주가 유용하는 방식이다.
이외에도 사주가 보유한 해외 현지법인 주식을 조세회피처에 설립한 서류상 회사에 저가양도하고 그 이후 제3자에게 고가에 재양도하는 방식으로 주식 양도차익을 조세회피처에 은닉, 탈루하거나 해외 현지법인을 설립하여 중개수수료‧용역대가 등의 명목으로 가공비용을 지급하고 해외에서 유출, 사주가 유용하는 방식도 널리 이용되는 수법이라는 것이 세정당국의 설명이다.
국세청은 이에따라 지난 3월 역외소득‧재산 자진신고 기간을 설정했음에도 소득이나 재산을 해외에 은닉하고도 자진신고에 응하지 않은 역외탈세 혐의자 36명에 대해 15일 일제히 세무조사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번 조사대상자는 자진신고를 안내했음에도 이에 불응한 미신고자 뿐 아니라 해외 탈세제보, 정보교환 등 그 동안 국세청에 축적된 다양한 역외탈세 혐의정보를 정밀 분석하여 탈루혐의가 큰 법인 및 개인이 포함됐다.
특히 최근 파나마 페이퍼스와 관련하여 조세회피처에 서류상 회사를 설립한 한국인 명단 중 역외탈세 혐의가 있는 자도 일부 이번 조사대상자에 포함됐다는 것이 국세청의 설명이다.
한편 국세청은 올해 1월 역외탈세 혐의자 30여 건에 대하여 강도 높은 조사를 실시한 결과 지난 5월 말까지 총 25건을 종결하여 2,717억 원을 추징했으며, 이 중 세금을 고의적으로 포탈한 사실이 확인된 10건에 대해서는 범칙조사로 전환하고, 6건을 검찰에 고발 조치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는, 조세회피처 특수목적회사(SPC)를 통해 선박을 취득, 운용한 이익을 해외 차명계좌 등으로 수취한 후 환치기를 통해 국내에 반입하여 사적으로 사용한 사례 등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