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재순 기자]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결정이 한 달 이상 지난 시점에서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분석이 활발하다. 유럽연합을 비롯한 세계경제 질서에 필연적 변화가 예고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경제의 방향 진단과 대응책 마련에 대한 고민이 깊지 않을 수 없다
대공황 수준의 위기 전조인가
영국의 국민투표 결과가 유럽연합 탈퇴로 발표 난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은 당초 예상과 달리 빠른 회복을 보이면서 큰 타격이 없었다. 하지만 브렉시트가 현실화되고 세계경제의 위기는 서서히 진행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유럽연합의 경기침체가 심화될 것이며 장기적으로는 유로존의 붕괴와 새로운 질서의 등장을 전망하는 목소리가 높다. 토마스 윌렛 클레아몬트 대 교수는 지난 7월27일 한국경제연구원과 아시아금융학회가 전경련회관에서 개최한 초청 세미나에서 “EU의 경우 역내 대출과 투자, 은행부채도 개선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고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나 마이너스 금리정책은 금융부문의 왜곡을 확대시킬 것이다”라며 유럽연합의 미래를 비관적으로 전망했다.
윌렛 교수는 또한 “유로존은 역내 고정환율제도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경기침체 시 회원국가들이 독자적인 환율정책과 통화정책을 사용할 수 없다. 유일한 경기부양책이 재정정책이다 보니 재정적자가 확대되고 국가부채가 늘어나면서 남유럽국가들과 같은 위기가 반복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결국 EU는 1930년대 세계대공황 시기 미국의 경기침체와 같은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세계경제 미치는 영향 제한적?
이 같은 위험요소가 현재 EU에 뚜렷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각국 정부 및 전문가 집단이 이 같은 확연한 우려점을 공감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책마련으로 극복이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이로 인해 EU 회원국에 대한 경제적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주장이다. 현재 영국의 소비자지수는 전월 대비 8포인트 하락한 -9로 나타나 지난 21년 이래 최대 감소폭을 기록하는 등 침체 징후가 보이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브렉시트 가능성이 현실화되면 EU 금융시장의 접근성이 제한돼 영국의 금융 산업 경쟁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하지만 “유럽연합 내 어느 한 국가의 감독기관으로부터 설립인가와 감독을 받을 경우 여타 회원국에 지점을 개설할 시 해당국 기관의 추가 인가가 필요 없는 패스포팅 권한을 지킨다면 영국이 브렉시트 이후에도 금융 허브 위치를 지켜낼 수 있을 것”으로 진단했다.
이 같은 영국 경제의 불안요소 또한 윌렛 교수는 단기적일 것이라 전망했다. “금융 중심지로서의 런던의 역할도 변화가 없을 것이며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크지 않을 것”이란 주장이다.
글로벌 경제에 통합돼 있는 한국
그렇다면 한국 경제는 어떤 영향을 받을 것인가? 한국의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리처드 쿠퍼 하버드대 교수는 “한국에 직접적인 영향은 상대적으로 적으며 한국 기업들이 영국에 투자할지를 고민하게 하는 정도”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한국 경제의 버팀목이던 수출에 악영향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린이푸 중국 베이징대 국가발전연구원 교수 겸 명예 학장은 “직접적인 영향은 적을 수 있지만 세계 경제에 불확실성을 야기했다는 점에서는 우려된다”며 “한국 경제는 글로벌 경제에 완전히 개방돼 있고 통합돼 있어 브렉시트 결정이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과 비슷한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글로벌 경제악화에 신보호주의 색채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브렉시트 불확실성은 한국 산업기상도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10여개 업종별 산업기상 전망을 분석한 결과 브렉시트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요소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저금리로 인한 신규분양과 수익형 부동산 수요증가, 올해 처음 시행되는 300억원 이상 종합심사낙찰제 등으로 전망이 비교적 밝은 편인 건설 분야는 브렉시트로 인한 해외수주 불안이 도사리고 있다. 조선업종도 유럽경기에 영향이 크다. 선박발주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유럽경제의 불확실성이 증대되면서 기존의 계약이 취소될 가능성도 높다는 우려가 크다. ‘통상전쟁’으로 힘겨운 철강 업종도 브렉시트로 인한 강달러 현상이 지속되면 원자재수입 부담까지 안아야 하는 실정이다.
가장 타격이 클 것으로 전망되는 업종은 IT 가전이다. 브렉시트의 진원지 유럽시장으로의 수출이 20%에 달하기 때문이다. 유럽은 우리 스마트폰 수출의 20%를 차지하는데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 성장률도 작년에 비해 절반(7%)으로 뚝 떨어질 전망이다.
반면 브렉시트로 인한 호재 업종도 있다. 수출감소로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자동차 산업은 브렉시트로 인한 엔고현상으로 경합도 높은 일본차에 대해 가격경쟁력 향상 기대감을 갖고 있다.
한국이 브렉시트 영향권에 직접적인 대상이 아니며 그 타격이 미미한 수준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수출 악화와 내수 위축으로 저성장 늪에 빠진 한국경제에 브렉시트라는 작은 돌은 치명적일 수 있는 위태로운 상황인 것이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