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민재 기자] 호남출신 최초로 보수여당의 수장이 된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 체제가 23일로 보름을 맞고 있다. 지난 전당대회에서 비박 단일후보에 맞서 친박계의 단일화 없이 대표로 선출된 이정현 대표는 청와대 회동부터 당직 인선까지 파격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계파 종식 선언
이정현 대표는 지난 9일 당대표 수락연설을 통해 “지금 이 순간부터 새누리당에는 친박, 비박 그 어떤 계파도 존재할수 없다”며, “대한민국을 비주류, 비엘리트, 소외지역 출신이 집권여당의 대표가 될 수 있는 대한민국은 기회의 땅으로 만들겠다. 위대한 대한민국을 지키고 국민을 지키고 가치를 지키는 새누리당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전당대회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계파문제를) 자꾸 들먹이고, 자꾸 그런 문제를 이야기하고, 마치 그게 새누리당과 정치의 전부인 것처럼, 그런 식으로 그 문제를 자꾸 부각시키고, 그 문제에만 매달리다 보면 우리가 해야 할 일, 국민이 우리에게 기대하는 일을 못하게 된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이를 반영하듯 이정현 대표는 11일 진행된 박근혜 대통령과 신임 지도부간 청와대 오찬에서 개각에 대해 공개적으로, “탕평인사, 균형인사, 능력인사, 소수자에 대한 배려 인사 등이 반영이 됐으면 좋겠다”고 건의했다. 이 대표의 이런 건의는 호남 출신 인사들을 좀 더 많이 기용해 달라는 뜻으로 해석됐지만, 금번 3개 부처 내정자의 출신지역을 보면, 조윤선 내정자는 서울, 김재수 내정자는 경북 영양, 조경규 내정자는 경남 진주로 이대표의 건의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정부 인사가 됐든 제가 하게 될 당 인사가 됐든 저는 탕평 인사, 배려 인사, 능력 인사, 이런 부분을 아주 중시 여기고 있다”면서 “대통령에게도 그런 요구를 계속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금번 개각에서 이정현 대표의 건의가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지지는 않았지만, 취임 후 첫 대통령과의 공식자리에서 건의한 내용이라 그 의미를 평가 절하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이 대표는 17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원외 당협위원장들이 청와대에 와서 식사도 하고, 대화도 했으면 좋겠다고 건의했다”며, 계파청산을 위한 노력을 이어 가고 있다. 또한 원외 위원장의 역할을 강조하며 원외인사 중용 방침을 밝혔다.
연이은 파격행보, 그러나...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취임 후 독특한 당 운영방침을 밝히며 파격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과 오찬을 가졌던 11일에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대통령과 수시로 통화할 거고 꼭 만나야 할 사안이 있으면 언제든지 면담을 신청해 만날 계획”이라고 밝혀 지난 김무성 전 대표와는 다른 행보를 보였다. 또한 대표 취임 후 처음으로 가진 12일 당 사무처 월례조회에서는 연설 단상이 아닌 간이의자에 앉으며 “우리 빙 둘러앉자. 의식이나 절차를 생략하고 앉아보자”며 회의를 시작했다.
또한 16일에는 “새누리당이 호남을 배려하고 호남을 위한 정책을 펼친다면 그 자체가 호남 사람들 마음의 문을 열게 하는 비결이 될 것이고 20% 이상은 능히 할 수 있다”며, “ 호남 주민들이 선택할 걸 제가 미리 얘기하는 건 시건방이라고 생각하지만 목표는 말할 수 있다. 저는 20% 이상의 목표를 분명히 두겠다”고 강조했다.
반면 이러한 이 대표의 파격행보에 대해 일각에서는 보여주기식 겉치레에 불과하다며, 냉소적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비박계 이은재 의원은 “당 대표가 청와대를 많이 운운하는데 청와대를 보고 당이 움직이는 게 아니라 국민과 당원을 보고 움직여야 한다”며 “새누리당은 청와대당이 아닌 국민을 위한 당이 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 의원은 “가장 중요한 현안이 당 내부로서는 통합과 화합인데과연 이 체제가 통합과 화합을 할 수 있는 그런 능력을 갖고 있느냐”고 지적한 뒤 “내년 정권 재창출이 중요한데 과연 친박일색의 당 지도부가 할 수 있을지(모르겠다)”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부형 중앙청년위원장도 “정부의 잘못된 점을 당이 비판할 수 있어야 한다”며 “너무 정부의 입장만 대변하고 국민의 정서를 무시하는 건 분명히 없어져야 한다”고 이정현 대표 체제의 수직적 당청관계 분위기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하태경 의원은 좀더 직설적으로 “여태까지 정치를 보면 사실상 내년 초부터는 대통령 후보 중심의 정국이 된다”며 “이정현 대표의 사실상 임기는 연말까지다. 한 4개월 정도 밖에 안 남았다”고 주장했다. 즉 올해 말부터 대선정국으로 들어가는 상황에서 실권도 없는 이 대표가 너무 판을 벌이며 나서는 게 아니냐는 시각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이정현 체제 보름...험난한 가시밭길 예고
한편 이정현 대표의 계파종식, 통합의 의도와는 다르게 당대표 취임 후 가진 첫 최고중진연석간담회에서는 21명의 중진 중 고작 8명만이 참석해 당내 역학관계에서 험난한 가시밭길을 예고하고 있다.
비록 예전의 최고중진연석회의를 간담회로 정치적 성격을 낮췄지만 4선 이상의 중진 21명 중 8명만 참석한 부분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중 비박계 수장인 김무성 전 대표와 전대 후보였던 이주영, 정병국, 주호영 의원과 유승민 의원의 불참으로 계파종식 구호가 단순히 구호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든다. 여기에 더해 친박계 맏형 서청원 의원은 물론 좌장 최경환, 원유철, 홍문종, 유기준 의원도 불참해 지난 전대에서 친박 단일화를 거부한 이정현 대표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출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가능하다. 특히 서청원 의원의 경우 친박계가 이주영 후보를 중심으로 단일화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데다가, 전대를 앞두고 휴가를 간 것으로 알려져 이러한 사실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또한 비박계의 경우에도 녹취록 진상 조사를 요구하는 등 전대 후폭풍이 나타나고 있다. 김무성계인 강석호 최고위원은 지난 1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지금 현재 우리 당내에는 많은 일들이 밀려있다”며 “해결해야 될 복잡 다양한 일들은 빠른 시간 내에 체제가 잡히면 국민, 당원들이 의문을 갖고 있는 사항을 하나씩 밝히고 투명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는 친박계의 공천 개입 녹취록 파문 등에 대한 진상 조사를 요구한 것으로 “누구를 스크래치 낸다 이런 건 아니고 재발방지대책은 마련해야 되지 않느냐”고 주장했다.
여기에 더해 여소야대의 상황에서 야권에 대한 관계도 여러 정치적 이슈와 얽히며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이정현 대표가 호남출신이기에 야당과의 소통에 원만하지 않겠냐는 전망도 있지만 당장 사드논란부터 우병우 수석문제, 건국절 논란, 서별관청문회 증인채택 문제까지 이정현 대표 체제의 새누리당은 어느 것 하나 정치적으로 쉽게 양보할 사안이 없다.
당장 국민의당은 16일 이정현 새누리 당 대표를 겨냥, “집권당을 대통령의 장신구로 격하하거나 대표 자신을 대통령 비서 정도로 낮추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장정숙 원내대변인은 “그는 ‘대통령에 대드는 것을 정의라고 착각하면 여당의원 자격이 없다’고 하고 최고위원회를 갑자기 비공개로 바꾸는 것은 유신정권때의 공화당과 유정회가 하던 행태를 연상케 한다”며 “이 대표가 행여 청와대의 고집을 소신으로 착각하고 불통을 원칙주의로 미화하며 바른 말 하는 언로를 봉쇄하려 한다면 그 결말은 새누리당에도 국가에도 불행뿐”이라고 경고했다. 본인의 표현인 ‘근본도 없는’ 흙수저 출신의 당직자가 당의 가장 정상인 대표에 올라선 만큼 앞으로 어떤 정치력을 발휘할지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