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조아라 기자] 서울시내 신규 면세점 입찰 마감이 8일 앞으로 다가왔다. 앞서 관세청은 서울시내 신규 면세점 특허권은 4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중 3장이 대기업 몫으로 배정된다. 그러나 이에 도전하는 대기업이 7곳 가량이 될 것으로 예상돼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면세점 입찰의 제안서는 오는 10월4일 마감된다. 12월 중 신규 사업자가 발표되고 발표 후 1년 이내에 개점하게 된다. 이번 입찰로 면세점 4곳이 늘어날 경우 서울시내 면세점은 총 13곳이 된다.
지난해 특허권을 잃은 롯데면세점과 SK네트웍스가 재탈환을 의지를 강하게 내비치고 있다. 앞선 입찰에서 고배를 마신 현대백화점과, 새롭게 특허권을 따낸 신세계DF와 HDC신라면세점도 입찰에 나선다. 한화갤러리아와 두산, 이랜드도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
재승인을 받지 못해 폐점했던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은 이번 신규 면세점 특허권을 반드시 따낸다는 방침이다. 업계는 롯데 월드타워점이 이번 특허권 경쟁에서 가장 유리하고 보고 있다. 이미 면세점 인프라가 갖춰져 있어 특허권 획득 시 영업까지 소요되는 시간도 다른 사업자에 비해 대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백화점과 롯데월드도 함께 위치해 있어 관광객 확보에 수월한 측면이 있다. 실제로 지난해 월드타워점에는 하루 평균 4000여명의 외국인이 방문했다. 매출도 전년 대비 26.8% 증가한 6112억원을 기록했다. 루이뷔통·샤넬·에르메스 등 3대 명품 브랜드가 입점해 있다는 강점도 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월드타워점의 경우 면세점 역량만 보면 약점이랄 것이 딱히 없다”며 “매출 부분에 있어서 다른 사업자들보다 우세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롯데그룹을 둘러싼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26일에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돼 이 같은 그룹 이슈가 특허권 선정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1000억원을 투자해 면세점을 리모델링했으나 신규 면세점 사업자에 밀렸던 SK네트웍스도 “워커힐면세점 재취득을 위해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SK네트웍스는 꾸준히 면세사업을 해왔기 때문에 관련 노하우가 축적돼 있는 사업자로 꼽힌다. 지난해에는 확장공사로 1/4면적(확장 면적 기준)만 임시 매장에서 영업을 했음에도 3000억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린 바 있다. 그랜드 오픈을 했다면 4000~5000억원의 매출도 문제없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올해 3월 대표이사에 올라 본격적인 경영활동을 진행하고 있는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도 면세점 특허권에 큰 관심을 가지고 힘을 실어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현재의 면세점들은 지역적 편중이 있는 가운데, 도심 속 빌딩 안에 위치해 있다”며 “워커힐은 카지노, 야외수영장, 캠핑장, 산책로 등 다른 사업자들이 대체할 수 없는 환경을 가지고 있어, 쇼핑과 함께 특색 있는 관광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소기업 제품과 국산품의 비중이 50%가 넘는 등 중소기업 상생 측면에서도 워커힐이 다른 사업자에 비해 앞선다”고 밝혔다.
현대백화점도 정지선 회장을 필두로 면세점 시장 진출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현대DF를 통해 입찰에 나섰지만 올해는 단독 입찰이 유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현대백화점은 탄탄한 재무구조가 강점으로 꼽힌다. 지난해 말 기준 현대백화점의 부채비율은 52.8%에 불과했다. 경쟁사인 롯데와 신세계가 138.1%, 95%를 기록한 것과 비교할 때 굉장히 낮은 수준이다. 현금성 자산도 올해 1분기 기준으로 641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서울시내 면세점을 따낸 신세계DF는 “면세점 특허권 입찰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면서 “입찰 참여 여부와 예정지 등은 이번 주 중에 확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는 신세계가 이번 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유력한 후보지로 서초구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을 꼽고 있다. 새로 문을 연 서울시내 면세점들이 매출 부진을 겪고 있는 가운데 신세계의 실적이 좋은 편이라는 점도 강점으로 거론된다.
HDC신라면세점 또한 특허권 참여에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만 밝혔으나 업계에서는 신라면세점이 합작사를 통해 면세점 특허권을 신청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후보지는 기존 면세점이 강북권에 몰려있어, 강남구에 위치한 현대아이파크타워가 유력하다. 신라면세점의 경우 30년간 면세점을 운영한 호텔신라의 경험이 전수돼 운영 역량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화갤러리아와 두산 측도 참여를 검토 중이라는 것 이외의 진행 상황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고 있다. 한화갤러리아와 두산 측은 거론되는 후보지에 대해서도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다. 다만 한화갤러리아 관계자는 “참여 여부는 이번 주말정도 돼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만 전했다.
최근 티니위니를 매각하며 재무구조를 개선한 이랜드그룹의 입찰 여부도 관심을 끈다. 이랜드는 지난해 마포구 서교동 서교자이갤러리 부지를 내걸고 서울시내 신규 면세점 특허에 도전했지만 면세점 특허권을 따내지 못했다. 부지는 고속버스터미널 인근 강남 뉴코아아웃렛과 가든파이브 송파 NC백화점 등을 고려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접수 마감 전까지는 전략이 노출될 것을 우려해 업체들이 정보 공개를 꺼리는 만큼 최종 입찰 여부는 이번 주 이후에나 알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대부분의 사업자들이 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또한 신규 면세점들이 매출 부진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도 많은 업체들이 이번 입찰에 큰 관심을 두는 이유에 대해 “이번에 서울시내 신규 면세점 특허권을 따내지 못할 경우 향후 10년 동안은 신규 특허가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백화점과 달리 면세점은 상품을 직매입하기 때문에 ‘바잉파워’가 상품의 가격을 결정한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지난번에 특허권을 따낸 면세점도 ‘바잉파워’를 키우려는 측면에서 이번 면세점 특허권에 관심이 클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