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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커버스토리/유전자 가위 혁명②]DNA '싹둑'…축복인가 재앙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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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논란은 여전히 진행중


[시사뉴스 김수정 기자] 유전자 조작을 통해 태어날 아이의 운명을 좌우하는 소재를 다룬 SF영화 '가타카(Gattaca)'가 눈앞의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생명공학이 어디까지 가려는가, 인류사회 파멸의 징조가 아닌가 하는 우려 속에서 유전자가위 기술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마음은 '기대 반 걱정 반'이다. 분명 우리 세대와 미래 세대의 유전자 기술에 대한 윤리 기준은 같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유전자가위 기술을 둘러싸고 이러한 생명윤리에 대한 국제적인 논의가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유전자가위가 과연 인간에게 약(藥)일까, 아니면 독(毒)일까?


'유전자가위'는 윤리적으로 얼마나 위험한가


인간 배아의 유전자를 편집하는 기술에 대한 논쟁은 몇 년 동안 생명공학 분야의 중요한 이슈였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는 유전체 교정을 가능하게 하는 인공 제한효소다. 인간 및 동식물 세포에서 특정 유전자의 DNA 염기서열을 절단할 수 있어 유전자가위라는 이름이 붙었다. 최근엔 효율이 높은 '3세대 크리스퍼'까지 개발돼 속도와 정확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 기술은 DNA를 수술해 암, 에이즈, 혈우병을 치료하고 유전자를 조작해 바이오 연료를 생성하거나 농작물 품종을 개량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인간 배아 대상 DNA 편집기술의 안전문제와 맞춤형 아기 등 생명 윤리문제에 대한 우려도 낳고 있다. 우선 유전자가위 연구는 치명적인 윤리적 결함을 안고 있다. 유전자 편집에 찬성하는 이들은 아기가 태어나기 전부터 난치성 질환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하지만 배아의 지위를 인간으로 본다면 줄기세포 연구는 생체 실험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또한 중국 연구진의 실험결과에서 보듯이 생식세포나 배아에 유전자가위 기술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돌연변이가 일어나 예상치 못한 유전학적 형질이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아직 100% 확실하게 유전자를 잘라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크리스퍼 가위를 인간 배아를 대상으로 사용했을 때 의도치 않은 불행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조작을 거친 배아가 실제 인간으로 성장할 경우 후손에게 변이를 물려줄 수 있고 의도치 않은 결과가 너무 위험할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패 배아'의 폐기에 대한 생명윤리 논쟁도 촉발될 수 있다. 수정란이 형성된 직후부터 태아에 준해 생명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 종교계의 일치된 입장이고 상당수 학자들도 이에 동의하고 있어 배아에 대한 '폐기물' 처리가 현실화될 경우 사회적 논란은 첨예하게 일 수 밖에 없다. 즉 유전자치료의 성공여부에 따라 생명의 탄생을 결정하는 것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의사결정권이 없는 태아에 대한 유전자 치료를 누가 시행해야 하고, 그 목적과 의도를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에 따라 많은 논란이 제기될 가능성도 크다. 부모가 자신의 2세를 소유물로 생각할 수 있다는 점과 후손의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가능성으로 인해 새로운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 또 문제 발생 시 책임 소재에 대한 분쟁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으며, 임상 단계에서는 동의권을 누가 갖는지 또는 거부권이 존재할 수 있는지 등의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인간의 특성을 단순히 유전적 형질로 단순화시켜 이를 교정하는 것은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영양 공급, 가족 및 교육 환경 그리고 사회문화적 요인 등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복잡한 인간의 특성을 유전자로 단순화해 취급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유전자에 대한 의존도가 점차 높아지면, 인간의 존엄성에서 정신과 같은 비물질적인 요소가 배제될 수도 있고 유물론적 인식이 강화될 경우 정신적 가치의 상실을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허용 가능한 부분 복제와 허용할 수 없는 복제 기술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기존에 논의되어 온 인간 복제 개념을 새로운 차원에서 재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규제 마련에 대한 자세는?


유전자가위 기술은 기존 육종 및 유전자변형 기술보다 농작물 개선 및 질병 치료 목적으로 이용하는데 있어 그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이미 생명공학 분야의 보편적 기술로 자리 잡고 있으며 활용 역시 급속도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농작물 개선과 질병치료를 위한 연구에서 외부 유전자 도입 없이 유전체를 교정할 수 있다는 점으로 인해 기존 유전자변형 기술에 비해 규제를 완화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바이오안전성정보센터(KBCH)에 따르면 일부 연구자들은 윤리적·과학적 이슈를 무시한 과도한 목표 지향적 연구는 통제할 필요가 있지만, 특정 가치에만 의존한 지나친 통제는 새로운 변화와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실질적인 피해나 사회적 손실이 크지 않고, 기술 적용의 개인적 이익이 큰 경우 법에 의한 지나친 통제는 음성적인 확대를 통해 더 복잡한 사회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정경진 KBCH 연구원은 "이러한 상황에서 연구자들이 기술의 개념 및 규제 완화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려는 적극적인 활동이 수반돼야 하고 규제 기관도 연구자들의 과학적 의견을 반영하도록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국제기구, 전 세계 연구자 및 규제자들은 유전자가위 기술 규제에 대한 국제적 합의를 이룰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함께 의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5년 Pew Research Center의 조사에 따르면 GMO의 안전성과 관련된 질문에 대해 과학자들은 88%가 안전하다고 답변한 것에 비해 일반인은 37%만 안전하다고 답변했다. 이러한 큰 차이는 유전자변형과 같은 현대생명공학 기술에 대한 개념 전달의 어려움과 미흡한 커뮤니케이션 등에 기인한다. 이러한 문제들을 고려할 때 유전자가위 기술 또한 일반 대중들이 긍정적으로 수용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유전자 가위, 유전자변형을 포함한 현대생명공학 기술에 대한 대중의 의문과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로 인해 기술 이용을 반대하는 캠페인이 증가하고 있고, 이는 전 세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파장은 새롭게 연구되고 떠오르는 기술에 대한 과학자들의 커뮤니케이션 노력보다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정경진 연구원은 "과학자 및 관련 규제자들은 유전자가위 기술과 같은 새로운 기술의 빠른 도입과 발전을 위해 대중과의 커뮤니케이션에 적극적인 자세를 취해야 한다"며 "유전자가위 기술에 대한 수용도를 증가시키는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고 전했다.


김진수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교정 연구단장도 "아직 유전자가위 기술이 완전하지 않아 부작용이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이를 당장 임상에 적용해 아이를 출생하게 하는 것은 법률로 금지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연구 자체를 금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유전자가위에 대한 과도한 규제가 기술 발전을 저해하고 나아가 국가적인 경쟁력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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