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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우리에겐 낯선 권리 ‘표현의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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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러운 잠’ 둘러싼 논란… 한국적 철학 바탕의 사회적 합의 없어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지난달 24일 국회에 전시된 박근혜 대통령의 풍자화 ‘더러운 잠’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 사건은 어디까지를 표현의 자유로 인정할 것인가, 풍자와 혐오표현의 차이는 무엇인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의 필요성을 강하게 시사한다.


금기시되던 권력의 누드 묘사


논란이 된 이구영 작가의 ‘더러운 잠’은 프랑스 화가 에두아르 마네의 ‘올랭피아’와 이탈리아의 화가 조르조네의 ‘잠자는 비너스’를 패러디한 작품이다. 작품 속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누워있는 모습은 누드화인 ‘잠자는 비너스’를 따왔다. 박 대통령의 배 위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과 사드, 청와대의 강아지 두 마리가 올려져 있다. ‘올랭피아’에 등장하는 하녀는 최순실씨로 바뀌었다. 하녀의 꽃다발은 주사기 다발로 바뀌어 있다. 배경엔 침몰하는 세월호와 최씨의 얼굴이 그려진 태극기가 있다. 세월호는 침몰하고 최씨가 국정농단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은 최씨의 주사바늘 시중을 받으며 잠에 빠져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한 시각적 묘사다.


‘더러운 잠’은 국회라는 전시 공간 때문인지 즉각적인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 그림이 포함된 전시를 기획한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비난이 쏟아졌고 징계대상이 됐다. 심지어 자칭 보수단체는 작품을 훼손하기까지 했다.


작품이 불편한 감정을 불러일으킨 우선적인 이유는 박근혜 대통령이 누드로 표현됐기 때문이다. 권력을 누드로, 그것도 여성 권력을 누드로 표현하는 것에 우리 사회는 아직 낯설고 당혹스러운 감정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국가 권력이 곧 국가라는 인식이 있는 보수 단체는 국격을 훼손한 그림이라고 분노했다. 더 복잡한 논쟁은

여성혐오가 깔려있다는 주장이다.


월드피스자유연합 등 보수단체들은 “대한민국 국회를 누드 전시장으로 만들었다” “대한민국의 위상과 국격을 떨어뜨렸다” “나체사진을 전시해 인격을 모독하고 여성을 성희롱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국격을 훼손한 것은 그림이 아니라 박 대통령 자신이다” “그림보다 정치현실이 몇 배 더 추악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 풍자 연극 ‘환생경제’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등의 반대 여론 또한 거세다.


풍자 대상에 성역 없는 서구


‘더러운 잠’ 논란은 원화인 ‘올랭피아’가 1863년 발표 당시 비슷한 비난을 받았다는 점에서 아이러니하다. 결국 ‘더러운 잠’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억압마저도 작품 자체가 암시하고 있는 셈이다. ‘올랭피아’는 신화 등에만 국한되던 누드의 금기를 깨고 창녀의 누드를 표현한 도전적인 작품으로, 당시 저질스럽다는 비난을 받았지만 지금은 미술사의 걸작으로 평가된다.


미술적 가치나 아름다움에 대한 평가는 이처럼 달라질 수 있다. 예술은 그 가치를 단순한 잣대로 정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작품의 가치 평가와는 별도로, 전시를 금지하거나 탄압, 작품을 훼손하는 등의 행위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심각한 억압이다. 작품이 ‘저질스럽다’ ‘수준이 낮다’ ‘예술이 아니다’라는 비판을 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 표현을 금지하거나 징계할 사유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외국의 사례는 어떨까? 민주주의가 발달한 서구의 경우 표현의 자유에 대해서 우리와는 비교가 안될 만큼 자유롭다. 이슬람교 창시자 무함마드 나체 만평으로 편집국 총기 난사 테러까지 당했던 프랑스 시사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의 경우 그 어떤 성역도 금기도 없는 것이 표현의 자유라는 입장이다. 부패한 권력자는 물론이며 마이클잭슨의 사망이나 시리아 난민 비극의 상징인 꼬마 쿠르디 등 그 대상과 풍자 수위가 상상을 초월한다. 무함마드 모욕이 표현의 자유인지에 대해 동의하기 어렵다고 해도, 그것을 폭력으로 해결하는 것이 옳지 않다는 점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


미국의 경우도 비슷하다. 힐러리나 트럼프의 나체 묘사는 미국에서 논란거리도 안 된다. 대통령을 추악한 괴물로 합성한 사진 등은 넘쳐난다. 정치적 야합 등을 풍자할 때는 노골적 성행위로 묘사되기 일쑤다. 공공장소에 전시되고 언론 만평에 게재되는 것이 일상이다. 인종적 ·성적 혐오 표현이 아니면 논란 자체도 되지 않는다. 나체가 권력에 대한 조롱의 수단으로 이용되기는 하지만 성적 혐오로 인식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혐오표현과 구별해야


하지만 표현의 자유가 타인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편견과 혐오를 조장한다면 그것은 허용되는 것이 옳을까? 독일의 경우 권력에 대한 풍자는 용인되지만, ‘나치’에 대한 상징물 전시나 찬양 표현 등은 엄격하게 법적으로 금지돼 있다. 다른 나라의 경우도 인종적 차별 등에 대해서는 민감하다.


절묘하게도 ‘더러운 잠’ 전시 다음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명예 훼손 혐의로 기소된 ‘제국이 위안부’ 저자 박유하 세종대 교수가 무죄를 선고받았다. 저서에 ‘개개의 사람을 특정하지 않고’ ‘조선인 일본군 위안부’라는 집단만을 표시했기 때문에 “명예 훼손적 표현은 있지만 피해자를 특정하기 어렵다”는 것이 선고 이유였다. 독일이 ‘나치’ 표현에 있어서 피해자를 독일 및 유럽 공동체 전체로 보는 절대적 시각과는 상반되는 관점이다.


표현의 자유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합의를 통해 한국식 기준과 법이 필요한 시점이다. 표현의 자유는 정서가 아닌 법으로 제한돼야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문화연대는 “패러디의 한계는 존재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충분한 사회적 토론의 결과로 만들어지는 것”이라며, “특정 프레임의 시각에서 볼 때 마음에 들지 않는 작품이라고 함부로 훼손한다거나, 논란의 소지가 있는 작품을 전시했다는 이유로 주최자를 정치적으로 징계하려는 시도는 그 자체로 ‘예술작품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위협일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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