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조아라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됨에 따라 삼성이 ‘총수 공백’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게 됐다.
17일 오전 5시38분께 법원은 이 부회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거쳐 특검이 청구한 구속영장이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부회장은 전날 오전 서울중앙지법 서관 319호 법정에서 진행된 구속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에서 이동해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 여부를 기다렸다. 영장실질심사는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진행돼 다음날까지 이어졌다. 구치소에 대기하고 있던 이 부회장은 구속이 결정되자 영장이 발부됨과 동시에 현장에서 바로 수감됐다.
이에 따라 삼성은 컨트롤타워를 조속히 구축하는 등 즉각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특검 수사가 시작되면서 올 경영계획과 임원인사 등 중요한 의사 결정을 뒤로 미뤄온 삼성은 혼란스런 조직 분위기를 추스르고 조직을 위기상황에 맞춰 정비하는데 심혈을 기울일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여파로 올해 경영계획도 제대로 세우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맞게 된 ‘총수 공백’에 따라 경영 전반에 받게 될 타격이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검팀 수사가 시작된 뒤 대기업 총수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된 것은 이 부회장이 처음이다. 삼성가에서도 지금까지 오너 구속이라는 사태를 맞은 적은 없었다. 삼성은 최근까지 여러 번 검찰수사에 휘말렸지만 창업주이자 초대 회장인 고(故) 이병철 전 회장부터 이건희 회장까지 구속 사태는 피해왔다.
삼성그룹 내부에서는 총수의 구속 소식에 당혹감을 내보이고 있다. 이미 한 차례 구속영장이 기각된 바 있어 이번에도 같은 결과를 기대했던 만큼 충격도 크다는 입장이다. 삼성그룹 관계사 임직원들은 이 부회장의 신변이 최종적으로 어떻게 될지, 앞으로 그룹 전반의 경영행보는 어떻게 이뤄질지 등에 대해 논의하는 등 어수선한 모습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삼성 관계자는 “최순실 사태로 온 나라가 시끄러웠지만 솔직히 재계를 대표하는 삼성의 총수가 구속될 것이라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며 “설마 하던 일이 실제로 일어나면서 주변에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밝혔다.
그룹의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의 최지성 실장(부회장)과 장충기 차장(사장),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담당 사장(대한승마협회장)은 불구속 상태로 조사를 받게 됐지만, 총수의 부재와는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 재계의 시각이다. 해체가 공식화되는 등 미래전략실이 마비된 상황에서 이 부회장마저 구속되면서 삼성은 투자를 비롯한 대외활동 전반에 큰 타격을 받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 재계 고위 관계자는 “우려하던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이제 삼성뿐만 아니라 최순실 사태에 연루된 나머지 기업들도 최악의 국면을 배제하지 않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며 “해당 기업들의 오너리스크 우려로 인한 투자 위축이나 경영 차질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