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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트랜드] 성공한 사극의 ‘시대적 감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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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대 가치관과 집단적 정서 반영의 적극성 따라 흥행 승패 갈려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브라운관과 스크린에서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는 사극들. 이들의 흥행을 가르는 요소는 역시 트렌드의 반영이다. 얼마나 시대적 감각과 감수성 또는 대중적 가치관을 잘 드러내는가는 다른 장르보다 더욱 사극에 요구되는 요소다.


왜 ‘역적’은 ‘사임당’보다 시청률이 높나


MBC 월화드라마 ‘역적:백성을 훔친 도적’은 정치적 상황과 계층에 대한 대중적 불만을 응축시켜 눈길을 끈다. 이 드라마는 로맨스 사극 등의 최근 유행을 거스르고 오랜만에 찾아온 정통 사극이다. 전통적인 무협 서사물의 구조 안에서 코미디 등의 퓨전적 요소도 강해 MBC 사극의 색깔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홍길동’ 이야기라는 소개와는 달리 ‘역적’은 우리에게 익숙한 홍길동과는 차이가 많다. 기존 질서에 대항하며 이상향을 만드는 새로운 리더라는 정서는 ‘홍길동’과 같지만, 원작 ‘홍길동’이 가진 여러 가지 한계점은 부정하고 있다. 허균의 소설에서 홍길동이 그렇듯, 양반의 피가 흐르는 서자, 즉 ‘귀족 출신이지만 특권을 빼앗긴 영웅’이라는 캐릭터는 20세기 이전부터 지금까지 이어져온 대중이 꿈꾸는 영웅상이다. 하지만 ‘역적’은 이를 부정하고 뼛속까지 노비 출신인 길동이 등장한다. 주로 근엄하고 카리스마 있는 역할을 맡아온 배우 김상중이 길동의 아버지로 등장하는 등 계층적 편견을 뒤엎는 여러 시도로 눈길을 끈다.


‘흙수저’를 구제해주는 것이 ‘착한 금수저’이던, ‘을’이 ‘갑’이 돼서야 비로소 ‘을’구제할 수 있다던 계층의 인식은 이제 낡은 것이 됐다. 노비도 리더가 될 수 있고, 기득권의 질서는 그냥 완전히 뒤엎어버리고 싶은 게 현대인의 계층적 정서다. ‘역적’은 이 같은 변화된 시대상을 반영했고, 좋은 반응을 얻었다.


SBS ‘사임당 빛의 일기’는 ‘역적’과는 여러 가지로 대비되는 드라마다. 비슷한 시기에 시작한 이들 드라마는 사실 ‘사임당’이 압도적인 주목을 받았다. 올해 최고의 기대작이었던 ‘사임당’은 이영애의 복귀작으로 투자가 몰려들었던 작품이다. ‘역적’은 그에 비해 주요인물들도 신인급에 가까워 비주류로 시작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역적’이 ‘사임당’보다


근소하지만 시청률을 앞서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시대적 감성의 반영 여부가 승패를 결정지었다는 견해다. 문화평론가 김혜경 씨는 “사극은 과거를 배경으로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시대에 가장 민감한 장르 중 하나다. 조선시대 역사적 사건과 인물을 그릴지라도 그 해석이 매번 달라지는 것은 사극이 시대를 어떻게 반영하는지 확실히 증명한다. 더욱 지금처럼 전 국민적으로 정치적 현실에 대한 불만이 극에 달했을 때는 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임당’은 현모양처라는 신사임당의 왜곡된 이미지를 벗어나 예술가로 재조명한다는 나름의 현대적 감각을 표방했지만, 이 마저 이미 지나간 프레임이 돼 버린 게 문제다. 사전제작은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선택이었지만, 급변하는 시대상을 녹이기에는 불리한 요소가 됐다.


‘혁명’ 있어야 ‘신드롬’도 있다


성공한 사극에는 시대적 반영은 물론, 전복적 요소가 항상 존재해왔다. 1999~2000년 방영돼 신드롬을 몰고왔던 MBC ‘허준’의 경우 퓨전사극의 형식적 측면은 물론, 내용면에서도 기존 질서를 깨는 것이 많았다. 역경을 이겨내고 정치적 술수가 아닌, 오로지 순수한 노력과 실력으로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 허준은 당대의 판타지였다. 동시에 빈부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환자를 똑같이 대하는 허준의 태도는 양극화가 뚜렷해지기 시작하던 시대에 대중의 이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 사극의 이상적 인물과 달리 허준은 부족한 면이 많은 인물이었고, 스승을 통해 성장하는 캐릭터라는 점이 현대적이었다. 이 드라마에서는 계층적 이야기가 많았다. 높은 수준의 의학이 상위 계층을 위한 전유물이라는 인식을 깨부수고 낮은 사람에게 이르는 허준의 태도는 현재에는 전형적인 테마지만 당시에는 혁명적인 요소였다.


‘허준’에 이은 이병훈 PD의 대표작인 ‘대장금’은 ‘허준’의 색깔을 이어받아 확장 발전된 드라마였다. 전설적 사극이 된 ‘대장금’은 사극의 새 장을 연 드라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장금’ 이전까지 사극에서 궁녀의 존재는 왕의 간택을 바라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불쌍한 여인으로만 그려졌으며, 비인격적인 배경으로만 등장했다. 하지만 ‘대장금’은 궁녀에게 거의 처음으로 인격을 부여하고 전문직으로 바라보았다. 남자의 사랑을 받는 평범한 즐거움이 없는 삶에서 그 비극성을 찾는 기존의 지극히 남성적 시각과 달리, ‘대장금’은 그 비극의 원천을 비합리적 시스템에서 찾았으며, 연대를 통해 그것을 극복하는 진보적 가치관을 보여줬다.


유교적 시대의 비극적인 여인상과 암투에 초점을 맞춘 80~90년대 사극들이 가부장적 가치관을 적극 반영했다면, ‘대장금’은 이전 시대에 대해 작별을 고하고 주체적 여성상을 내세워 대중의 공감을 얻을 수 있었다. 또한 대장금은 ‘허준’과 똑같은 대중의 판타지를 담은 이상적 캐릭터지만, 사실상 드라마 전반의 정서는 기득권과 비기득권의 싸움이다. 물론 대장금 또한 엘리트 부모 출신이라는 시대의 한계는 존재하지만, 장금이의 성공은 비기득권이 기득권을 뒤엎는 것이었다. 이는 당대의 정치적 현실과 맞닿은 부분이기도 했다.


이 같은 사극의 시대상 반영은 영화에서는 더욱 노골적이다. 영화 ‘광해’의 성공은 정치상황의 직설적인 은유가 통했기 때문이다. 충무로에서 현재 제작 중인 영화 ‘남한산성’ ‘임금님의 사건수첩’ ‘대립군’ 등의 사극들도 모두 이 같은 지점에서 승부를 걸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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