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수정 기자] 최근 배달앱 등으로 배달음식을 주문할 때 술까지 함께 시키는 방식으로 음주를 하는 청소년이 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가족부가 전국 17개 시·도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청소년 1만5646명을 대상으로 '2016 청소년 매체이용 및 유해환경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중·고등학생 중 35.0%가 지금까지 1잔이라도 술을 마셔본 경험이 있으며 18.0%는 최근 1개월 이내에 음주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1개월간 음주 경험이 있는 청소년의 21.5%가 술을 직접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술을 구입한 장소는 편의점·가게·슈퍼마켓(94.8%), 식당·음식점(43.6%), 대형마트(36.2%), 배달음식 주문(29.6%)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는 술에 관대한 문화와 느슨한 규제 정책으로 청소년의 음주 행태가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청소년 음주 문제가 손톱 밑 가시로 떠오르며 심각성이 날로 더해지는 반면 이렇다 할 규제책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음식점 주류 배달이 전면 허용되면서 청소년들이 음주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등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국세청은 그동안 불법이었던 야구장 맥주보이의 맥주 판매와 치킨집 생맥주 배달 등 음식에 포함되는 주류 및 수퍼마켓 주류 배달을 허용했다. 그로 인해 기존의 편의점, 마트 외에도 배달업체를 통한 구매도 이루어지는 등 청소년들이 새로운 유해환경에 노출됐다는 지적이다.
최근 음식점과 배달전문업체의 분업화가 뚜렷해지면서 신분증 확인 등 성인인증 절차는 상대적으로 더욱 소홀해졌고, 배달 음식의 특성상 감시가 덜해 지자체와 경찰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배달 업체의 주류 판매 시 청소년에 대한 신분 확인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청소년들이 주류를 구입하는 경로나 구입처에 대해서는 색출하기 어려워 단속에도 애를 먹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청소년들은 술을 어렵지 않게 구입하거나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로나 방법에서도 다양하고 보다 지능적인 행태를 보이며 술 구입을 서슴없이 하고 있는 청소년들에 대해 시급한 제제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청소년들은 흔히 편의점 등에서 생김새가 얼추 비슷한 지인의 성인 신분증을 소지하고 다니며 술을 구입한다. 또 누군가가 분실한 성인 신분증은 청소년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술을 구입할 수 있는 절대적인 수단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게다가 만17세부터 발급이 가능한 주민등록증 생년월일 표기 부분에 성인 연령대의 숫자 스티커를 부착한 뒤 투명한 카드 지갑에 넣는 방식으로 감쪽같이 속이는 등 신분증의 위조 및 날조 역시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더 놀라운 것은 이런 수고(?)를 하지 않더라도 사복 차림을 하거나 짙은 화장만으로 충분히 주류 및 담배 구입이 쉽게 이뤄지고 있다고 청소년들은 털어놨다. 특히 학년이 높아질수록 술을 어렵지 않게 구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자유한국당은 "청소년 술, 담배 판매의 경우 신고에 의존하는 경향이 크다"며 "배달업체의 주류 판매 시 신분확인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과 관련 업체에 대한 효과적인 제재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도 무엇보다 중독성 우려가 큰 청소년 위험 음주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청소년보호센터 관계자는 "아직 성장기에 있는 청소년들의 음주는 정신건강에 해로울 뿐 아니라 사회적 차원까지로 문제가 파급될 수 있다"며 "주류배달 허용으로 청소년이 더 쉽게 술에 접근할 수 있는 부분 등에 대한 강력한 단속 및 예방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청소년들의 음주에 대해 기성세대의 관심과 도와 교육청, 경찰청, 시민단체 등과의 유기적인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이제라도 국가적 사회적 차원에서 청소년 약물 남용 예방에 고민을 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정부 당국은 강력하고 집중적인 단속과 홍보활동을 통해 청소년 음주 근절 분위기를 확산시켜 나간다는 방침이다. 여가부는 "배달서비스업 등 신종 주류 유통경로가 청소년의 구입을 용이하게 함에 따라 배달앱으로 주류를 주문할 시 성인인증절차를 강화하는 등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대응방침을 밝혔다.
또 "인터넷 직거래 등을 통한 유해약물 판매 점검을 확대하고 전자담배나 흡입형 비타민 등 신종 유해약물의 청소년 대상 판매에 대해서도 단속을 강화할 예정"이라며 "청소년 대상 주류·담배 판매금지, 신분증 진위여부 확인 방법 등 홍보를 통해 청소년보호에 대한 인식과 실천문화 확산도 병행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