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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디즈니, 복고와 진보의 크로스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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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에 페미니즘을 덧칠하다… 보수주의 비판 극복 위한 시도들로 재기 성공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디즈니사의 신작 ‘미녀와 야수’가 전 세계적 흥행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3월24일 기준으로 북미에서만 약 3억달러, 전 세계에서 5억4000만달러 이상을 벌어들이며 월드와이드 흥행 1위를 차지했다. 국내에서도 개봉 이후 11일 만에 300만명을 돌파했다.


도전받는 봉건적 세계관


‘미녀와 야수’의 이 같은 흥행은 ‘겨울왕국’ 이후 디즈니의 변화된 행보를 구체화한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드림웍스 픽사에 밀려 구시대의 전유물로 인식됐던 디즈니가 ‘겨울왕국’을 통해 클래식에다 현대적 감성을 입혀 새롭게 태어나는데 성공했다면, ‘미녀와 야수’는 그 방향성을 재차 입증하는 것이다. 그리고 대중은 흥행 성공이라는 대답으로 디즈니의 세계관과 스타일에 공감을 표하고 있다.


디즈니는 세계 애니메이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거장이지만, 찬사 이상으로 비판을 받아온 기업이다. 경영방식에서 제3세계 착취, 지나친 저작권료 챙기기, 시장의 독점 등으로 ‘자본주의의 괴물’라는 비난을 받아왔지만 무엇보다 큰 문제는 작품이 담고 있는 세계관의 불량함이었다.


1990년대 디즈니는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던 인종차별 성차별과 봉건적 세계관, 가부장적 가치관이이라는 비판을 의식해, 나름대로 시대상을 반영한 변신을 선택했다. 고전 원작이 가지고 있던 귀족중심의 세계관은 그대로 놔두고 원작과 달리 여성상을 쾌활하게 묘사하며 수동성을 최소화하려 노력했다.


하지만 이들 작품의 ‘캔디형’ 캐릭터들은 가부장제에 저항하는 것이 아닌, 은밀하게 순응하는 쪽에 가까웠다. 비록 평단의 비난에 시달렸지만, 당시 작품들이 대히트를 했다는 것은 그만큼 실제 대중의 정서였음을 입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가부장적 인종차별적이지만 아닌 척 진보의 포장을 입힌 시대 정서를 디즈니는 답습한 것이다. 문제는 애니메이션이라는 특성상 어린이의 가치관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비판을 더욱 피할 수 없다.


스스로를 비판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 같은 낡은 가치관에 하품하거나 불쾌해하는 관객이 많아졌다. 2000년 제작된 미국의 드림웍스의 애니메이션 ‘슈렉’은 노골적으로 디즈니를 비아냥거리는 콘텐츠였다. 비주류적 정서임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적 신드롬을 몰고 온 ‘슈렉’의 흥행은 디즈니 세계의 종식을 의미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2013년 공개된 ‘겨울왕국’은 고전을 면치 못했던 디즈니가 새로운 단계로의 진입을 선언한 작품이다. ‘겨울왕국’은 환상적인 3D 영상과 명품 OST가 더해져 관객을 매료시켰다. 하지만 지금까지 디즈니가 기술적으로 비판받았던 적이 있었던가. 사실상 이전에 비해 혁명적 수준의 흥행 요인은 진보적 세계관에 있었다. 여성의 자아 찾기와 가족애를 내세운 이 작품은 ‘슈렉’같은 B급 정서가 아닌, 클래식한 분위기를 고수하면서도 스스로 디즈니의 세계관을 비틀고 비판하는 획기적 변화를 시도했다.


엘사는 ‘좋은 여자아이가 되라’고 강요받았던 과거와 단절하고 “맞는 것도, 틀린 것도 규칙도 내겐 없어. 난 자유로워”라고 노래한다. 디즈니 캔디형 캐릭터 전형으로 보이는 안나는 왕자와의 결혼에 집착하지만 그것이 얼마나 ’미친짓‘인지 깨닫는다. 남성에 의한 구원보다는 자매애, 즉 여성의 연대가 상처받은 엘사를 위로한다는 설정 또한 명백한 페미니즘적 메시지다.


‘겨울왕국’의 성공 때문인지 실사 영화 ‘미녀와 야수’는 ‘페미니즘’을 아예 마케팅에 이용하고 있다. 동성애자 캐릭터가 등장하는 등 ‘미녀와 야수’의 표면적 진보성은 지나치게 노골적인 나머지 ‘페미니즘’의 상업적 가치를 실감나게 할 정도다.


페미니즘의 상업적 수용


‘미녀와 야수’는 사실 원작 자체가 논란 요소가 많다. 1759년 발간된 L.보몽 원작 동화는 설화를 각색한 것이다. 원작은 딸이 소유물로 인식되던 시대에 아버지의 이익에 따라 결혼이 결정되는 현실을 설화적으로 표현했다. 이 같은 배경에서 남편이 야수로 인식되는 것이 당연하고, 대신 풍요로운 성으로 상징되는 경제적 혜택과 거래를 한 것이다. 벨은 이질적인 환경과 인간관계를 특유의 지혜로 극복하며 화합해 성의 마법을 풀어주는 가부장제에서 전형적인 구원적 며느리상이다.


1991년 애니메이션에서도 이 같은 문제들을 충분히 의식해 벨을 능동적 인물로 변신시켰다. 가스통의 마초성을 강조시켜 벨이 적극적으로 가부장제를 거부하는 상징으로 사용했다. 하지만 벨의 실체에는 상냥함 착함 등 전통적 여성상이 집약돼 있다. 실사 영화에서는 세탁기를 발명하거나 아이들에게 글을 가르치는 지적인 면모를 드러내며 벨을 더욱 지적으로 묘사하려고 노력했다. 가스통의 가부장적 면모 또한 더욱 구체적으로 심화됐다. 하지만 마케팅에서 ‘페미니즘’을 강조한 것 외에 1991년판 애니메이션에 비해 본질은 크게 발전한 것이 없다.


영화는 ‘외모보다 내면’이라고 하지만, 결국 흉측한 외모는 풀려나야할 ‘저주’며, ‘자신의 의지’로 ‘내면의 사랑’을 선택한다는 순수한 포장지의 깊숙한 속내에는 벨도 결국 왕자와 결혼하는 신데렐라라는 한계를 지울 수 없다. 물론 그것이 벨의 속물적 선택에 의한 결과는 아니지만, 마치 착한 벨에게 주는 축복 같은 느낌까지 부인하기가 쉽지 않다. 시대의 요구에 맞춰 진보는 했지만, ‘슈렉’같은 주류에 대한 전복까지는 디즈니의 영역이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확인할 수 있다. 은밀한 보수성은 디즈니의 아직도 유효한 흥행 코드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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