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조아라 기자] 국내 주요 기관과 국제기구, 글로벌 투자은행 등이 2017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상향했다. 세계 경제의 회복세에 따른 영향으로 우리나라의 수출이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성장률 전망치 상향이 경기 회복을 의미하지는 않으며, 2018년에는 올해보다 성장률이 다소 떨어질 것으로 보여, 당분간 경기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지난달 13일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기존 2.5%에서 2.6%로 0.1%포인트 올렸다. 18일에는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국제통화기금(IMF)이 각각 2.4%에서 2.6%로, 2.6%에서 2.7%로 올려 잡았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 10곳의 전망치 평균도 3월말 기준 전월보다 0.1%포인트 오른 2.5%로 집계됐다.
한국은행은 전망치 수정에 대해 “금년 중 국내 경제는 세계 경기 회복에 따른 수출 및 설비투자의 개선에 힘입어 완만한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라고 밝혔다. 부문별로는 △민간소비 2.0% △설비투자 6.3% △지식재산생산물투자 2.7% △건설투자 4.5% △상품수출 3.3% △상품수입이 4.0%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은행은 “올해 하반기로 갈수록 유가 상승의 영향이 축소되고 농축수산물 가격이 안정돼 오름세가 다소 둔화될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1.8%에서 1.9%로 상향조정했다.
이 같은 경제성장률 전망은 세계 경제가 회복세에 접어들면서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IMF의 ‘세계경제전망’에 따르면 올해 세계 경제는 글로벌 투자 및 제조업과 무역의 회복세에 힘입어 3.5%의 성장률이 전망된다. 세계 경제는 지난해(3.1%) 대비 성장률이 높아지는 양상을 뚜렷하게 보이고 있다.
지난해 성장률이 1.7%에 그쳤던 선진국의 성장률도 올해 2%대로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1.6%에서 크게 올라 올해 2.3% 성장할 것으로 IMF는 전망했다. 일본도 1.0%에서 1.2%로, 영국 1.8%에서 2.0%로, 캐나다 1.4%에서 1.9%로 전년에 비해 성장률이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신흥개발도상국 또한 지난해 4.1%에서 올해 4.5%로 올라갈 것으로 예측됐다.
성장률 전망 상향 ≠ 경기 회복
그러나 경제성장률 전망치 상향 조정이 곧 경기 회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전망치 상향은 민간소비를 중심으로 한 내수 회복 때문이 아니라 세계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이에 따른 일부 업종의 수출 증가가 주요 요인이기 때문이다. KDI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 총수출 증가율은 전년도 2.1%보다 두배 가까이 늘어난 4.0%를 기록할 전망이다.
김성태 KDI 거시·금융경제연구부장은 “세계 경제가 지난 5~6년 간 전망치 대비 계속 하향조정 추세였는데 올해는 전망치와 비슷한 수준으로 갈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그러다보니 수출이 예상보다 늘고 있고 반도체 수출의 호재가 특수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건설 투자의 증가세도 당분간 유지될 것이고 투자 전반이 올라오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민간소비가 둔화되더라도 성장률은 당초 전망보다 올라갈 수 있겠다고 전망한 것”이라며 “상향 조정이 경기가 좋아지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위험 요인이 커져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고려해야 한다고까지 봤던 수준보다는 완화됐다는 판단이지, 경기가 치고 올라갈 모멘텀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김 부장은 “경기 전반이 살아나기 위해서는 주력산업과 내수 쪽의 서비스, 이 두 축이 살아나 줘야 한다”며 “특수 업종 호황은 산업에서의 요인이 작용하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이 하나만으로 경제 정책 온기가 퍼지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내년에도 경기회복 어려워
세계 경제의 경기 개선에 대한 긍정적 신호가 나타나고는 있지만 하방 위험은 여전한 상황이다. 미국의 통상정책, 중국의 과잉투자문제, 유로존의 브렉시트 협상 및 정치적 불확실성 등이 세계 경제 회복세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특히,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보호무역주의의 확산으로 경제적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
대내적 상황도 좋지 않다. KDI는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빠르게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가계와 기업 부문은 외부 충격에 점차 취약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생산가능인구가 2016년을 정점으로 감소할 예정이고, 최근에는 생산성도 개선되지 못하고 있어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력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1300조원이 넘는 가계부채 문제가 우리 경제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가계부채가 비은행권을 중심으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고 기업 구조조정이 지체되며 한계기업이 늘면서 우리 경제의 부실이 누적되고 있는 것이다. 금융위기 가능성을 가늠하는 지표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신용(가계신용+기업신용)의 경우 가계신용을 중심으로 195.2%까지 상승해 금융 불안 등 거시경제 안정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내년에도 경기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제 유가 상승에 따른 교역조건 악화로 구매력이 쉽게 회복되지 않고, 가계부채 문제와 맞물린 시장금리 상승이 소비여력을 제한한다는 분석이다. 개별소비세 인하와 같은 소비활성화 대책이 사라지면서 발생하는 기저효과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김 부장은 “내년에도 소비가 크게 좋아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인구 고령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경상수지 대규모 흑자는 민간 쪽 저축률이 올라가는 것과 연관돼 있다”고 말했다. KDI에 의하면 내년 민간소비는 올해 2.0%보다는 소폭 개선되지만 지난해 2.5%보다 낮은 2.1%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