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민재 기자] 여소야대 정국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의 원내사령탑이 바뀌었다. 여야 할 것 없이 독주가 불가능한 정치지형에서 청와대와 여당은 협치와 연대 모두 문을 열어놓으며 정국의 주도권을 잡으려고 하고 있고, 야당은 선거패배의 후유증에서 벗어나 자강에 힘을 쏟고 있다.
靑 · 與 의 러브콜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 취임식에서부터 각 당 당사를 직접 방문 당 대표들을 만나는 등 국회와의 협치를 강조했고, 실제로 김민석 비서실장 임명 후 각 당의 대표를 예방토록 했다. 이러한 행보로 인해 김 실장의 과거 전력을 들어가며 비토 분위기를 양산했던 자유한국당도 상당히 누그저진 태도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더해 문재인 대통령은 여야모두 원만한 관계를 유지했던 전병헌 전 의원을 정무수석으로 임명함으로써 국회와의 소통 관계를 강화했다. 추미애 대표와의 초기 불협화음도 상당부분 진화가 됐으며, 오히려 자유한국당은 전병헌 수석의 임명을 환영하기까지 했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전 정무수석과의 접견 자리에서 “의정활동을 옆에서 쭉 봐왔지만 원만하고 합리적, 전략적 마인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많은 기대를 하겠다. 취임을 축하한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러한 청와대의 국회를 향한 러브콜은 19일 5당 원내대표와의 청와대 초청 오찬회동이라는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은 지난 15일과 17일 이틀에 걸쳐 국회에서 각 당 원내대표를 연쇄접촉해 일정을 조율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참석대상은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정우택 자유한국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 주호영 바른정당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 등 5명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문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 회동 의미에 대해 “국회에 대한 존중이다. 새로운 패러다임의 국정관계를 만들어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담긴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대통령께서는 청와대와 국회가 과도하게 긴장하는 고정관념을 탈피하려 한다. 청와대와 국회가 서로 충분히 소통하면서 협조하고 협력하는 관계로 만들어가자는 대통령의 국정관계 의지를 전달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신임 원내대표단을 구성함으로써 계파융합에 나서는 동시에 야당과의 협치를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17일 원내 중점 과제와 기본운영 기능을 담당할 원내부대표단을 발표하며, 대선 경선에서 안희정·이재명·박원순 후보를 도운 의원을 대거 포힘시키며 당내 융합에 나서고 있다.
자유한국당, “친박은 바퀴벌레 vs 낮술 드셨나?”
청와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당직 개편, 새로운 원내지도부 구성으로 단일대오를 정비하며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것에 비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아직도 선거 패배의 후유증을 넘어 탄핵 후유증도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표적으로 최근의 홍준표 전 경남지사와 친박 의원들간의 공방을 들 수 있다. 홍준표 전 지사는 미국에 체류하면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박근혜 탄핵 때는 바퀴벌레처럼 숨어 있더니 감옥가고 난 뒤 슬금슬금 기어 나와 당권이나 차지해보려고 설치기 시작했다. 참 가증스럽다”고 친박계를 향해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이에 친박 홍문종 의원은 “그동안 선거하면서 목이 터져라 우리가 사는 길이 당이 사는 길이라고 했는데 바퀴벌레가 어쩌고 탄핵이 어쩌고 하는 게 제정신이냐”라며 “정말 낮술 드셨냐.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비난했다.
이러한 홍준표 전 지사의 선공은 물밑에서는 이미 당권 경쟁이 시작됐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듯 홍 전 지사는 “당이 정상화가 돼야 하는데 구 보수주의 잔재들이 모여 자기들 세력연장을 위해 집단지도체제로 회귀하는 당헌 개정을 또 모의하고 있다고 한다”며 “자기들 주문대로 허수아비 당대표 하나 앉혀놓고 계속 친박 계파정치 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공방에 대해 정우택 원내대표는 양쪽 모두에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정 원내대표는 우선 홍 전 지사에 대해 “여태까지 대통령 후보로 나왔다가 낙선했던 사람들은 자중하거나 정계은퇴를 했다”며 “(홍 전 경남지사는) 그 점을 잘 인식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친박계 의원들의 지도부 사퇴에 대해서도 “빨리 새로운 원내대표부터 바뀌어서 당이 새롭게 가는 게 좋겠다거나 원내대표(직)에 대해 생각이 있는 분들의 의견개진이 많지 않았을까”라며, “저는 아직 임기도 안 끝났고, 원내대표가 잘못해서 이번 선거가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국민의당 당면과제 ‘자강’
국민의당은 새로운 원내대표로 4선의 김동철 의원을 선출했다. 지난 대선에서 안철수 후보의 3위 득표로 인해 국민의당의 당면과제는 ‘자강’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를 의식한 듯 김동철 신임 원내대표는 ‘의원 빼가기’로 지칭되는 국민의당 의원 입각설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를 잠재우면서 자기들 하고 싶은 대로 하겠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국가적으로도 불행이고 절대 있어선 안 되는 일”이라고 단언했다.
즉 민주당과 연합정부를 이루거나 정책적 연대를 할 경우, 국민의당의 정책이 입법·국정에 반영할 카드를 쥘 수 있지만 자칫 ‘민주당 2중대’라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것고, 국민의당이 민주당과 통합할 것이라는 ‘흡수설’이 나오는 상황에서 섣부른 연대는 이를 부채질 할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 국민의당의 한 관계자는 “우리 당 의원 상당수가 겉으로 표현은 못 하지만 속내는 지방선거에서의 참패를 우려해 민주당과의 합당을 바라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따라서 이러한 움직임에 경계하는 입장에서 표면적으로는 대여 관계에서 긴장 관계를 설정할 가능성이 크다. 대표적으로 김 원내대표는 17일 상임위원장·간사·주요당직자 회의에서 인천공항 공사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사례를 거론하며 “잘나가는 공기업 사장의 손목을 비틀어서 극소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한 해결 방안인지 강한 의구심이 제기된다”고 비난했다.
그는 인천공항의 사례를 “깜짝 발표”라고 평가절하하면서 문 대통령의 노후 석탄발전소 가동 중단 지시에 대해서도 “중단으로 인한 전기요금 부담이 경제 전반에 미칠 부정적 영향에 대해 어느 정도 파악했는지, 인기 영합을 위해서 우선 던져놓은 게 아닌지 걱정된다”고 꼬집었다. 이어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 정부여당이 잘할 때는 협조를 아끼지 않겠다. 그러나 잘못된 길로 들어선다면 당당히 비판하고 앞장서 막아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러한 관계 설정이 무조건적인 대립각 이라기보다는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명성을 드러내는 이중적인 관계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