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토불이’, ‘99.9’, ‘꽃보다 아름다운 너’, ‘폼나게 살거야’, ‘늦기 전에’로 유명한 가수 배일호 씨가 그림으로 대중과 만난다. 5월30일에서 6월5일까지 구로구민회관 1층 갤러리 구루지에서 중견 화가인 아내 손귀예 씨와 함께 여는 이번 부부전은 배씨와 손 씨의 작품 세계를 볼 수 있는 기회다.
감성적 음악세계와의 접점
그간 부부전을 비롯해 개인전 등을 수차례 열면서 노래 뿐 아니라 그림을 통해서도 끊임없이 대중과 소통해왔던 배씨는 이번 전시에서 최근 그린 10여점의 수준급 유화를 선보인다. 꽃을 주제로 한 화려한 한 배씨의 그림들에게서 그의 음악세계와의 접점을 찾는 것도 흥미롭다.
그의 그림들은 그의 노래처럼 푸근하기도 서정적이기도 아련하기도, 그리고 열정적이기도 하다. 그림에 대한 주변의 호평에 대해 그는 “정식 교육을 받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부족하다. 하지만 그 덕에 틀에 갇히지 않은 자유스러운 그림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겸손한 표현과는 달리 배씨는 2013년 대한민국 그랑프리 미술대상전에 초대되는 등 화가로써의 입지도 상당히 다져진 상태다. 사단법인 한국 전통문화 예술진흥협회가 주관하는 ‘대한민국 그랑프리 미술대상전‘은 한 해 동안 가장 뛰어난 예술성을 띄는 작가를 선정해 시상한다. 창의적이고 독창성이 뛰어나며 전통예술을 계승 발전시킬 수 있는 작품 활동을 한 작가가 그 대상이다.
배씨는 아내의 권유로 그림을 시작하게 됐다. 현기증과 청력 저하 등의 증상이 동반되는 메니에르병으로 고통스러워하는 배씨에게 아내가 치료의 수단으로 그림을 권한 것이다. 그리고 그림은 그에게 아내의 존재가 그런 것처럼 상처를 치유해줬고, 삶의 열정을 표현하는 매개체가 됐다.
애처가로 유명한 배씨는 “아내에 대한 사랑이 이 모든 열정의 근원”이라고 단언했다. 배씨의 유화 속에 담긴 사랑과 열정의 감성을 만나는 것은 이번 전시의 중요한 매력 포인트다.
‘무동’을 소재로 한 연작
함께 전시를 하는 아내 손씨는 ‘무동’을 소재로 한 연작을 선보인다. 8번의 개인전 및 서울오픈아트페어, 광장아트페스티벌 등 각종 기획전 초대 및 그룹전 120여회 참여 이력을 보유하고 있는 손씨는 2013년 한국전통문예진협의 올해의 작가상, 제25회 통일맞이 한국미술대전 미협이사장상을 수상하는 등 중견 화가로 인정받고 있다.
손씨는 단원 김홍도의 풍속화 속 ‘무동’ 이미지를 다양한 색채와 무늬, 질감으로 어우러진 캔버스의 공간으로 불러왔다.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무동’ 연작은 캔버스 위에 물감을 두껍게 덧칠하고 이를 파고 다시 붙이는 노동집약적 방식으로 이루어진 작품들로 섬세한 색채미와 역동적인 조형미가 집약돼 있다.
작품들은 이질감과 친근감 사이의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과거에서 현재까지, 또 미래로 춤을 추며 시간을 가로지르는 무동의 현재 한 순간을 포착한 것처럼 느껴지는 연작들은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영혼의 퍼포먼스’이자 ‘맺힌 이들을 위한 의식’이기도 한 역동적 춤의 표현은 예술혼과 삶에 대한 은유처럼 보이기도 한다.
손씨는 “이번에 소개된 ‘영혼의 무희’ 시리즈는 앞선 것들과는 달리 고통이 많이 따랐다. 소재 선택에서부터 제작 기법에 이르기까지. 결과에 만족할 수는 없지만 최선을 다했다. 이제 ‘무동’은 영원한 내 분신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