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블룸버그 뉴스’에 따르면 미국의 상위 15개 레스토랑 그룹에서 일하는 헤드 셰프 160명 중 여성은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6.3%뿐이었다.
가정에서 요리는 여성의 일로 인식돼왔음에도 불구하고 왜 레스토랑 셰프는 여성이 거의 없을까? 때로 이 문제는 여성의 사회적 조직적 능력의 열등성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사용되곤 했다. 과연 그럴까?
레스토랑 위에 자리 잡은 유리천장
이 책은 두 사회학자들이 의기투합해 진행한 여성 셰프 연구 프로젝트의 성과물이다. 저자는 직업의 역사를 살피고 주요 신문과 음식 전문 잡지에 실린 기사들을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무엇보다 여성 셰프 33명의 생생한 육성을 담은 심층 인터뷰를 통해, 여성 셰프들이 레스토랑에서 어떤 경험을 하고 어떤 대우를 받는지를 생생하게 포착해 냈다.
전문 레스토랑의 세계에서 여성은 그리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다. 땀이 비 오듯 쏟아지고 쉴 새 없이 무거운 프라이팬을 휘둘러야 하는 등 체력 소모가 크고 소위 ‘군기’가 센 혹독한 근무환경은 여성이 셰프가 될 수 없는 이유로 제시되곤 한다. 그러나 셰프가 전문성을 획득했던 역사를 살펴보면, 여성이 전문 요리 영역에서 지속적으로 배제당하고 차별 당했음을 알 수 있다.
우리에게 잘 알려졌듯이 전문 레스토랑은 엄격한 위계질서 속에서 움직인다. 이런 문화는 셰프라는 직업의 역사적 배경에서 비롯된다. 셰프의 정식 명칭인 ‘셰프 드 퀴지니에’는 군사 직책에서 나온 것이다. 여성은 전문 셰프 탄생 시기부터 배척당했다. 그들은 레스토랑에서 일할 수 없었고 심지어 식사도 할 수 없었다. 또한 요리 경연 대회에 참여하거나 요리학교에 다니는 것도 정책적으로 금지됐다. 여성들에게는 가정 요리만 허용됐을 뿐이다. 그녀들의 요리는 훈련을 거쳐 습득하는 남성 셰프의 전문 요리보다 열등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가치 상승을 위한 의도적 배척
하지만 요리는 원래 여성적인 행위로 인식됐기 때문에, 셰프의 일은 무임금에 비전문적인 가정 요리와 비교될 위험에 지속적으로 노출됐다. 초기 셰프들은 이런 위협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자신의 일과 가정 요리 사이에 거리를 두려고 일부러 요리학교나 유명 레스토랑 등에서 여성을 배제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셰프는 남성적인 활동이라는 생각이 단단히 자리를 잡았다.
남성 셰프들이 여성화의 위협을 꺼린 데에는 일의 가치도 영향을 미쳤다. 여성적인 것으로 정의되면 그 일의 가치는 평가절하될 가능성이 생겼고, 평가절하는 곧 임금하락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남성 셰프들은 업무에서 군사적 배경에 기반을 둔 엄격한 위계질서 등 남성적 특성은 강조하고, 타인 돌보기 등의 여성적인 특성은 무시하는 등 남성 중심적인 조직 규범과 체제의 기초를 만들었다. 이는 오늘날까지 여성이 셰프의 세계에 진입하는 것을 막는 장애물이 됐고, 여성 셰프를 차별하는 기제로도 작동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이 ‘단지 셰프의 세계에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다’라고 역설한다. 인터뷰 참가자들은 저마다 조금씩 다른 위치와 상황 속에 놓여 있었지만, 구조 속의 선택을 강요받는다는 점에서 동일했다. 저자는 이것이 여성들이 일하는 모든 일터에서 보편적으로 겪는 상황이라고 주장하며 ‘차별 개선’에 함께해야 한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