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박용근 기자>(종합) 23일 중부지방에 내린 집중호우로 인천 시내 저지대 주택과 상가 등 370여 곳이 침수돼 지하방에 살던 90대 노인이 숨지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또 인천과 서울을 잇는 경인선 일부 구간의 전동차 운행이 중단돼 이용객들이 큰 불편을 격는가 하면 지하철 공사장 인부 7명이 갇혔다가 구조되기도 했다.
인천기상대와 인천소방본부에 따르면 호우경보가 발효된 23일 인천 지역에는 오전 6시 15분 비가 내리기 시작해 비가 그친 정오까지 남구 110.5mm, 동구 104mm, 부평 92mm, 영종도 85.5mm, 서구 공촌동 62mm, 강화군 양도면 80.5mm의 강우량을 기록했다.
특히 오전 8시부터 9시까지 중구 영종도에 시간당 74.5mm, 서구 공촌동에는 시간당 54.0mm의 장대비가 쏟아졌다.
한 시간 동안 폭우가 내리면서 시내 주택가 저지대와 일부 도로에서 침수 피해가 잇따랐다.
이날 오전 9시 54분경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의 한 반지하 주택에서 치매를 앓고 있던 A(96)씨가 방 안에 가득 찬 빗물 위에 떠 있는 것을 같은 주택에 사는 주민이 발견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A씨는 평소 치매를 앓고 거동이 불편했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80대 아내와 함께 집 안에 있다가 아내가 방안에 물이 차오르자 윗집에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집을 잠시 비운 사이 변을 당했다.
A씨는 아내가 윗집 주민과 함께 집으로 내려왔을 때는 이미 집 안에 높이 1m가량 빗물이 찬 상태로 물위에 떠 있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A씨가 침수된 집 안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하고 익사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인천시 재난상황실은 이날 오후 4시까지 접수된 주택·상가 침수 피해를 모두 547건으로 집계했다.
지역별로는 남동구가 239건으로 가장 많았고 남구 182건, 부평구 57건, 중구 22건, 서구 21건, 동구 21건, 연수구 3건 등이었다. 서구의 공장 1곳과 상가 1곳도 침수 피해 신고를 했으며, 동구의 상가 1곳에도 빗물이 들어찼다.
호우로 인해 각 군·구의 임시 대피소에 머무르고 있는 이재민도 41개 가구 76명에 달했다. 이재민은 서구가 36명으로 가장 많았다.
남구 승기사거리(옛 동양장사거리) 일대 도로도 이날 오전 침수돼 물에 잠긴 차량이 속출했다.
수도권 전동차와 지하철 공사장 등지에서 침수로 인한 피해도 발생했다.
코레일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20분경 인천시 중구 인천역에 낙뢰로 인한 신호 장애가 발생해 인천역∼부평역 양방향 경인선 전동차 운행이 중단 됐다가 27분 만에 재개했다.
이날 오전 10시경 인천시 부평구 청천동 서울지하철 7호선 공사 구간에서 작업 중이던 인부 7명이 150∼300m 깊이의 지하에 갇혔다가 1시간 만에 구조됐다.
사고 당시 50cm가량 물이 차오른 공사장 지하 150m 지점에 2명, 300m 지점에 5명 등이 고립됐다.
150m 지점에 고립된 작업자 2명은 오전 10시 55분께, 300m 지점에 고립된 작업자 5명은 오전 11시 29분께 출동한 119구조대에 의해 차례로 구조됐다.
소방당국은 구조된 7명 모두 다친 곳이 없어 병원으로 이송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이날 내린 집중호우로 침수된 수도권 제2외곽순환고속도로 인천∼김포 구간(인천김포고속도로) 내 북항 터널의 양방향 차량 통행이 이틀째 통제됐다.
24일 인천김포고속도로 주식회사에 따르면 전날 오전 9시 14분경 인천시 중구 제2외곽순환고속도로 인천∼김포구간 내 북항 터널 일부가 침수됐다“고 밝혔다.
침수 구간은 총 5.5㎞ 길이의 전체 터널 중 가운데 지점 1㎞가량이다.
왕복 6차로인 이 터널은 인천 북항 바다 밑을 통과하는 국내 최장 해저터널(최저심도 59m)이다. 중구 신흥동부터 청라국제도시 직전까지 연결돼 있다.
도로 관리 주체인 인천김포고속도로 주식회사 측은 도로 지하에 매설된 배수펌프를 가동하고 복구 인력 30여 명과 각종 장비를 투입했지만, 이틀째 복구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김포고속도로 주식회사는 터널 내부 전기실이 침수되고 배수펌트가 제대로 가동되지 못해 복구작업이 늦어지고 있다며 이 도로 남청라IC나 인근 중봉대로 등지로 우회해 달라고 당부했다.
인천김포고속도로 주식회사의 한 관계자는 복구는 빨라도 26일 경이나 완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