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수정 기자] 주부들의 주거 관심사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바로 ‘교육’이다. 교육열이 뜨거운 '맹모맹부'들로 학군과 교육여건을 지닌 지역은 아파트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게 형성돼 있다. 그러나 이러한 교육특구 내에서 좀처럼 새 아파트를 찾아볼 수 없다. 왜 이 같은 현상이 일어나는지 살펴봤다.
명문학군, 집값도 견인
강남구 대치동, 양천구 목동, 노원구 중계(상계)동은 서울의 3대 교육특구로 불린다. 이들이 명문학군을 이룰 수 있었던 이유는 교육열이 높고 상위권 상급학교로 학생을 많이 보내는 우수한 학교가 몰려 있는데다 적절한 사교육을 받을 수 있는 학원가가 형성돼 있고, 유해시설이 없는 쾌적한 주거환경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높은 주거선호도로 풍부한 수요층을 형성하며 지역 내에서도 부촌으로 인식되고 있다.
실제 교육특구들의 집값을 확인해보면 지역 내 시세를 리딩할 뿐만 아니라 학군이 좋을수록 집값 상승세가 높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KB국민은행 시세에 따르면 강남구 총 14개동 중 대치동은 개포동과 압구정동에 이어 3번째로 높은 집값을 형성하고 있다. 노원구에서는 총 5개동 중 하계동에 이어 중계동이 2번째로, 양천구에서는 3개동 중 목동아파트 가격이 가장 높았다.
또 서울시 25개 자치구의 최근 3년새 아파트 가격 상승세를 살펴보면 강남구의 집값상승률이 13.97%로 가장 높게 상승했다. 노원구는 10.19%로 5위, 양천구는 8.79%로 9위를 기록했다. 이는 서울시 평균(8.43%)과 비교해도 높은 수치임을 알 수 있다. 특히 강북의 대표 명문학군인 노원구의 경우 강북권에서 가장 높은 가격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학군 좋은 지역은 집값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노원구 중계동 건영3차 아파트의 경우 을지초·을지중, 청암고가 가까이에 있고 은행사거리 학원가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어 입주 22년차인 아파트에도 불구하고 중계동에서 높은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또한 2012년 하반기 이후 하락이나 조정 없이 꾸준히 집값이 상승했다. 전세비율도 80%를 상회하며 매매와 전세 모두 인기를 끌고 있다.
교육특구 아파트 노후아파트가 대부분
하지만 이들 교육특구 내 아파트들은 대부분 노후아파트로 구성돼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통 명문 학군인 강남구의 노후 아파트 비율(10년 이상 된 아파트 비율)은 70%를 넘어섰다. 양천구는 90%, 노원구는 100%에 육박한다. 이들 지역 내 아파트에서는 협소한 주차 공간으로 불편을 겪는 것은 물론 오래돼 녹이 슨 수도관으로 인해 녹물과 사투를 벌이는 경우가 다반사다.
게다가 이들 지역은 새 아파트 공급이 타 지역에 비해 현저히 적다.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중계동과 목동, 대치동 등에 선보인 일반공급 아파트는 단 311가구(△중계동 없음 △목동 272가구 △대치동 39가구)에 불과하다. 동일 기간 서울 전역의 일반공급분(총 5만8617가구)의 0.53%에 해당하는 수치다.
부동산 전문가는 “이들 지역에 노후아파트가 많다는 것은 도시가 조성된 지 시간이 흘렀다는 뜻으로 그만큼 오랫동안 교육을 비롯해 교통, 생활 인프라 등 편의시설이 잘 구성돼 있다는 것”이라며 “재건축·재개발 같은 정비사업이 진행되지 않는 한 새 아파트가 들어서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비사업이 된다 하더라도 워낙 수요가 높기 때문에 청약에 당첨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들 지역에서 가뭄에 콩 나듯 선보이는 새 아파트의 청약경쟁률도 높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12월 목동 강서3학군에서 분양된 GS건설의 ‘목동파크자이’는 1순위에서 평균 6.14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또한 올해 1월 서초구 방배3구역 ‘방배아트자이’의 경우 강남8학군과 더불어 유명 학원가를 가깝게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되면서 11.3 부동산대책에도 불구하고 평균 9.8대 1, 최고 32.25대 1의 청약경쟁률을 보였다.
명문학군 새 아파트 분양 어디?
살기 좋고 아이 키우기 좋은 명문학군에서 새 아파트를 선점하기는 매우 어렵다. 하지만 올 여름 노원학군, 강남학군 등에서 새 아파트가 공급될 예정이어서 수요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우선 이달 서울 3대 교육특구 중 하나인 중계동 학원가를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대우건설의 ‘상계역 센트럴 푸르지오’가 분양한다. 찻길을 건너지 않고 초등학교 통학이 가능하며 중·고교도 도보권에 있다. 다음달쯤 분양하는 삼성물산의 ‘래미안 강남 포레스트’는 구룡초와 개원초·개포중·개포고, 경기여고 등 강남8학군을 갖는다. 대치동 학원가도 이용할 수 있다.
최근 서울 용산구를 비롯해 마포구, 성동구 등 평당 수천만원대가 넘는 아파트들이 들어서며 신흥 부촌으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지역의 아쉬운 점이 있다면 바로 ‘학군’이다. 그만큼 명문학군은 한순간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부동산 전문가는 “최근 신흥 부촌이라고 언급되는 곳에 교육열 높은 젊은 중산층이 많이 거주하는데도 대형학원 건물을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 이렇게 교육 인프라가 부족하다 보니 결국 아이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될 무렵이면 강남이나, 목동, 중계동으로 집을 옮기는 수요자가 많은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부촌으로 가는 마지막 화룡점정이 교육이라고 말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