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이동훈 기자] 동아쏘시오그룹이 700억대 의료업계 리베이트에 연루된 강정석 회장 등 핵심 임원들의 구속수감으로 창사 32년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9일 검찰에 따르면 동아쏘시오그룹은 2007년부터 최근까지 회사 자금 700여억원을 빼돌려 이중 55억원을 의료기관에 불법 리베이트로 제공하고 170억원의 법인세를 포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일부를 중심으로 제2의 동아제약 판 ‘경영권 분쟁’의 연장선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검찰 측이 이 사건의 최종 책임자로 강 회장을 지목했다는 점, 병으로 풀려났던 핵심 임원 A씨를 재수사해 구치소로 보내겠다는 등의 검찰측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점을 미뤄 동아쏘시오홀딩스 그룹 내부 혹은 그 이상의 선에서 검찰측에 정보를 제공한 것이 아닌가하는 추정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사실 동아쏘시오그룹은 ‘박카스’ 등장 이전에 강신호 전 회장과 아들 강문석 전 사장과의 ‘골육상쟁’으로 눈총을 받았다.
우선 지난 2004년 촉발된 동아쏘시오그룹 즉, 구 동아제약의 경영권 분쟁을 이해하기 위해선 동아제약 오너 일가의 가족관계 그리고 강 전 회장의 ‘박카스’에 대한 애증을 짚고 가야 할 필요가 있다.
강 전 회장은 슬하에 4남 2녀를 두고 있다. 본 부인 박정재 여사와 사이에 장남 의석 씨와 차남 문석 전 사장 그리고 둘째 부인 최영숙 여사와 사이에 우석, 윤경, 인경 씨 그리고 강정석 부회장이다.
강 전 회장이 당초 동아제약 후계자로 지목한 사람은 강문석 전 사장이다. 강 전 사장은 서울대 산업공학과와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대학원, 하버드대학 MBA를 졸업한 재원으로서, 동아제약에 지난 1987년 입사했다.
강신호 회장의 분노 “박카스, 비타500에게 패하다”
강 전 회장은 형제 중 유독 능력이 뛰어났던 강 전 사장에 대해 총애가 깊었다. 이런 두 사람 사이에 대립각을 세우게 된 것이 광동제약의 ‘비타500’이다.
강 전 회장의 ‘박카스’ 사랑은 업계에서도 자자하다. 강 전 회장은 서울대학교 의학대학을 졸업한 뒤 1958년 독일로 건너가 프라이부르크 대학에서 의학박사 연구 과정 중에 ‘박카스’의 제품명에 대한 힌트를 얻었다.
‘박카스’는 연매출 2000억원에 달하는 스터디셀러 제품이다. 강 회장은 ‘박카스’ 개발단계에서부터 광고, 판매까지를 총괄하며 동아제약을 국내 최고의 제약사로 성장시켰다.
‘박카스’가 소비자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는데 이는 피로회복에 효과적인 타우린 성분에 초점을 맞춘 전략이 맞아 떨어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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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박카스’는 강 전 회장의 지원에 힘입어 출시 3년만인 1964년 자양강장제 드링크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2001년에 광동제약에서 ‘비타 500’을 선보이면서 돌풍을 일으키자 ‘박카스’의 아성이 위협받게 됐다. 광동제약이 드링크 시장의 틈새를 파고든 것이 주효했다.
‘박카스’는 당시만 해도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돼 약국에서만 판매가 가능했다. 반면 ‘비타500’은 비타민C를 함유한 기능성 건강드링크로서, 편의점뿐만 아니라 골프장 등 다양한 장소에서 판매가 됐다.
이 같은 ‘비타500’의 매출 급증세는 곧바로 ‘박카스’ 매출의 하락으로 이어졌다. 이에 강 전 회장은 판매 방향을 놓고 갈등을 일으키던 강 전 사장에게 ‘박카스’ 매출 부진의 책임을 묻기에 이르렀다.
결국 2005년 3월 동아제약 등기이사직에서도 강 전 사장의 이름을 삭제해 부자간 경영권 다툼의 서곡이 열렸다.
이에 따라 동아쏘시오그룹은 다국적제약사인 G.S.K가 백기사로 끼어드는 등 이후 10여년간 부자간의 경영권 다툼을 벌여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