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이동훈 기자] 롯데마트가 제돈 주고 할인상품을 구입한 비정규직 직원을 해고시킨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11일 울산 비정규직 노동조합들에 따르면 롯데마트는 울산 진장점에서 근무하던 비정규직 직원 이혜경 씨를 지난 1년 동안 근무 중 34건의 상품을 임의 할인했다며 해고조치했다.
다른 직원3명도 같은 이유로 3개월 정직, 각각 1개월 2개월 감봉이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석연찮은 점은 롯데마트는 같은해 2월 17일 배임횡령 혐의로 이혜경 지부장에 대한 1차 징계위를 열었다. 그러나 3월 30일 열린 2차 징계위에선 배임횡령 건은 빼고, 할인상품 임의할인이란 용어부터도 낯선 사유를 갖다 붙이며 징계해고를 결정했다.
더욱 이해하기 힘든 점은 대형마트에서는 유통기한이 임박한 상품이나 포장훼손, 고객반품상품 처리용으로 직원들을 자주 이용됐다는데 있다. 그리고 직원들이 다니는 창고근처에는 직원용 할인매대가 따로 있다.
실제 한 유통마트 종사자는 “보통 영업 손실을 줄이기 위해 마트 차원에서 할인 상품을 판매하는데, 이 때 직원들도 할인상품을 많이 구매한다”고 귀뜸했다. 무엇보다 어떤 마트든 직원의 할인 상품 구매를 제한한다는 규정을 두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해고 사유에 대해 납득하지 못하기는 당사자인 이혜경 씨도 마찬가지. 그는 “고객들, 매장 직원들뿐만 아니라 사무직 직원들도 자주 할인상품을 구입한다”며 “마트에서 취급하는 것이 유통기한이 짧은 채소등 신선식품을 폐기하기 전 고율의 할인율을 적용해 판매해왔고 그 상품을 구매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회사 측에서 주장하는 건 중 딸기의 경우 실장(정규직)에게 할인 허락을 받았고 마늘은 썩어서 버려야 하는 상품이었다고.
이혜경 씨가 한달 받는 월급은 120만~130만원에 불과. 이 최저임금을 쪼개 할인상품까지 구입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롯데마트가 이혜경 씨를 길거리로 내몬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민주노총 관계자는 롯데마트가 이혜경 씨를 내쫓은 것은 “롯데마트에 민주노조를 만들어 진장지부장으로 활동을 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2015년 10월 노조를 설립한 조합원들이 연장수당 지급을 요구한 것이 롯데마트 측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 씨에 따르면 비정규직 노조가 생기기 이전에는 연장근로를 수시로 했다고 한다. 그 와중에도 롯데마트는 이혜경 씨를 비롯한 비정규직 직원의 추가 근로시간에 대한 보상을 일체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 씨는 “노조가 생기고 나서 연장근로가 줄자 조합원들도 좋아했다. 아이들을 돌볼 시간도 많아져 행복했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롯데마트는 이 씨의 해고에 앞서 울산지부에서 활발한 활동을 한 강 모 분회장을 비롯한 20여 명을 대규모 징계, 해고했다. 이에 비정규직원의 조합은 위축됐고, 급기야 조합원 3/2이상이 노조를 탈퇴하기에 이르렀다.
현재 이 씨는 자신의 부당함을 세상에 알리기 위한 외로운 투쟁을 펼치고 있다. 매주 휴일이면 정기적으로 진장점 앞에서 부당해고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이런 피 말리는 시간도 벌써 485일차(11일 기준)를 맞이했다.
그는 “뼈 빠지게 일하고 안 팔리는 물건 사줬더니 도둑 취급을 당한 것이 너무 억울하다”며 인터뷰 중 끝내 울음을 터트리기도 했다.
전화 너머로 울리는 한 비정규직 직원의 호소는 간단했다. 비정규직 직원도 사람이고, 정당한 대우와 노조할 권리가 있다는 것.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은 지난 7월 27일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롯데가 여성이 일하기 좋은 기업”임을 어필해 현 정권의 호감을 이끌어냈다.
롯데그룹은 조윤선 장관 시절인 2013년 12월 18일 여성가족부와 여성이 일하기 좋은 직장 만들기에 협력하기로 하고 업무 협약식을 가진 바 있다.
그러나 비정규직 여성사원의 고통을 외면하는 기업이 과연 ‘여성친화기업’이란 타이틀을 내걸 자격을 갖추고 있는지는 깊게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