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이동훈 기자] 백운규 산업통상부 장관이 한미FTA 폐기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미FTA에서 그간 금기시 됐던 ‘미국 군사무기 수입’ 목록을 협상안에 올리기 위한 사전 작업으로 보고 있다.
이럴 경우 한미FTA로 적자를 봤다는 미국의 주장은 철저히 부정되게 된다.
백 장관은 지난 4일 자동차업계 간담회에 참석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미FTA폐기에 따른 문제점들도 가능성 중 하나로 포함해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FTA를 ‘끔찍한 협상’이라고 규정짓고 재협상을 요구한 때에 우리 정부가 페기 가능성을 첫 언급한데서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북한 핵수소탄 문제로 한-미간 공조체제에 균열이 발생한 것이 아니냐는 말까지 흘러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이 한미FTA 재협상을 거론하면서, 우리 정부도 재협상쪽으로 가닥이 잡힐 때를 대비해 준비해야한다는 의미였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나 국방과 통상 무역 전문가들의 말은 전혀 다르다. 우리 정부가 현실적인 한ㆍ미 관계 정립을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미국이 한미FTA재협상을 시작하면, 우리 정부도 ‘군사무기’를 재협상의 대상에 포함시킬 것이란 의미이다.
한 해군정보관 출신의 공기관 임원은 “그간 한미 FTA협상목록에 빠졌던 군사무기를 포함한다면 미국은 상당한 흑자폭을 기록한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은 지난 60여년 동안 줄기차게 미국산 무기를 들여와 안보체계를 구축했다. 냉전과 분단 현실 속에서 한-미 동맹은 한국 국방의 대미 의존도를 꾸준히 높여왔기 때문이다.
스톡홀름국제평화문제연구소(SIPRI)의 ‘2013 국제무기거래 경향’을 보면, 한국은 세계 8대 무기수입국이다. 2014년도에는 9조1299억원 규모의 무기구매 계약을 체결한 세계 최대 무기 수입국이기도 하다.
이중 미국산 비중이 80%를 차지한다. 지난 2009년부터 2013년까지 한국은 미국으로부터 약 38억2400만달러(약 4조원)어치의 무기를 구입해, 오스트레일리아(38억2500만달러)에 이어 미국 무기의 2대 수입국으로 부상했다.
한국이 같은 기간 미국에 지불한 대금은 미국의 전체 무기 판매 수익의 9.78% 수준으로 영국(3.77%), 일본(3.76%), 대만(3.3%), 캐나다(2.4%) 등 보다 많았다.
무엇보다 이미 미국 무기 의존도가 높아 계속해서 미국 무기와 부품을 사들여야하는 ‘재생산 구조’의 배경도 미국 측에 막대한 ‘부’를 안겨주고 있다.
한 정부 소식통는 “정부도 트럼프가 이미 북핵 협상에서 우리 정부를 배제하는 한편 한미FTA에서도 쇠고기ㆍ자동차 등 전분야에서 자기 유리한 한 것만 가져가려 하는 것을 읽고 있다”며 “우리도 미국에 막대한 이익을 안겨줬던 군사무기를 협상에 올릴 수 밖 없다”고 설명했다.
사정이 이렇자 미국도 한발 물러서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현재 미 백악관은 한국의 미사일 탄두중량을 확대해주는 조건으로 수십억 달러 어치의 미국 무기와 장비를 구매해줄 것을 요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