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조아라 기자] 가습기살균제 관련 시민단체가 옥시레킷벤키저에 이어 가장 많은 가습기살균제를 판매했던 애경에 대한 검찰 수사를 촉구했다.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 등(이하 단체)은 25일 서울 구로구 AK플라자 구로본점 앞에서 ‘가습기살균제 참사 살인기업 처벌촉구 시리즈 캠페인 14차 기자회견’을 열고 가습기살균제 제품인 ‘가습기 메이트’를 판매했던 애경산업을 규탄했다.
이들 단체에 따르면 애경산업은 1997년부터 1999년까지 ‘파란하늘맑은가습기’를 3년간 판매하고, 2002년부터 2011년까지 10여년간 SK케미칼이 제조한 ‘가습기 메이트’를 판매했다. 또한 애경은 기존 ‘가습기 메이트’에 향을 첨가해 2002년 ‘가습기 메이트 솔잎향’을, 2005년에는 ‘가습기 메이트 라벤더향’을 출시하면서 ‘아로마 테라피 효과로 심리적 안정과 정신적 회복’, ‘쾌적한 실내환경’ 등의 문구로 제품을 소개했다.
단체는 “애경은 정작 제품의 성분 표시에는 유독 물질인 CMIT/MIT를 ‘미생물 성분 억제 성분’으로만 표기했다. 이런 내용의 기만적 표시와 광고는 제품 라벨뿐만 아니라 애경 홈페이지, 인터넷 광고, SK케미칼 사보까지 확인했다”며 “애경은 해당 제품과 성분이 인체에 유해함에도 불구하고 인체에 유익한 것처럼 기만적 표시·광고를 해 소비자를 속였다. 이 때문에 애경의 ‘가습기 메이트’는 ‘옥시싹싹 가습기당번’에 이어 가장 많이 판매됐고 가장 많은 피해자를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장동엽 참여연대 시민참여팀 선임간사는 “지난해 7월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의 심사관들은 ‘가습기 메이트’의 주요성분이 독성 물질임을 확인했고 이에 대해 은폐·누락한 것이 바로 애경이기 때문에 과징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심사보고서를 작성했었다”며 “그런데 같은 해 8월 공정위 회의에서 이 결과가 뒤집혀 심사가 종결됐다”고 밝혔다.
이어 “SK케미칼과 애경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여 아직까지 ‘가습기 메이트’에 대한 유해성이 확인되지 않았고 정부가 추가 조사 중이라는 이유에서 이러한 결론을 내린 것”이라며 “왜 공정위가 심사관들이 조사한 보고서 결과를 뒤집은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김순복 한국여성소비자연합 사무처장은 “우리나라는 기업에 대해서는 많은 특혜와 배려가 주어지는 데 반해 소비자 보호를 위한 제도와 규정들은 굉장히 빈약하다”며 “집단 소송제도 없고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비자들은 제품에 표시돼 있는 문구를 보고 제품에 대한 정보를 얻는데, 이에 대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있는 것이 바로 공정위가 관할하는 표시광고법”이라면서 “그런데 공정위가 ‘가습기 메이트’에 대해 표시광고법 위반이 아니라고 기업에 면죄부를 줬다. 이 때문에 애경은 자사에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피해자에 대한 사과 한마디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감사원은 왜 공정위가 ‘가습기 메이트’에 대한 표시광고법 위반을 확인하고도 마지막에 위반이 아니라는 결정을 내렸는지 철저한 재수사를 통해 당시 책임자를 처벌해야 하며, 검찰은 ‘가습기 메이트’에 사용된 CMIT/MIT를 공급한 SK케미칼과 그 제품을 그대로 받아 판매한 애경에 대한 수사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