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원성훈 기자] 한국형 전투기를 개발하는 ‘보라매 사업(KFX)’에 참여 중인 인도네시아가 올해 분담해야 할 개발비 1,841억 원 중 1,389억 원을 납부하기 어렵다고 통보한 사실을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이 29일 제기됐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정의당 김종대 의원은 지난 27일 보도자료를 통해 총사업비 8조 8천억원 규모 보라매 사업에서 개발비 20%(1조 7천억 원)를 분담하는 인도네시아가 한국 정부에 올해 납부해야 할 분담금 중 일부인 1,389억 원을 납부하기 어렵다고 통보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김 의원은, "인도네시아 정부는 올해 총 1,841억 원을 납부해야 하지만 지난 4월 납부해야 할 전반기 분담금 920억 원 중 452억 원만 납부했다"고 주장했다.
'미납금 468억 원은 하반기 분담금 920억 원과 함께 납부해야 하지만 지난 9월 13일 현지에 파견된 한국 측 방산협력관을 통해 8월 말 확정된 수정 예산(안)에 관련 예산을 반영시키지 못했다며 남은 돈 1,389억 원을 납부하기 어렵다고 통보했다'는 것.
이에 방위사업청은 28일 입장자료를 내고 ▲ 4월 분담금 납부가 계획대로 이행돼 사업이 정상진행 중이고, ▲ 인도네시아 정부로부터 분담금 납부가 어렵다는 공식 통보를 받은 바가 없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의 지적이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반박이다.
그러나 방사청 반박에 대해 김 의원이 또 다른 증거자료를 제시하면서 '방사청이 보라매 사업 개발비 부족 사태를 은폐하기 위해 허위 입장자료를 낸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김 의원이 방사청으로부터 제출 받은 '인니 ‘17년 1차 분담금 입금현황' 자료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는 지난해 납부금 500억 원은 정상납부했다.
그러나 김 의원의 지적대로 올해 납부액 1,841억 원 중 전반기 분담액 920억 원은 절반수준인 452억 원만 정상납부됐고 나머지는 10월 중 납부할 920억 원과 함께 납부해야 한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이 문건은 보라매 사업 체계개발 업체 한국항공(KAI)이 방위사업청으로 제출한 문서다.
또한 김 의원실이 열람했다는 '외교부 문서번호 ‘주인도네시아대사관-S****’ 공문에서는 인도네시아가 남은 분담금을 납부하기 어렵다는 내용이 담겨있다'고 한다.
"조태영 주인도네시아대사가 외교부 동남아과장 및 방위사업청 국제방산협력과장, KFX 국제협력팀장에게 보낸 공문에는 인도네시아의 앤(Anne) 국방연구개발원장과 수트리노(Sutrino)예비전력총국장이 “8월 말 확정된 수정예산(안)에 동 사업 예산을 반영시키지 못했다”고 한국측 방산협력관에게 통보했다는 내용이 실려 있다"고 김 의원은 밝혔다.
국방연구개발원은 한국의 국방과학연구소 역할을 하는 기관이고, 예비전력총국은 전력자원관리실과 비슷한 기능을 한다.
따라서 공문의 내용은 인도네시아의 연구개발과 전력획득계획을 총괄하는 인사의 입장이기 때문에 인도네시아 국방부 공식 입장으로 볼 수 있다는 얘기다.
방위사업청은 10월 분담금이 계획대로 이행될 수 있도록 인도네시아 정부와 협조 중에 있어 ‘분담금 미납을 미리 예단’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인도네시아 정부의 미납금 납부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보인다.
1,389억 원은 인도네시아 GDP를 감안하면 우리나라 1조 2천억 원 수준에 해당한다. 이런 큰 예산을 대통령 예비비 등으로 편성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올해 내에 인도네시아가 분담금을 납부할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8조 8천억 원이 투입되는 거대 연구개발 사업 예산관리가 이렇게 된 것이 방사청 탓은 아니지만
허위사실로 의원실 지적을 반박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사업비에 구멍이 날 가능성이 높으므로 있는 사실을 숨기는 게 급선무가 아니라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그는 "이번 인도네시아 건을 시작으로 국정감사 기간 동안 위기에 처한 KF-X 사업의 주요 문제점들을 드러내고 정부 당국의 적극적 대응 조치를 강하게 촉구할 예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