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이동훈 기자] 이화경 오리온그룹 부회장의 회사 소유 미술품 횡령 혐의가 사실상 유야무야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관련 법령 해석에 대한 궁금증이 일고 있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1단독(부장판사 황기선) 심리로 열린 이화경 부회장에 대한 업무상 횡령 등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담당검사는 “구형이유로 이 부회장이 초범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이화경 부회장은 오는 27일 최종 선고공판에서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될 예정이다. 독일법체계를 따르는 국내 사법부 체계상 검사측의 구형이 사법 집행적인 효력을 갖는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국내 재판부는 검찰의 구형보다 낮은 형량을 선고해왔다.
이화경 부회장은 오리온의 명의로 된 총액 4억2400만원 상당의 미술품들을 2008년과 2013년 자택으로 반출했다는 혐의를 검찰로부터 받고 있다.
또한 이 과정에서 진품을 대신할 모조품을 입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화경 부회장도 이날 재판장에서 대다수 혐의를 자백했다.
이런 상황이지만 검찰은 이화경 부회장의 회사 소유 미술품을 횡령한 혐의에 대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구형해 잡음이 일었다.
이번 재판의 본질이 핵심에서 비껴가게 됐기 때문이다. 본래 시민단체와 오리온 전직 임원들이 고발한 것은 이화경 부회장이 아닌 남편인 담철곤 오리온 회장이었다.
고가의 미술품을 자택으로 임의 반출해 횡령한 주체는 담철곤 회장이라는 주장이다. 실제 담철곤 회장은 지난 2011년 5월 해외 유명 미술품 10여 점을 회사 자산 수백억 원을 들여 구입해 자택에 보관해온 사실이 밝혀져 구속됐다.
담철곤 회장은 이 혐의로 지난해 4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 받고 풀려났다.
만일 이번 고발건에 따라 담철곤 회장이 검찰에 입건돼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면, 형법 제63조 ‘집행유예의 실효’에 따라 담 회장의 집행유예가 취소되고 징역을 살게 된다.
그런데 검찰은 지난 7월 중순경 담철곤 회장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리고 이화경 부회장을 업무상 횡령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증인신문도 없었기에 논란은 커졌다.
하지만 이를 지켜본 한 법조인은 현행법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검찰의 선택이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K변호사는 “검찰이 피의자를 담철곤 회장에게서 이화경 부회장으로 돌리면서 어느 정도 예상한 일이다”라며 “이화경 부회장이 대다수 혐의를 스스로 인정하면서도 자신의 횡령 혐의 가 ‘실수’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한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이화경 부회장이 자백하면서 검찰 측이 증인신문을 진행할 이유도 없어졌다는 의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