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이동훈 기자] 금품제공을 빌미로 의약품 처방을 받는 제약산업의 리베이트 영업관행을 막기 위해 실시된 쌍벌제 등 정부의 규제 정책이 별다른 실익을 거두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약품불법리베이트로 지출된 비용은 고스란히 보험약가로 전가되기에, 건강보험료 등 국민혈세를 낭비시키는 주범중 하나이다.
이같은 적폐적인 영업관행을 타파하기 위해선 일부 상위제약사에 한정된 R&D붐을 전 제약사로 확산시켜야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 3년새 리베이트제공 규모 72억→155억 급증
지난 10일 보건복지부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송석준 의원(자유한국당)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4년 8건이던 불법 리베이트 사범은 2016년 86명으로 11배나 급증했다.
불법 리베이트 적발 건수는 최근 5년간 133건에 이르렀다. 3건 이상 의약품불법리베이트가 적발된 업체도 16곳이었다. 제약사 최다 적발 건수는 5건이며, 적발 규모는 750억원에 달했다.
리베이트 처분을 받은 업체들도 상당수 유명제약사들로 이뤄졌다.
제공된 리베이트 금액은 2014년 71억8300만원에서 2016년 155억1800만원으로 2배 이상 늘었다.
■ ‘쌍벌제’ ‘리베이트투아웃제’ 등 공갈포에 그친 정부 규제
이에 일각에서는 의약품불법리베이트를 뿌리뽑기 위해 2010년 11월부터 시행된 쌍벌제 등 정부의 규제정책이 별다른 실익을 거두지 못했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쌍벌제는 리베이트를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을 모두 처벌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보건당국 관계자는 “쌍벌제 제도 실시 이후 5600여명에 달하는 의약사들을 적발했지만, 처벌은 소수에게만 적용해 사실상 유명무실하게 만들었다”고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정부도 일괄약가인하제도 리베이트투아웃제도 등을 잇따라 시행했지만 일부 제약사들은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리베이트 영업을 지속해왔다.
수단도 상품권 지급, 회식비 및 골프비용 지급, 컴퓨터 등 물품지급, 외상매출금 잔액 할인, 과다한 번역비 세미나 및 학술활동 지원 등 더욱 교묘해지고 은밀해지고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 적발돼도 실보다 득, 포기할 수 없는 리베이트
제약사들도 불법리베이트 영업에 치중할 수밖에 없다. 기술경쟁으로는 다국적 제약사들의 오리지널 신약에 대항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내 상위제약사 임원 A씨는 ”최근 국내 제약시장도 R&D비중을 높이고 있지만, 그간 국내제약사는 신약에 비해 특별한 기술과 자본을 요하지 않는 복제약을 생산할 수밖에 없었고 다들 똑같은 복제약을 생산하다보니 판매를 늘리기 위해서는 리베이트를 통해 영업할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똑같은 약일 경우 의사는 복제약보다는 오리지널 신약을 더 선호한다. 의료계에서 처방권을 전제로 리베이트를 요구하다보니 제약사들도 리베이트를 제공할 수밖에 없었다는 해명인 셈이다.
신약 개발보다 외형 성장에만 급급했던 제약시장 풍토 개선 없이는 불법리베이트는 사라질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사정이 이렇지만 정치계로서도 현 규제보다 더 실효적인 제제를 강구하는 방안 외에는 별다른 뾰족한 수가 없는 실정이다.
이번 조사를 주도한 송석준 의원은 “불법 리베이트가 장기적으로 손해로 이어지는 제재대책을 마련하고, 해당 의약품을 쓰는 환자들이 건강보험 급여정지로 피해를 보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