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이동훈 기자] 인공지능(AI)에서 실패를 거듭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몸부림이 애처롭다.
20일 IT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삼성개발자 컨퍼런스 2017’에서 빅스비 2.0을 공개했다.
전작인 빅스비 1.0은 음성인식 등에 심각한 오류를 드러내며 삼성전자의 ‘흑역사’로 기록됐다.
삼성전자도 지난 7월 외신과의 인터뷰를 갖고 “빅스비 초기 버전은 성공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사실상 실패를 인정했다.
이번에 선보인 빅스비 2.0에 대한 불안감도 확산되고 있다. 빅스비 2.0이 IoT플랫폼 ‘Smart Things’를 통해 TV 등 가전제품과 연결되는 데만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한 스마트폰 관련 전문블러거는 “빅스비 2.0은 최적화와 업그레이드 방향으로 이뤄질 줄 알았지만, 오직 가전제품과의 통합에 맞춰진 듯해 아쉽다”고 말했다.
대신 삼성전자는 지난 12일 그간 인공지능 개발을 주도하던 이인종 부사장(무선개발1실장)을 대신해 정의석 부사장을 빅스비 개발 총책임자로 임명하며 빅스비 3.0(가칭)을 준비하는 것으로 보인다.
정의석 부사장은 미국 실리콘밸리의 삼성 현지 연구소서 모바일 플랫폼 개발 업무를 담당했다.
이번 인사가 실행된 후 삼성전자는 안팎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이인종 부사장은 부재중인 이재용 부회장의 측근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이인종 부사장은 지난 2014년 3월 미국 출장길에 동행했을 만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신뢰가 두텁다.
하지만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인종 부사장은 여전히 개발1실장으로 근무하면서 빅스비 개발을 포함한 소프트웨어 전반에 대한 업무를 총괄한다”며 “정의석 부사장은 이인종 부사장의 아래 직급”임을 강조해 소문을 잠재웠다.
또한 삼성전자는 19일에서 20일 양일간 서울 서초동 삼성금융캠퍼스와 우면동 삼성R&D캠퍼스에서 ‘삼섬AI포럼’을 개최했다.
삼성전자 종합기술원과 소프트웨어센터가 공동 개최한 이번 포럼은 AI 최신 연구 동향을 공유하고 혁신의 돌파구를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주요 강연자로도 인공지능 분야 세계적 대가인 요슈아 벤지오 교수(몬트리올대), 리차드 제멜 교수(토론토대), 스튜어트 러셀 교수(버클리대), 이홍락 교수(미시건대) 등을 초청했다.
제대로 작동하는 인공지능 개발을 위한 전초 작업인 셈이다.
최근 구글 딥마인드는 알파고를 능가하는 최신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 제로’를 내놓아 세상을 다시한번 놀라게 했다.
구글에 따르면 알파고 제로는 스스로의 학습기능을 통해 지난해 이세돌을 누른 ‘알파고 리’와 100번 싸워 모두 이겼다. 커제를 물리친 ‘알파고 마스터’와는 100전 89승을 기록했다.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 경영자는 “인간의 지식 없이 바둑을 통달했다”라고 자신했다.
삼성전자가 내외적으로 제자리 걸음을 하는 와중에도 구글 등 경쟁사들의 AI는 이미 ‘패턴분석기’를 거쳐 스스로 연산하는 학습단계로 진화한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의 이같은 문제점을 오너의 구속수감에 따른 대규모 투자계획 부재에서도 찾고 있다.
그렇다고 4차산업혁명의 핵심인 인공지능을 포기할 수는 없다. 갈길 바쁜 삼성전자의 고민이 묻어나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