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박용근 기자] 운전면허 시험장에서 휴대전화 영상통화를 이용해 문제가 적힌 컴퓨터 화면을 시험장 밖에 있던 다른 사람에게 보여준 뒤 답안을 전달받아 면허증을 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시리아인들이 항소심에서도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인천지방법원 형사2부(오연정 부장판사)는 25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된 시리아인 A(31)씨와 B(24)씨 그리고 검찰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사건 기록 등을 통해 확인한 여러 양형 조건을 고려하면 피고인과 검사가 항소 이유로 각자 주장한 사정을 참작하더라도 피고인에 대한 원심의 형이 너무 무겁거나 가벼워 부당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앞서 A씨와 B씨는 각각 650만원과 500만원을 선고한 1심의 판결은 형량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며 항소했다.
반면 검찰은 1심의 형량이 지나치게 낮다며 항소했다.
A씨와 B씨는 지난해 1월 3∼4일 서울 마포구 서부운전면허 학과(필기)시험장에서 휴대전화 영상통화를 이용해 문제가 적힌 컴퓨터 화면을 시험장 밖에 있던 또 다른 시리아인 브로커 C씨(37)에게 보여준 뒤 답안을 무선으로 전달받아 면허증을 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옷에 휴대전화를 감추고 시험장에 들어간 이어폰을 귀에 꽂고 영상통화를 시도했다. C씨는 이들이 영상통화로 보여주는 시험문제를 보고 답을 알려줬다.
이들은 이어폰을 감추기 위해 모자와 귀마개를 쓰거나 귀를 다친 것처럼 붕대를 감아 감독관을 속였다.
또 미리 2대의 휴대전화를 준비한 뒤 시험장에서 1대는 감독관에게 제출하고 나머지 1대는 옷 속에 감춰는 수법으로 범행에 이용했다.
이들은 인천의 한 중고차수출단지에서 근무하면서 운전면허증이 필요했지만 영어를 잘하지 못해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영어, 중국어, 러시아어, 일본어, 베트남어 등 11개 외국어로 운전면허 필기시험을 치를 수 있었지만 시리아 등에서 통용되는 아랍어로는 응시할 수 없었다.
이에 검찰은 이러한 운전면허 시험제도가 불합리하고 유사 범죄를 양산한다고 판단, 도로교통공단에 제도 개선을 건의했고 공단도 이를 받아드렸다.
아랍어는 전 세계적으로 17억명 이상이 사용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아랍어 사용 외국인은 1만 명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