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원성훈 기자]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개헌 화두가 달아오르고 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대통령 4년 연임제 개헌과 대선결선투표 카드를 꺼내들면서 개헌 논란이 가속 페달을 밟는 양상으로 개헌 논의가 전개되고 있다. 이에 <시사뉴스>는 여야의 개헌 관련 쟁점들을 짚어보고 향후 개헌안의 얼개를 가늠해봤다.
대통령제를 근간으로 설계된 권력구조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는 지난 13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개헌 자문안(이하 자문안)을 보고했다. 이 자문안을 살펴보면 정부 형태(권력구조)는 대통령제를 근간으로 설계됐다. 특이한 것은 대통령 연임제로 설계된 점이다. 따라서 자문안대로 통과된다면 대통령의 임기는 최대 8년(4년+4년)으로 늘어난다. 여기에서 ‘연임’과 ‘중임’이라는 단어의 차이에 주목한다. ‘연임(連任)’이란, ‘정해진 임기(任期)를 마친 후에 다시 거듭하여 그 임기의 직에 머무르는 일’을 뜻하고, ‘중임(重任)’은 ‘불특정 기간 동안에 특정한 자리에 거듭 임명되거나 중대한 임무’를 말한다.
풀이하자면 ‘대통령 4년 연임제’는 현직 대통령이 4년의 임기를 마치고 차기 대선에서 당선되면 두 번째 임기인 8년까지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있게 되지만, 차기 대선에서 패할 경우 재도전할 수 없다는 의미이고 ‘대통령 4년 중임제’는 현직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고 다음 대선에서 나오지 않더라도 그 뒤의 대선에서 다시 도전할 수 있다는 뜻이다.
여하튼, 대통령 4년 연임제건 대통령 4년 중임제건 간에 현직 대통령은 개헌안이 확정돼 새로운 헌법이 시행됐을 때 대통령 선거에 다시 도전할 수는 없다. 이는 현행 헌법 제128조 2항의 규정 때문이다. 해당 조항을 보면 ‘대통령의 임기연장 또는 중임변경을 위한 헌법 개정은 그 헌법 개정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 대하여는 효력이 없다’고 규정돼 있다.
한편,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정부의 개헌안을 ‘관제 개헌안’으로 규정하면서 개헌안은 국회에서 마련해서 반드시 제왕적 대통령제를 종식하고 분권형 개헌안으로 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바른미래당은 정부가 개헌안을 발의하는 형식에는 반대했지만 개헌 시기에는 동의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개헌안은 국회 주도로 이뤄져야 한다는 뜻을 표명했다.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은 개헌안 발의는 국회가 발의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권력구조에 대해선 현행 대통령제를 보완하는 선에서 타협할 뜻을 내비친 상태다.
헌법 전문(前文)에 5·18 민주화운동 등 포함 가능성 높아
일단 자문안에 따르면, 그동안 논란을 빚어온 5·18 민주화운동, 부마 민주항쟁, 6·10 민주항쟁 관련 내용이 이번 초안에 포함됐다. 현행 헌법 전문에는 3·1운동과 4·19 민주이념만 포함돼 있다.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가 지난 2월19일부터 ‘국민헌법 온라인’을 통해 실시한 ‘헌법전문에 5·18민주화운동, 부마항쟁, 6·10 항쟁 등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발전시킨 역사적 사건을 명시하는 것에 대한 국민의 선택을 묻는 국민 설문’을 지난 9일 마감한 결과 총 1만8506건의 의견 중에서 ‘5·18 민주화운동, 6·10 민주항쟁 등은 이미 역사적 평가가 이뤄진 사건이므로 시민들 스스로 저항권을 행사해 민주주의를 발전시킨 우리의 역사적 경험을 헌법 전문에 명시할 필요가 있다’는 찬성의견이 전체의 66.5%인 1만2321건에 달했기에 이런 결과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역사적 평가나 가치가 아직 확립되지 않은 사건을 헌법의 전문에 담을 경우 국민들 간에 불필요한 논란을 불러 일으켜 사회적 갈등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현행 헌법의 전문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반대의견도 나왔으나 이는 전체의 33.4%인 6185건에 그쳤다. 중립의견은 67건이었다. 따라서 최종 개헌안에도 5·18 광주민주화운동, 부마 민주항쟁, 6·10 민주항쟁 등 과거 민주화운동 역사가 수록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에 따라 향후 개헌안의 ‘최종 수록 확정’때까지는 광화문 태극기 집회 세력 등 보수 세력의 반발도 끊임없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밖에도 그간 논란이 됐던 ‘촛불혁명’의 경우는 개헌안 초안에서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촛불혁명’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아직 이른 데다 자칫하면 정치적 공방만 격화될 수 있다는 지적을 수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방자치 분권강화 반영될 듯
자문안은 지방자치 분권강화를 반영했다. 지방정부가 주민의 자치기관으로서 실질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입법, 재정, 조직 등에서 자치권을 확대하는 내용을 반영한 것. 다만 자문안에는 ‘지방자치를 확대한다는 원칙’만 담고 구체적 사항은 법률에 위임하는 것으로 정리됐다.
경기대학교 부총장인 박상철 교수가 지난 1월26일 열린 ‘내 삶을 바꾸는 개헌,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지적한 “지방분권이 될 경우 현행헌법에서 최고의 한국 고질병으로 여겨온 제왕적 대통령 권력의 병폐가 사실상 절반이상 치유될 수 있다”는 것과 궤를 같이하는 방향이어서 주목된다.
그러나 같은 토론회에 나온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이기우 교수가 주장한 지방정부의 법률제정권 및 변형입법권 보장과 지방재정의 헌법적 보장 등이 확실히 담보되지 못하고 법률로 위임됐다.
대통령 결선 투표제, 반영 어려울 듯
대통령 결선투표제는 1차 투표 결과 과반수가 득표자가 없는 경우 1,2위 득표자만을 대상으로 해 2차 투표를 해서 당선자를 선출하는 방식이다. 대통령 직선제를 택하고 있는 국가들 중 상당수의 국가들이 이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그것이 이번 자문안에 포함된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도입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 홈페이지에 따르면, 대선 결선투표제에 대한 반대 여론은 1만5275명, 찬성 여론은 4219명으로 반대 여론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상태여서 여론을 거스르는 최종 결정이 나올 확률은 낮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국회의원 소환제와 국민발안제 도입
현행 헌법에 없지만 국민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직접민주주의 제도에는 국민소환제와 국민발안제가 있다. 이 제도에 대해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가 수렴한 여론조사 결과는 (홈페이지 게재) 도입 찬성이 1만6050명이고 반대는 4710명으로 드러나 찬성 여론이 압도적임을 보여줬다. 자문안에도 국민소환제와 국민발안제가 포함됐고 향후 헌법 개정 최종안에도 담겨질 확률이 커 보인다.
대한민국 수도조항 명문화
현행 헌법에는 없는 수도조항을 헌법에 삽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규정을 헌법 제1장 총강에 삽입할지 법률로 정하게 될지에 대해서는 분명하지 않다. 만일, 세종시가 행정수도로 지정된다면 향후 청와대를 세종시로 옮길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될 전망이다.
남은 문제들
이 밖에도 대통령 특별사면권 제한, 국회예산심의권 강화, 제2 국무회의 성격의 회의체 신설 및 감사원의 독립성 강화 등의 문제들이 개정 헌법 속에 포함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특히 이번 개헌안의 전반적 방향이 제왕적 대통령제를 완화시킬 권력 분산과 이에 따른 국회 권한의 강화 방향으로 흐르고 있어, 감사원 독립성 강화 속에는 대통령의 감사위원 임명권한 축소 및 감사위원 선임절차 개선책 등도 담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