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원성훈 기자] 대북특사의 방북 결과 발표 이후 남북문제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가운데, 4월 말로 예정된 남북정상회담에 세계의 이목이 쏠려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남북정상회담의 결과에 따라서 향후 남북문제의 전개 양상이 판이하게 달라질 뿐만 아니라 미국과 북한과의 관계 및 동북아 정세의 변화와도 직결되는 문제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시사뉴스>는 향후 정세의 시금석이 될 남북정상회담이 어떻게 전개될지 전문가의 진단을 중심으로 짚어봤다.
한반도 운명이 걸린 두 달
군사전문가로 평가되는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바른미래당 김중로 의원은 지난 14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남북정상회담은 회담 성사에 이르기까지 장애물이 많이 있다”며 “여기에서 우리가 조금만 삐끗하면 파행될 가능성이 많다”고 우려했다.
이어 그는 “남북정상회담이 파행됐을 경우, 북미회담은 열릴 수조차 없을 것”이라며 “개최 가능성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있지만 회담이 열려서 남북 간에 어떤 결과가 나왔을 때 그것을 미국이 수용할지 여부도 미지수”라고 언급했다.
계속해서 김 의원은 이렇게 설명했다. “오늘 아침 미국 국무부장관이 바뀌었다. 미 국무부장관에 폼페이오 CIA국장을 기용했고 결과적으로 국무부장관, 국방장관, UN대사, 안보보좌관 모두가 매파(강경파)로 셋팅됐다.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이 우리로서는 운명을 건 분수령이 될텐데 향후 어떤 영향이 있을지 걱정된다.
남북정상회담은 성사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그 결과물이 과연 미국이 원하는 대로 나오게 될지 아니면, 파행이 될지도 불투명하다. 파행될 경우에는 미국이 군사적인 옵션을 가동할 가능성이 없지 않아 있다고 본다. 제 입장에서 보면 굉장히 우려스럽고 불안하고 찝찝하다.
만약 북한의 속내가 또다시 위장평화공세로 밝혀진다면, 미국 CIA국장의 언급처럼 우리의 운명을 결정할 2개월은 분명 북한이 핵무기를 최종적으로 완성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와 국민에게 돌이킬 수 없는 패착이 될 것임을 한시도 잊어선 안 된다.
이번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다시는 찾아오기 힘든 절호의 기회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우리가 지난 25년간 북한에 대해 수없이 반복되어 온 실패를 또다시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번에는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북정상회담에선 원론적 입장만 확인할 듯”
한양대학교 이재무 연구교수는 같은 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김중로 의원과는 상당히 다른 견해를 피력했다.
이 교수는 “남북정상회담에서 북한이 비핵화 약속을 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원론적인 입장에서 남북 간의 화해를 위한 평화보장 체제에 대해 얘기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어 그는 “아마도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는 비핵화 문제나 주한미군철수 같은 문제가 아닌 남북경제협력 문제나 남북 간의 관광문제 협력 등이 논의될 가능성이 오히려 더 높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남북관계는 시일이 오래 걸리더라도 결국은 평화가 보장되는 체제로 가야 한다”면서 “굳이 민족개념을 결부시킬 것이 아니라 남북 모두가 국가 대 국가로 서로 인정하는 바탕 위에서 평화공존체제를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북정상회담에서 뚜렷한 성과가 없다면 북미대화의 성사도 어렵지 않겠느냐는 질문엔 “사실상 북미 간에 입장차가 분명하기 때문에 더 내놓을 정치적 카드가 별로 없다”며 “그럴 경우에는 북미정상회담이 실무협의를 위한 기간이 필요하다는 명분으로 5월에 열리지 않고 더 늦어질 가능성은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미국이 군사적 옵션을 사용할 가능성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그는 “지금 미국이 국방라인을 매파(강경파)로 물갈이한 것은 북한에 대한 압박용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인 판단이지, 실제로 군사적 옵션을 행하기 위한 작업의 일환으로 보는 것은 무리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와스프·F35B 그리고 타우러스
한미연합 상륙훈련에 F35B 스텔스 전투기를 탑재한 미국의 대형 상륙함(와스프)이 참가할 것으로 최근 알려졌다. 상륙훈련의 규모도 지난해보다 2배 이상 확대될 것으로 전해졌다.
소형 항공모함보다 큰 규모인 와스프함은 만일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이 이뤄진다면 핵심 전력으로 꼽힌다. 와스프함은 최대 20대의 F35B를 탑재할 수 있어 북한이 민감하게 반응할 소지도 적잖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에는 상륙훈련에 참여한 한·미 해병대원의 규모가 2000여명 규모였으나 올해엔 미국 측 참가인원이 대폭 늘어나 5000여명 수준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최근 우리 군이 한반도 유사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비롯한 북한 전쟁지휘부와 주요 군사시설을 타격할 수 있는 장거리 공대지미사일 타우러스(TAURUS) 90여발에 대한 구매 계약을 지난 2월 체결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미 우리 군은 지난 2013년에 타우러스 170여발을 도입하는 계약을 체결해 수십여발을 공군에 실전배치했으며 2016년 말 90여발을 추가 도입키로 결정한 상태로 알려졌다.
타우러스는 대전 상공에서 F-15K에 장착해 발사해도 평양의 김정은 위원장의 집무실을 비롯한 북한 전쟁지휘부 핵심시설을 정밀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로 평가된다. 또한, 스텔스 기술을 적용해 북한 레이더망에 탐지되지 않으며, 군용 인공위성위치정보(GPS)를 장착해 전파교란 속에서도 1m 반경 이내 목표물에 대한 정밀타격이 가능하며 지하 8m 벙커까지 파괴 가능한 미사일로 알려져 있다.
한편에서는 긴밀하게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을 추진하면서, 또 다른 쪽에서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모양새가 한반도를 둘러싼 현재의 정세를 가감 없이 보여주고 있다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